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를 움직이는 근본적인 힘은 소비다. 같은 조건에서 소비가 늘어나면 경제는 더욱 활성화된다. 이 소비의 힘을 가장 잘 인식하고 이를 가장 잘 활용하는 나라가 미국이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 세계경제를 이끌어가는 미국경제의 힘은 바로 막강한 소비에 있다고 말한다. 반대로 몇 년째 침체의 늪에 빠져 있는 일본경제는 소비 위축이 그 원인의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가 금리를 낮추고 세금을 감면하는가 하면 막대한 재정자금을 풀어 소비를 진작시키려 해도 소비자들이 돈주머니를 풀지 않아 경제가 계속 침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다.올들어 미국이 경기활성화를 위해 금리를 계속 인하하는 것은 바로 소비를 더욱 늘리려는 전략의 하나다. 그러나 최근 경제구조가 급격히 바뀌면서 금리 인하가 소비촉진에 미치는 효과가 예전만 못하다는 분석이 많다. 지금 미국경제가 안고 있는 고민은 과연 어떻게 해야 위축된 소비심리를 되살릴 수 있느냐에 있다.한 나라 경제의 움직임이 이처럼 소비자들의 손에 좌우되듯이 한 기업의 성패도 소비자의 반응에 따라 갈라지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나날이 까다로워지고 다양화되며 점점 더 빠르게 변하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잘 파악해 이를 만족시켜 주지 못하는 기업은 더 이상 시장의 치열한 경쟁에 버틸 수 없다.이제 많은 분야에서 기업이 소비자들에게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모습은 사라지고 반대로 소비자가 기업에 점점 더 많은 영향을 미치는 상황으로 바뀌고 있다. 특히 기술혁신이 가속화되면서 소비자 욕구도 더욱 빠르게 변해 이제 어떤 새로운 상품도 1년 이상 버티지 못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아무리 좋은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해도 편안하게 소비자를 붙들어 둘 수 없는 시대를 맞고 있다.빠른 기술혁신시대를 맞아 나타나는 새로운 소비자들의 행태는 끊임없이 가격인하를 요구하며 보다 성능좋고 품질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원한다는 점이다.날이 갈수록 보다 질좋은 상품을 보다 싼값에 원하는 소비자들의 수요를 충족시켜 주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어떤 경영학자는 지금 기업들이 당면한 이런 상황을 ‘하향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거꾸로 올라가려는 사람의 모습’으로 비유하기도 한다. 가격은 계속 내려가고 있는 데 품질은 계속 더 좋게 만들어야 하니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위로 올라가려고 애쓰는 사람의 모습은 상상만 해도 안타깝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 주위의 많은 기업들이 이보다 더 안타까운 현실 속에 땀흘리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이제 어느 기업도 급변하는 소비자 욕구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선 성공을 거둘 수 없다. 남보다 한발 앞선 기술개발과 함께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를 남 먼저 파악, 이들에게 만족과 기쁨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발빠른 기술개발 못지 않게 변하는 소비자 욕구를 기민하게 파악하는 것이 기업 성공의 열쇠라고 많은 사람들이 강조하고 있다.변덕스러운 소비자 욕구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모든 것을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고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겪어온 산업사회의 특징은 기업들이 만들어낸 상품에 소비자들이 적응하는 질서였다. 이와 달리 정보화 사회에선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는 상품을 기업들이 만들어내야 하는 새로운 관계가 펼쳐지고 있다. 이제 기업이 일방적으로 만들어 낸 신발에 소비자들의 발을 맞추라고 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