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지난 5일 정책금리(콜금리) 목표를 종래의 연 5.0%에서 4.7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침체된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한 조치임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일이다.금리가 내려가면 금융기관에 돈을 맡겨 얻는 이자수익이 줄어들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필요한 물건을 더 많이 사는 데 돈을 쓰게 된다. 소비가 늘면 생산이 증가하고 기업의 생산활동이 활발해지면 경기는 좋아질 것이다. 소비를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은행예금보다 주식에 투자할 가능성이 커진다. 예금이자가 낮아졌으니 상대적으로 주식투자에서 더 많은 수익을 올릴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금리인하가 증시의 호재로 인식되는 것은 이런 시중의 여유자금이 은행보다 주식시장으로 이동할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또 기업들도 종전보다는 금융기관으로부터 더 돈을 많이 빌려 쓰려 할 것이다. 이자부담이 줄어든다는 것은 똑같은 매출실적을 올리더라도 그만큼 이익을 더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려 공장을 짓는 등 신규투자도 늘어난다. 결국 전반적인 기업활동이 왕성해지고 이로 인해 고용이 늘며 종업원들의 소득이 높아지면 다시 소비증가로 이어지는 등 경기회복이 이뤄지게 되는 것이다.문제는 이런 금리인하로 소비가 늘어나게 되면 물가가 오를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이다. 물건을 사려는 사람이 많아지면 값은 뛰게 마련이다. 한국은행이 이번 콜금리 인하를 결정하면서 고심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특히 물가는 한국은행이 안정목표를 제시한뒤 책임지고 달성해야 하는 부담을 지고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내린 것은 물가보다 경기부양이 더 시급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6월 중순 올해 경제성장률을 연간 3.8%로 전망했다. 특히 4분기는 3.0%에 머물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때문에 금리인하는 지극히 당연한 수순이고 오히려 0.25%포인트의 인하폭이 미흡한 감이 있다.문제는 콜금리의 인하가 과연 경기부양 효과를 낼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콜금리란 금융기관들간에 단기적으로 자금 과부족이 생겼을 경우 서로 꿔주고 빌릴 때 적용하는 금리다. 하루, 이틀짜리 초단기 금리인 것이다.이런 금융기관간의 초단기 금리가 낮아진다고 해서 어떻게 시중금리가 내려가고 경기부양 효과를 낼 수 있을까. 우선 콜시장에서 돈을 빌려 쓰는 입장에서는 이자부담이 줄어들 것이고 그같은 자금조달 비용이 낮아지면 대출금리도 낮출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특히 지금과 같이 금융기관의 여유자금이 풍부한 상황에서는 그같은 파급효과는 더 클수 있다. 다만 실제 대출금리가 낮아지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린다.또 자금여유가 있는 금융기관들의 자금운용에도 변화를 가져온다. 초단기 금리인 콜금리가 높으면 금융기관들은 여유자금을 콜자금 빌려주기(콜론)에 주력할 것이다. 금융기관상대의 대출이기 때문에 가장 확실한 장사가 된다.그런데 콜금리가 낮아지면 상대적으로 수익이 떨어지고 그러다 보면 중장기적인 채권투자에도 눈을 돌리게 된다. 은행들의 채권투자(채권매입)가 늘어나면 채권값이 올라 채권수익률(금리)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전반적인 금리인하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다만 지금의 금융시장 상황은 금리의 자금중개기능이 약화돼 있어 이번 콜금리 인하가 큰 효과를 낼 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