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과 제휴, 시스템시장 진출도 활발 … 협력사 네트워크 유지에도 심혈

70년대 샐러리맨들 사이에는 “남자가 성공하려면 아내와 비서 그리고 술집마담을 잘 만나야 한다”는 말이 유행했다. 아내와 비서의 역할이 안팎으로 일을 도와주는 것이라면 술집 여주인의 역할은 술을 마시면서 튀어나온 회사기밀이 밖으로 새 나가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이다. 고객에 대한 철저한 신뢰유지가 마담의 핵심 경쟁력이란 얘기다.코오롱정보통신은 자신 있게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마담‘의 역할에서 찾는다”고 말한다. 정보통신관련 외국제품을 들여와 국내에 판매하는 이 회사의 핵심 경쟁력은 세계적인 기업과의 돈독한 관계, 외국기술을 국내에 응용하는 기술력, 그리고 폭넓은 고객 확보 등 ‘신뢰와 네트워크’가 밑천인 ‘마담’과 비슷해서 그렇다.기술개발보다 마케팅에 무게중심이는 국내 많은 기업들이 입버릇처럼 ‘국내 최초의 기술보유’를 떠들지만 실제 매출과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놓고 볼 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코오롱정보통신처럼 기술개발보다는 마케팅에 회사의 중심을 옮기고 제품공급자에서 서비스제공자로 탈바꿈한 중견기업을 찾아보기 힘들어서다. 이런 점 때문에 이 회사는 국내 거대 통신업체와 외국계 기업의 틈바구니 속에서 나름대로 성장의 모델을 찾은 것으로 평가받는다.지난해 세계적 소프트웨어 기업인 CA(Computer Associates)가 국내에 진출하면서 삼성SDS 등 대기업이 아닌 코오롱정보통신과 손을 잡은 것도 ‘판매와 서비스에 주력’하는 코오롱의 전략 때문이었다. 이 회사는 CA와 자본제휴계약을 맺고 시스템통합(SI) 전문기업인 라이거시스템즈를 설립한 데 이어 올해는 MSP(Management Service Provider, 인터넷 인프라를 구축하고 관리해주는 서비스) 전문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등 동반자관계를 다져가고 있다.CA뿐 아니라 글로벌 IT기업인 IBM HP 컴팩 등과 사업제휴나 자본제휴 관계를 바탕으로 고객이 요구하는 제품을 공급하며 새로운 기술과 사업환경에 발빠르게 대처하는 것이 이 회사의 가장 큰 장점이다.지난해 이 회사는 2천1백99억원의 매출과 60억원의 순이익을 남겼다. 1년전보다 매출과 순익이 각각 57%와 4백61%씩 급증했다. 올해 매출목표도 지난해보다 1천억원이 많은 3천2백억원으로 잡았고 상반기 1천4백50억원을 올려 목표달성은 가능할 것으로 회사측은 예상한다. 올해 순이익 예상치는 1백50억원이다. 이 회사의 그룹 매출 의존도는 15%에 불과하다. 통상 SI업체들의 그룹의존도가 50%선인 점을 감안하면 이 회사는 영업력이 좋은 것이다.주력제품은 서버 스토리지 등 IT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장비와 네크워크 통신장비 등 인터넷 인프라 장비, 그리고 개인용 컴퓨터나 노트북 등이다. 이중 매출비중이 가장 높은 제품은 유닉스(Unix)와 NT서버로 총 매출의 56%를 차지한다. 이 분야에서 지난해 코오롱정보통신은 1천4백7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시스템 시장은 HP와 컴팩 IBM, 그리고 LG-IBM 4개사가 유닉스서버와 NT서버시장에서 각각 90%와 71%를 차지하는 등 과점체제로 형성돼 있다. 이들의 정책과 경쟁전략에 따라 시장이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코오롱정보통신은 이들 업체들과 총판권 계약을 맺으면서도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 영업전략을 펴고 있다. 올해는 스토리지 분야에서 세계 1위 업체인 이엠씨(EMC)와 PDA 분야의 최대 기업인 팜(Palm)과 총판권 계약을 맺는 등 신규진출도 준비하고 있다.그룹 매출 의존도 15% 불과IT시스템 구축부문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군에서도 착실히 매출을 올리고 있다. 네트워크 구축 컨설팅 그리고 인터넷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업부문에서 이 회사는 1백86억원을, 또 PC와 노트북 등 판매에서는 3백3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외국계 1위 브랜드와 맺어놓은 제휴뿐 아니라 이 회사는 전국 1천3백개의 협력사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이들을 통해 1차 개발업무와 시스템 설치 등을 맡겨놓고, 코오롱정보통신은 컨설팅 기획 설계 성능관리 기술지원 등 핵심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 기업들에 패밀리 닥터(Family Doctor)의 역할을 할 계획이다. 이는 고객과 1대1 관계를 맺고 이들의 요구와 필요를 진단, 필요한 장비와 시스템은 국내외 연결된 네트워크를 통해 제공하는 것이다.코오롱정보통신은 코오롱 등 특수관계인이 63.7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9월중 공모할 예정이며 공모물량은 4백만주다.애널리스트 시각미래 전산환경 변화 대비, PDA사업도 추진기업의 전산환경은 80년대 중앙집중방식에서 90년대 이후 클라이언트-서버 및 인터넷 환경으로 바뀌었다. 이 때문에 단일 기종 환경에서 여러 회사 제품 및 다양한 기종들 간의 연결이 필요하게 됐다.코오롱정보통신의 경쟁력은 IBM EMC HP 등 세계적 IT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어 다양한 기종을 취급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이 회사는 고객이 원하는 환경에 맞게 IT컨설팅 및 시스템 구축에 주력한다.또 이 회사는 MSP SSP 등 서비스 프로바이더(Service Provider)사업과 모바일 컴퓨팅 및 무선 인터넷 시장의 성장에 맞추어 PDA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미래의 전산환경 변화에 대비하고 있다.Y2K 문제 해결, 인터넷 발달 등으로 99년과 2000년엔 IT관련 기업들이 큰 폭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올해 국내외 경기둔화로 IT관련 투자가 위축돼 이 회사의 성장 역시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된다.박한우·한국투신증권 애널리스트CEO 인터뷰유명열 사장“마케팅 강점, ‘한국의 IBM’ 될 계획”“올해 IT분야의 시장이 어렵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더 성실하고 투명하게 기업을 운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유명열 코오롱정보통신 사장의 올해 목표는 매출 3천2백억원 달성과 코스닥 등록이다. 경기둔화로 시장이 예상만큼 성장하지 못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동안 쌓아놓은 신뢰와 판매 노하우 등을 바탕으로 금융분야와 중소기업분야의 시장을 개척할 계획이다. 지난 상반기엔 올해 매출목표 중 50%에 가까운 실적을 나타내 어려운 상황에서도 목표달성은 가능할 전망이다. 그리고 지난 6월 코스닥 예비심사를 통과, 올 9월 등록할 예정이어서 이 역시 ‘기업을 더욱 투명하게 운영하자’는 유사장의 바람이 성취될 것으로 보인다.유사장은 지난 69년 코오롱에 입사한 뒤 줄곧 한 직장에서 일한 코오롱맨이다. 98년 코오롱정보통신 사장으로 부임할 때까지만 해도 IT 분야에는 문외한이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그는 출근 첫 날부터 직원들과 점심 저녁을 함께 하며 관련 기술을 익히는 데 노력했고 CA의 찰스 왕 회장 등 세계 유명 IT기업 인사들과 어울리면서 기술 동향을 파악했다. 이런 유회장의 노력은 보이지 않게 직원들을 격려하는 힘이 됐고 IMF를 전후로 어려워진 회사를 살리는 데 원동력이 됐다.“회사가 주력하는 IT관련 사업은 건설업과 비슷합니다. 붐이 일기도 하지만 곧 거품으로 꺼지기도 합니다. 이런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기술개발보다는 마케팅 분야에 회사의 역량을 집중해야 합니다. 코오롱정보통신의 목표는 서비스와 마케팅에서 강점을 발휘하는 한국의 IBM이 되는 것입니다.”약력: 46년 대전 출생. 69년 서강대 경제학과 졸업. 69년 코오롱 입사. 85년 원사사업부 이사. 90년 자기기록재사업본부 상무. 96년 코오롱상사 전무. 98년 코오롱정보통신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