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글리시 대물림 없다’ 부모 욕심·공교육 불신도 성업 한몫 … 고액 수업료 등 부작용 지적도
99년이후 경기회복과 이민붐 조기유학에 초등학교 영어교과개설 등 제도넉 영향으로 어린이 영어학원은 불화을 비껴나 호화을 구가하고 있다. 원더랜드.영어가 자본이고, 권력화하는 현상은 최근 1, 2년새 동네비즈니스 수준이던 어린이영어학원산업을 성장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시사영어사의 ECC영어교실이나 원더랜드같은 어린이영어학원은 전국에 80~90개 학원을 거느린 대형프랜차이즈브랜드로 성장했다. 서강대 언어교육원구원에서 개설한 SLP를 비롯해 성인영어학원에서 시작한 키즈헤럴드스쿨 오성식영어클럽 곽영일주니어랜드 같은 어린이영어학원과 한미교육개발의 김린 키즈잉글리시도 프랜차이즈화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강남이나 분당에서 시작한 LCI키즈클럽 팔스랩 등의 독립어린이영어학원도 프랜차이즈화하면서 바야흐로 뜨는 업종으로 꼽히고 있다.어린이영어회화학원은 96~97년초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가 IMF직후인 98년초 당시 40개 정도의 프랜차이즈 가운데 거의 절반 정도가 문을 닫았다. 그러나 99년이후 경기회복과 이민붐 조기유학붐에 초등학교 영어교과개설 등 제도적 영향으로 수요가 폭발, 불황을 비껴나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는 업종 부상 … 영어학원 호황 구가강남에서도 사교육 열풍의 핵심지라는 대치동에는 웬만한 건물 2동 건너 하나씩 어린이영어학원이 있을 정도. 소득수준은 강남에 뒤지지만 교육열은 강남 못지않은 목동이나 분당의 번화가, 일산 중심지 건물 등에도 어린이영어학원타운이 형성돼 있다. “분당지역만 해도 회화전문 어린이영어학원이 50개 정도 되는 것 같다”고 남분당 ECC의 김기원원장은 말한다.92년부터 시사영어사가 시작한 어린이영어학원 ECC는 현재 전국적으로 94개 학원을 거느린 최대규모학원으로 성장했다. ECC보다 늦은 94년 7월 처음 학원을 설립한 원더랜드(에드피아 운영)는 자체교육교재 개발, 체계적인 강사재훈련시스템 등 프랜차이즈로는 가장 두드러진 성장을 보이고 있다. 현재 직영학원 포함, 82개 정도의 가맹학원을 거느리고 있다.이들 어린이영어학원들은 대부분 미국이나 캐나다 영국출신의 원어민교사로부터 말하기를 주로 배우는 회화중심의 영어학원들이다. 말하는 능력에 중점을 두다 보니 네이티브스피커가 교사를 하고 한 교실당 10명 내외의 정원으로 수업료도 비싸다.원더랜드나 ECC 같은 대형프랜차이즈학원의 유치부과정은 점심시간 포함, 하루에 5시간에서 6시간 정도 수업하고 지역에 따라 월평균 45만원에서 60만원 정도의 수업료를 받는다. 서초동 일대에서 인기가 있다는 시사영어사계열의 PSA학원 유치부는 월 수업료가 83만원이다. 대치동 인근 한 영어유치원은 거의 1백만원 가까운 수업료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도 입학하겠다는 유아가 줄서 있다.주부 원모씨(38, 대치동 거주)는 “현재 초등학교 6학년인 딸이 유치원을 다니던 95년만 해도 강남이라도 고액의 영어유치원보다는 한달에 5만~6만원 정도인 영어테이프학습이 가장 많았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지금은 월 50만~60만원대의 영어유치원은 기본이고 외국인에게 받는 영어개인레슨도 많이 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5~6년새 어린이 영어교육 지출만도 10배 이상의 인플레가 있었다는 계산이다.이처럼 많은 어린이영어학원이 성업중인 것은 물론 엄청난 어린이 영어교육 수요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현재 유치원 혹은 초등학생 자녀를 둔 세대는 88년 해외여행자유화이후 배낭여행이나 해외여행 해외연수를 경험한 세대다. 즉 외국 나가보니 한국에서 교과서로 교육받은 영어의 현주소가 어떤 것인지 처절하게 절감한 세대들이다. 이들이 부모가 되면서 자녀들에게는 ‘영어의 한’을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다 ‘글로벌 스탠더드’를 최고가치화하는 사회적 분위기, 초등학교의 영어수업도입 등 제도적 변화도 영어조기교육열풍을 부추기고 있다. 게다가 현행 공교육에서는 해소가 안되는 듣기 말하기 능력에 대한 욕구가 주니어 영어회화학원의 성장토대가 되고 있다.실제로 영어유치원만 2, 3년씩 다니는 등 집중적 영어교육을 받은 강남지역 어린이들 중에는 영어대화능력이 뛰어난 경우도 많다. 그러나 과열양상까지 보이는 영어교육 열풍에 대해서는 비판적 시각도 많다 .첫째, 수요를 기반으로 한 것이기는 하지만 지나친 비용부담. 특히 일부 강남지역 어린이영어유치원의 월수강료는 월 80만원에서 1백만원에 이른다.서초동에 사는 변호사 윤모씨(38)는 두 아이가 함께 영어유치원을 다니던 작년말까지 두 아이 영어교육비가 한 달에 1백50만원에 달했다고 한다. 당시 영어유치원의 한 달 수업료가 75만원이었는데 두 아이를 보낸다고 그나마 깎아줘 140만원을 내고 여기에 영어테이프로 하는 영어프로그램에 월 8만원. 가끔씩 영어책이나 영어비디오구입비로 월평균 1백50만원은 썼다는 것. 뿐만이 아니다. 윤씨 주변에는 “여름방학이면 학원이나 학습지업체 등이 주관하는 3백만원을 넘는 2,3주짜리 단기영어연수캠프에 아이를 보내고 영어개인레슨을 시키는 가정도 많다”고 한다. 이러니 “차라리 조기유학을 보내는 것이 돈이 덜 든다”는 탄식도 나온다는 것.소득 낮은 지역 위화감 느껴소득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서울 강북이나 지방의 학부모들은 따라갈래야 따라갈 수도 없는 강남의 영어교육열풍을 쳐다만 보면서 자녀들에게 미안함을 느낀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강남영어 강북영어’소리에 위화감을 갖는다.문제는 학원보다도 부모들에게 있다는 지적도 있다.‘문제는 학원보다 부모에게’ 지적도대치동 주부 원모씨는 “큰 딸애 반 38명 가운데 미국 캐나다 등 외국거주경험자가 절반을 넘고 여름방학 이전인 6월부터 미국 캐나다 서머스쿨 간다고 학교에 나오지 않는 아이들이 10명도 넘는다”고 설명한다. 이런 실정이다 보니 외국거주경험아동은 그 수준을 유지하려고 부모가 영어교육을 시키고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거주경험자 수준에 맞추기 위해 부모가 영어교육에 관한 한 막대한 지출을 감수한다는 것이다. 이곳 학부모들의 정서는 “영어에 관한 한 돈은 문제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오히려 비쌀수록 좋은 학원이라고 생각하는 부모들도 있다고 한다.한국말도 못하는 너댓살짜리 애들까지 영어유치원에 보내겠다고 줄 서는 현실에서 학원들의 고액수업료책정을 비판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주부 김현옥씨(36)는 서초동에서 전세를 살다 아파트를 분양받아 지난 해 성동구 성수동으로 이사왔다. 그는 올해 초등학교 2학년인 큰 딸을 영어학원이나 그 흔한 영어학습지 과외조차 시켜본 적이 없다. 7세 아들도 마찬가지다. 대기업의 책임연구원급인 남편의 수입이 적어서는 아니지만 아이들을 사교육에 시달리게 하는 것이 싫어서다. 그러나 김씨는 “강남에 계속 살았더라면 애들을 아무 학원도 보내지 않고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서초동에 살 때만 해도 자신은 “애들 교육투자에 인색한 무성의한 엄마”로 별종 취급을 받았다고 한다. 학부모도 같은 영어유치원을 나온 애들끼리 알게 모르게 어울리도록 하는 분위기여서 만약 강남에서 계속 학교를 다녔다면 “딸애는 따돌림당했을 지도 모른다는 것”이 김씨의 설명이다.인터뷰송형석 에드피아 사장독특한 자체교재로‘재미있게’ 교육원더랜드는 어린이영어학원가에서는 독특한 업체로 꼽힌다. 처음에는 다른 업종을 벤치마킹해 학원운영에 접목시켰는데 지금 이 학원은 다른 학원의 벤치마킹대상이 됐다. 원더랜드를 운영하는 에드피아 송형석(38)사장은 이 학원의 성공이 어린이영어교육은 ‘즐겁고 재미있고 지속성있게’ 해야 한다는 컨셉을 프로그램화한 것이라고 밝힌다.이 학원이 처음 시도한 시츄에이션룸을 만들어 상황별로 생활언어를 익히도록 한 교육기법은 최근 많은 영어학원들이 뒤따라가고 있다. 프로그램화에 신경쓰다 보니 연구개발자 8명을 두고 자체교재개발을 하고 있고 교사재교육프로그램도 매뉴얼화하는 등 학원으로는 처음 국제품질경영인증시스템(ISO 9001)까지 취득했다.송사장은 구 삼성전관과 컨설팅업체에서 일하다 93년, 교육사업이 현금사업이고 성장산업인데다 안정성까지 있다는 점에 매료돼 뛰어들었다. 그러나 “하면 할수록 교육사업은 비즈니스맨이라기보다는 공인이라고 느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한다.그는 “학원도 잘 가르치기만 하면 되는 시대는 지났다”며 “세계적 언어교육추세를 따라잡기 위해 무형자산에 투자를 많이 해야 하는 산업”이라고 강조한다. 영어교육도 “국내에서 잘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미국에서 인정받는 단계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는 원더랜드의 교재와 교육프로그램은 현재 중국과 태국 등에 수출을 추진중이며 온라인 영어교육 포털사이트구축도 마무리단계라고 밝혔다.외국인 강사, 자질 문제 없나무자격 불법 강사 속출 … 강사자격 현실화 시급어린이 영어학원이 ‘노다지’ ‘황금시장’으로 불릴 만큼 급증하면서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외국인 강사 수급문제. “자고 일어나면 주변에 몇 개씩 영어학원이 생기는 실정이니 자격있는 외국인 강사를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라고 학원 관계자는 말한다. 이에 따라 웃돈을 얹은 스카우트 경쟁에 불법, 무자격 외국인 강사가 판을 치는 현상 등이 어린이 영어교육시장에 적신호로 등장하고 있다.국내 외국어 학원에서 강사로 일하기 위해서는 4년제 대학졸업 이상이거나 2년제 전문대학 졸업후 소정의 교육과정을 거친 뒤 강사자격증을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 이들은 대개 학원의 고용확인 및 신원보증에 의해 E2비자를 발급받고 한국에 오는데 6월말 현재 E2 비자를 받고 한국에 입국한 외국인 수는 7천1백여명에 달한다(출입국 관리사무소 집계).그러나 전국에 영어학원이 3천4백여개(한국학원총연합회 통계)에 달하고 이중 절반정도가 어린이 영어학원인데 학원마다 외국인 강사를 적게는 2~3명에서 많게는 5~6명씩을 기본적으로 고용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유자격 강사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E2비자를 받지 않고 여행비자로 입국, 강사로 눌러앉은 자격미달 또는 불법 영어강사들이 적법 강사보다 많을 것이란 추측도 나오고 있다.외국인 강사에 대한 대우는 보통 월 1백80~1백90만원의 월급(하루 6시간, 주 30시간 수업기준)에 왕복 비행기 티켓, 숙소제공, 각종 보험혜택 등이다. 그러나 30만~40만원씩 웃돈을 주고 강사를 빼내 가는 사례가 많아 월급수준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영어권 외국인 강사부족은 국내 영어학원 난립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지난 4월부터 정부가 3년제 학사학위 소지자에 대한 영어강사 자격을 제한하면서 더욱 심각해졌다. 학원 관계자는 “영국 호주 등에 많은 3년제 학사학위를 그동안 국내의 4년 학사학위랑 동급으로 취급해 왔으나 4년제 학사학위만 인정하겠다는 정부의 법해석 강화로 강사수급에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이웃 일본에 일고 있는 영어교육 열풍으로 일본의 대형 학원들이 미국 영국 등 현지에서 고액 연봉을 내걸고 영어강사를 채용하고 있는 것도 국내 강사부족 현상을 부채질하는 요인으로 꼽힌다.김선숙 기자 savvy@kbizweek.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