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사회엔 많은 외래어가 우리말과 함께 사용되고 있다. 가장 많이 쓰는 외래어중 키스(Kiss)라는 말이 있다. 입맞춤이나 뽀뽀 등 좋은 우리말이 있지만 키스란 외래어가 더 널리 쓰이고 있다. 남녀간에 나누는 달콤하고 따뜻한 키스, 상상만으로도 흐뭇하고 때로는 짜릿함을 느끼게 한다. 자주 들어도 싫지 않은 말이다. 물론 애간장을 녹이는 눈물과 이별의 키스도 있지만 키스라는 말이 풍기는 맛은 대체로 달콤하고 짜릿한 쪽이다.이 키스란 말이 커뮤니케이션을 연구하는 사람들 사이엔 완전히 다른 뜻으로 쓰인다. 많은 의사전달 기법중 가장 효율적인 기법의 하나를 키스란 애칭으로 부른다. 키스(Kiss)란 자기가 상대방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것을 직설적으로 아주 간단 명료하게 전한다(Keep It Straightforward And Simple)라는 뜻의 영어 표현을 줄여서 만든 말이다.기업 등 조직사회에서 성공을 거두는 사람은 바로 이 키스기법을 잘 구사하는 사람들이란 분석도 있다. 뜻이 분명치 않은 애매한 말, 여러가지 뜻을 뒤에 숨긴 추상적인 말로는 자기의 뜻을 상대방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어렵다. 요즘 우리 주위엔 의사소통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빚어지는 갖가지 부작용이 너무 많다. 여기저기 대화 부족을 한탄하는 소리가 들리고 이로 인한 불신과 마찰이 위험 수준에 달하고 있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자기의 뜻을 상대방에게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기법이 미숙한 데도 한 원인이 있다. 지금 우리사회의 안정을 위협하는 노사문제와 남북문제 등을 둘러싼 각계의 마찰과 불신도 키스기법을 잘 활용하면 상당부분 쉽게 해소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을 지도 모른다.그러나 인간사회엔 자기 뜻이나 속마음을 너무 쉽게 너무 정확히 상대방에 노출시켜서는 안될 경우를 누구나 경험하게 된다. 특히 서로의 이해가 첨예하게 얽혀있는 상담이나 국가간의 외교 교섭에선 오히려 반키스적인 기법이 요구될 때가 많이 있다. 따라서 현실적으로는 언제 키스기법을 활용하고 언제 반키스기법을 활용해야 할 것인지를 판단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최근 국민적 관심사로 등장한 남북문제를 놓고 각계의 불신과 마찰을 빚고 있는 이유의 하나도 협상 당사자인 정부가 상대방을 의식, 너무 반키스적인 기법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협상 당사자인 북한은 이 지구상에서 가장 반키스적인 기법을 잘 구사하는 집단이다. 그들의 반키스기법에 밀려 우리 정부당국도 국민 이해와 협조를 얻는 일에 지나친 반키스기법에 의존, 국민적 불신을 사는 경우가 많이 있음을 볼 수 있다.실제로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자기 뜻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일도 어렵지만 상대방 뜻을 정확히 파악하는 일은 더 어렵다. 상대방이 반키스기법을 사용할 때 상대방이 진실로 원하는 것, 상대방에 양보하거나 협조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읽어내기란 참으로 쉽지 않다. 따라서 반키스기법에 능한 상대방과 협상을 할 때 상대방의 큰소리에 지레 겁먹고 서둘러 양보하거나 상대방이 원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일을 하다간 결국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날로 복잡해지는 경제 사회정세 속에서 자신을 지키고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효율적인 키스기법의 숙지와 복잡한 반키스기법에 대한 대응 훈련이 필요하다. 일반 키스에도 달콤한 키스와 눈물의 키스가 있는 것 같이 의사전달에도 효휼적인 키스와 비효율적인 키스(Keep IT Stupid And Strange)가 있다는 사실도 알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