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판매원들이 변액보험 판매교육을 받고 있다. 푸르덴셜 생명보험.‘변액보험’이라는 낯선 이름의 보험 상품이 지난 7월9일부터 국내 4개 보험사에서 판매되기 시작했다. 89년 처음 도입 논의가 나오기 시작해 실제로 판매되는 데까지 10년이 넘게 걸린 것이다. 시장의 반응은 별로 느껴지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보험업계에서는 이 상품에 대단한 관심을 갖고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 금융정책당국, 실적배당상품의 아성을 도전받을지도 모르는 투자신탁업계 등 다름 금융권도 은근한 긴장을 감추고 있다.왜 변액보험에 관심이 쏠리는 것일까? 국내 보험산업의 미래와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보험사들은 저금리시대가 도래하면서 자산운용에서 역마진이 발생하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역마진이 누적되면 일본에서 그랬던 것처럼 보험사들이 줄줄이 쓰러지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변액보험은 이같은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로 인식된다. 악화된 투자환경에 적응하고 살아남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이해할 수 있다.변액보험이란변액보험이란 글자 그대로 후에 지급받는 보험금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라고 교보생명 정병록과장은 설명한다. 미리 정해진 보험금을 받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운용을 해 본 뒤 그 성과에 따라 더 많은 보험금을 받을 수도 있다는 취지다. 실세금리 반영형 상품인 것이다. 투자신탁회사의 수익증권이나 뮤추얼 펀드와는 불의의 사고에 대비한다는 ‘보장’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보험사들은 변액보험이 계약자들에게 “인플레이션 헤지 효과를 준다”고 말한다. 20년 후에 사망보험금 1억원을 받는다고 계약을 했다면 실제로 돈을 받을 때 1억원의 가치가 훨씬 떨어질 수도 있는데 투자수익에 따라 수령 보험금이 달라지는 변액보험은 이같은 가치 하락을 방지한다는 것이다.운용 수익률에 따라 지급보험금이 달라지기 때문에 보험사의 일반 자산과는 분리돼 별도 계정으로 따로 관리된다. 상품 판매를 시작한 삼성 교보 푸르덴셜 메트라이프 4사중 메트라이프생명은 외부에 운용을 위탁하고 나머지는 자체 운용키로 했다.보험에 투자 상품의 성격을 결합시킨 ‘변액’ 이라는 개념은 미국에서 처음 개발됐고 현재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 미국의 사례를 보면 변액보험은 연금변액보험 변액종신보험 유니버설보험(보장+저축)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 중에서 이번에 우리나라에서 판매가 시작된 것은 ‘변액종신보험’ 한 종류 뿐이다. 상품 내용도 회사별로 차이가 거의 없다. 계약자가 사망하면 가족들에게 정해진 보험금을 지급하는 종신 보험에다 투자 실적에 따라 ‘+α’의 보험금이 덧붙여지는 형태다. 각각 주식을 30∼50%까지 편입할 수 있는 혼합형과 채권형 등이 마련됐다.계약자는 회사에서 설정한 펀드중 원하는 자산운용형태 1개를 직접 선택할 수 있다. 주식편입비율에 따라 계약자가 부담하는 리스크가 달라지므로 고객은 본인의 투자성향에 적합한 펀드를 선택하면 된다. 한번 선택한 펀드는 주식 채권시장 등의 동향에 따라 계약자가 매년 4회까지 펀드변경을 신청해 갈아 탈 수 있다. 펀드의 운용실적은 각 사 홈페이지 변액보험 공시실을 통해 매일 매일 공시된다. 계약자는 언제든지 본인이 선택한 펀드의 투자수익률을 확인할 수 있다. 투자 실적이 나쁠 경우 사망시 지급하는 보험금은 미리 정해두기 때문에 보장되지만 중도에 해지하면 해당되지 않아 원금을 까먹을 수도 있게 된다.생명보험사들 왜 이 상품에 목매고 있나별도 계정으로 운영되는 이 상품을 위한 전산 시스템 등을 마련하기 위해 한 보험사는 30억원이 넘게 투자했다고 밝히는 등 모든 보험사들이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망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변액 보험에 오랜 준비와 투자를 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국내 보험사들은 ‘지금이 중요한 전환기’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수십년간 고금리 속에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면서 크면 무조건 좋은 회사라 생각했던 시절이 끝났기 때문이다. 이제는 무조건 많은 고객을 끌어들일 것이 아니라 영업과 자산운용간의 조화 및 수익성을 추구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 최근 생명보험사들은 저금리가 장기화되면서 역마진 손실을 우려하고 있으며 일부 상품에서는 이미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업계 평균 자산운용 수익률은 연 7.0% 정도에 불과하다. 반면 은행의 수신금리에 비교될 수 있는 보험사의 예정이율은 7.85~8.0%선이다. 1%포인트의 역마진이 나는 것이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이같은 역마진 때문에 생명보험사들의 연쇄 도산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특히 확정 고금리 저축성 보험 비중이 높은 대형생보사들은 설계사들이 해지, 다른 보험 갈아타기 등의 실적을 올리면 보너스를 지급할 정도다. 보험사의 이같은 ‘상품 구조조정’ 으로 삼성 교보 대한 등 대형 생보사 3사가 97∼98년 연 9.5%의 고금리로 판매했던 저축 보험들의 계약 해지 건수가 5개월간 1만7천여건에 달했다.이같은 위험에 대해 다양한 투자기법을 개발한다거나 자산부채종합관리(ALM) 도입등을 통해서도 극복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데 변액보험을 비롯한 상품포트폴리오를 다시 짜는 것도 이같은 노력의 일환이다.여러 유형의 변액상품 중 변액종신보험이 가장 먼저 도입되게 된 이유는 투신사들의 반발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투신사들은 지난해 협회를 통해 금감원에 3차례 이의를 제기해 왔다. 지난해 내놓기 위해 금감원과 업계가 본격적으로 준비를 시작했으나 판매되지 못했던 것도 ‘유사 투자상품’ 이라는 투신업계의 반발때문이었다. 금융감독원 보험감독국 정해석조사역은 “처음부터 논쟁에 휘말리지 말자는 취지에서 투자의 성격은 덜 강조되고 보험의 본래 취지인 보장 성격이 가장 강한 종신보험과 연계한 상품을 내놓게 됐다”고 말했다.성공적 정착· 인기 끌 수 있을까?업계 관계자들은 “시간은 걸리겠지만 앞으로 변액보험이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외국계 보험사는 아예 변액보험에 특화하기로 전략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조사역은 “일단 4개 보험사가 판매를 시작했지만 올해 안으로 1,2개 보험사가 더 참여할 예정이며 중소형사도 시장이 자리를 잡으면 속속 동참할 예정으로 안다”고 말했다. 가장 먼저 선을 보인 변액종신보험은 투자상품으로서의 매력보다는 보장성상품의 성격이 강조되는 데다 종신보험이 최근 널리 알려지긴 했으나 여전히 제한적인 고객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폭발적인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않는다. 그러나 정조사역은 “올 하반기와 내년 초에 걸쳐서 변액양로보험 변액연금보험 등이 나와 상품이 다양해지면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미국에서는 변액보험이 큰 인기를 끌면서 전체 보험상품 중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실패한 상품이 됐다. 교보생명 정과장은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고객에게 충분한 설명을 통해 조심스럽게 판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훗날 운용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날 경우 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에 예전처럼 떠넘기듯 팔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처음 판매되는 상품이라 과거 운용 실적이 없기 때문에 고객들이 보험사를 고를 때 참고할 기준이 없다는 것도 선택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그러나 변액보험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서만은 이견이 없었다. 전산 시스템에 대한 투자 여력이 없는 중소형 보험사들은 대형사들이 시장을 개척하고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 타사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시스템을 구입하는 방법 등을 통해 뒤늦게 시장에 참여하겠다는 정책을 갖고 있다. 당장은 골치만 아프고 별로 생기는 것도 없는 상품이지만 앞으로는 의미있는 상품이기 때문에 서서히 접근하겠다는 소형사의 생존 전략이다. 이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자격증이 필요하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26일 치러진 변액보험 판매 자격 시험에 총 19개 보험사에서 8천4백19명이 응시해 6천여명이 합격했다. 판매는 4개사가 시작했지만 거의 모든 생보사에서 응시한 것이다. 일단 인력을 최대한 확보해 두자는 의도로 앞으로 시장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금감원은 업계에 극도로 조심스런 자세를 요구하고 있다. 분쟁 발생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에 별 말썽 없이 상품을 정착시키려는 것이다. 밥그릇을 뺏길 우려가 있는 투신사들은 보험사의 자산운용능력이 의심스럽다고 말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교보생명 과장은 “단기 운용능력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일지 모른다. 그러나 보험은 초장기 상품이다. 장기 자산은 리스크 높은 단기 자산 운용방식을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고 해서도 안된다. 장기 운용 능력은 보험사가 더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생명 송광철부장도 “뚜껑은 열어 봐야 아는 것 아니냐”면서 자신감을 표시했다.인터뷰송광철 삼성생명 변액보험파트장(부장)“장기적으로 보험사 주력상품 부상”삼성생명은 국내 보험사 중 변액보험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가장 오랫동안 준비해 온 회사다. 송광철부장(36)은 시그나 메릴린치 등을 거친 미국 생보사 출신 계리인이다. 변액보험 및 자산부채종합관리 전문가로 2년전 삼성에 스카우트됐다.변액보험이란 어떤 상품이며 이번에 나온 종신변액은 어떤 상품인가.변액보험이란 회사에서 계약자가 납입한 보험료의 일부로 펀드를 조성하고 그 펀드의 투자실적에 따라 계약자에게 투자손익을 배분함으로써 보험기간 중에 보험금액 환급금 등이 변동하는 실적배당형 보험이다. 이번에 판매되는 변액종신보험은 사망시 기본보험금액에 투자실적을 반영한 변동보험금을 더해서 지급하는 보장성보험이다. 펀드의 운용실적에 따라 사망보험금 및 해약환급금은 변동하지만 사망보험금은 최저보증을 하며 단 해약환급금은 최저보증이율이 없어 경우에 따라서는 원금의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특징이 있다. 투자결과에 대해 계약자 책임의 원칙이 적용되는 상품이다. 하지만 기존의 종신보험처럼 선택특약을 자유조립할 수도 있다.고객의 입장에서 변액보험에 가입하는 것은 어떤 이점이 있나.기존 종신보험의 사망보험금이 인플레에 따른 실질가치가 하락하는 반면 변액종신보험은 투자실적에 따라 사망보험금이 변동하므로 실적이 좋을 경우 실질가치를 유지할 수 있다.삼성생명이 변액보험 상품 도입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는.미국 등에서는 변액보험의 판매가 대단히 활성화돼 있다. 회사입장에서는 저금리시대에 자산운용에 따른 이차 리스크를 줄일 수 있고 고객에게 실질가치 보전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어 양쪽 모두에게 좋다.앞으로 변액보험이 시장에서 얼마만한 위치나 비중을 차지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는가.길게 보면 앞으로 변액저축 변액연금 등이 순차적으로 도입될 경우 보험사의 주력상품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경우 신계약의 약 50% 이상이 변액보험으로 판매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