통역사들이 뛰고 있다. 그것도 그냥 뛰는 게 아니라 ‘펄펄’ 날고 있다. 예전엔 다른나라 말을 우리말로 바꿔주는 단순한 통역사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 통역사는 국제화 시대에 없어선 안되는 중요한 사람들에 속한다. 이들 중에서도 ‘잘 나가는’ 통역사는 국제회의통역사들이다. 잘 나가는 만큼 사회적 인식이나 대우도 좋다. 국제회의통역사로 인정받으면 연봉 1억원 이상의 고소득 전문인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이처럼 각광받는 직업으로 부각된 통역사는 20년전 한국외국어대학이 국내 최초로 통역번역대학원을 설립하면서 시작됐다. 그 뒤 97년초 이화여자대학이 두번째로 통역번역대학원을 만들면서 양 대학을 중심으로 국제회의통역사들이 배출돼 지금의 전문가 그룹을 형성했다.또한 이들이 아마조네스인 이유는 절대다수(90%)가 여성이기 때문이다. 국제회의통역사 1세대에 속하는 20년 경력의 염혜희통역사는 이에 대해 “여성의 섬세함이 돋보이는 직업적 특성과 어느 특정 조직에 얽매이지 않는 프리랜서 성향 때문”이라고 분석했다.통역번역대학원을 졸업했다고 해서 ‘잘 나가는’ 국제회의통역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물론 졸업 자체가 통역사로 활동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한다. 하지만 대규모 국제회의 통역을 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능력을 따로 인정받아야 한다. 외대의 경우 국제회의통역전공 졸업시험에 합격해야 하고 이대는 국제회의통역능력인증 시험에 패스해야 한다. 이 시험에 통과하지 못하더라도 석사학위의 통역사로서 활동할 수 있지만 국제회의가 아닌 일반 단체나 기업들의 일에 국한된다.이는 국제회의통역의 경우 검증된 통역사만이 할 수 있어서다. 자칫 잘못된 통역으로 행사 자체를 망칠 수 있고 국제적인 망신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제회의 통역사로 매년 배출되는 인력은 많아야 1~2명이고 어떤 해는 한 명도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철저하게 교육받고 실력을 인정받은 사람만이 국제회의통역사의 세계에 들어올 수 있다는 얘기다.이런 특수성 때문에 국제회의통역사의 수는 항상 부족한 상황이다.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는 국제회의통역사 수는 많게 잡아 50~60여명 정도다.예전에 비해 통역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전체시장 규모는 아직 작다. 단일 시장으론 현재 IT분야가 가장 크고 그 다음이 금융 분야다. 이 두 분야는 다국적 외국기업의 국내진출이 가속화되면서 관련 회의 세미나 기자회견이 늘어나 통역의 수요를 부추겼기 때문이다. 언어별로는 영어통역이 가장 많다. 현재 현장에서 활동하는 한영 국제회의통역사는 25~30명. 그 다음으로 한일 국제회의 통역사가 10~20명 정도다. 이외 불어 중국어 독어가 있지만 손에 꼽을 정도다. 이같이 한영 통역에 집중되는 이유는 대부분의 국제회의 통역이 영어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안영희 한일 국제회의통역사는 “한일간 단독으로 치러지는 회의를 제외하고는 일반 국제회의는 영어가 공통어기 때문에 비영어권 통역 일은 적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이와 함께 국가간 기업간 협상이 빈번해지면서 협상 파트너로 통역사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것도 최근의 흐름이다. 국제회의 통역사들은 통역이 협상의 성패를 좌우할 순 없지만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조경실 한영불 국제회의 통역사는 “협상 테이블에 통역을 두느냐 안 두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며 “통역을 두게 되면 협상 중에 전략을 짤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어 유리하다”고 말했다. 드골 전 프랑스대통령의 경우도 협상 중에 생각할 시간을 벌기 위해 통역사를 뒀다는 일화가 있다.국제회의통역사 한해에 1~2명 배출국제회의 통역사들은 언어능력뿐만 아니라 분석력 순발력 판단력 그리고 체력까지 다방면의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현장을 뛰는 대부분의 국제회의 통역사들은 외국어를 모국어 수준으로 유창하게 구사한다. 언어능력이 기본이라면 자신만의 독특한 통역 노하우를 갖고 있는 것도 중요한 요소다. 때문에 “연사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염혜희통역사), “연사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선 연사의 말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서완수통역사), “결국 통역은 커뮤니케이션이며 연사의 말을 쉽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조경실통역사) 등 나름대로의 독특한 방법들을 갖고 있다.전천후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대가도 높다. 통역 경력 5년 이상이면 한달 평균 10건 이상의 통역을 진행할 수 있다. 통역사의 능력과 여건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월 평균 적게는 10건에서 많게는 20건의 통역을 하고 있다. 1건당 평균 60만원의 수당을 받을 경우 한달 평균 6백만~1천2백만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고수익인 만큼 겪는 고충도 크다는 것이 국제회의 통역사들의 이구동성이다. 짧게는 2~3시간 길게는 하루종일 말을 해야 하기 때문에 육체적으로 겪는 고통이 크다는 것. 서완수 국제회의통역사는 “너무 신경을 써서 한번 통역하고 나면 진이 다 빠져 병이 나 드러눕기도 한다”고 전했다.국제회의통역사는 이제 단순 통역의 틀에서 벗어나 글로벌 비즈니스를 중개하는 고수익 전문직으로 자리잡았다. 이에 많은 여대생들이 선망하는 직업으로 꼽히면서 통역사가 되기 위해 통역번역대학원을 찾는 사람의 수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국제회의통역사 얼마나 버나평균 연봉 5천만원 웃돌아국제회의통역사는 보통 통역번역대학원을 졸업하면 바로 일을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전문 프리랜서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5년 이상의 현장 경험이 있어야 한다는 게 국제회의통역사들의 얘기다. 그전까지는 통역대학원내 통역센터에 소속돼 있거나 일반 기업체 또는 단체에 계약직으로 고용돼 일감을 얻는다. 일단 국제회의 통역사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하면 개인적으로도 통역 의뢰를 받을 수 있다.전문 프리랜서로 국제회의통역사들의 수입은 전적으로 개인의 능력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제회의통역사의 시간당 수당이 일정하게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언어에 상관없이 모든 통역 수당은 1시간 미만일 경우 10만원, 1~6시간까지는 60만원이다. 즉 1시간30분을 일해도 6시간을 일해도 모두 60만원을 받는다. 6시간을 초과할 경우 1시간마다 10만원씩 추가된다. 또 지방이나 해외에서 열리는 회의에 참여할 경우 별도의 출장비를 제공받는다.따라서 어떤 통역사가 얼마나 버느냐는 몇 건의 통역을 했느냐에 달렸다. 활발하게 움직이는 국제회의 통역사의 경우 한달 평균 15건의 통역 일을 한다. 평균 3시간을 통역했을 때 건당 60만원씩 15번이면 9백만원이다. 일감이 많은 국제회의통역사의 경우 20건이 넘어 한달 수입이 1천만원을 상회하기도 한다. 연봉으로 따지면 1억원이 넘는 수익이다. 하지만 일감을 통역센터나 통역 에이전시를 통해 받았을 경우는 수수료 명목으로 약 15~20%를 제해 약간 줄어들기도 한다.국제회의통역사들 사이에는 현재의 시간당 수당이 5년 전 수준이라며 수당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한 국제회의 통역사는 “통역단가를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통역사들 사이에서 자주 나오고 있다”며 “통역단가를 정하는 곳이 없기 때문에 전문 통역사들이 모여 단가를 높이면 가격은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어쨌든 국제회의 통역사는 적게는 5천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 이상을 연간 소득으로 벌어 들이고 있어 웬만한 직장인보다 낫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