팡시옹(Pension). 영어 ‘펜션(Pension)’과 똑같은 뜻의 불어다. 바로 퇴직 후에 받는 연금을 뜻하는 말. 이 말에서 비롯된 신개념 숙박시설 ‘펜션’이 지금 한국 땅에 조용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펜션은 ‘연금’처럼 퇴직후에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해 준다는 뜻에서 같은 이름으로 붙여졌습니다. 유럽 특히 프랑스에서 전원생활을 하면서 경제적 여유를 추구하는 사람들에 의해 시작됐고 70년대 일본으로 건너와 하나의 숙박시설로 발전했습니다.” 현재 전국에 20여개의 펜션을 가맹점 형태로 운영하고 있는 렛츠고월드(www.aletsgo.com) 이학순(40) 사장의 말이다. 이사장은 93년 일본 펜션단지를 방문한 뒤 사업 아이디어를 얻고 96년부터 준비에 나서 지난해 경기도 양평에 펜션 1호를 선보였던 국내 펜션개척의 주인공. 땅이나 집 소유주와의 컨설팅을 거쳐 펜션 개발과 건축, 홍보 및 예약업무를 대신해주는 것이 렛츠고월드의 일이다.가족단위 여행문화 ‘대안’ 자신“현재 국내 숙박시설은 값비싼 호텔이나 시설수준이 엉망인 여관 또는 이미지가 좋지 않은 러브호텔로 양분돼 있다시피 합니다. 한마디로 가족끼리 여행을 갈 경우 부담 없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는 편이죠. 이런 상황에서 펜션은 가족중심의 건전한 휴가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이사장이 펜션에 거는 사업성 이상의 기대다. 현재 정부가 추진중인 주 5일 근무제도 펜션과 같은 건전한 숙박시설의 필요성을 더욱 크게 해준다. 내년에 열릴 월드컵은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좋은 기회가 될 전망. 이를 위해 현재 일본어와 영어로 된 웹사이트도 개발 중이다.올해 안에 50개, 내년까지 1백50여개로 가맹 펜션을 늘리겠다는 것이 이사장의 목표.“펜션은 외국인 여행객들에게도 좋은 쉼터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한국적 색채를 가미한 테마펜션은 외국인에게 문화체험과 함께 깊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숙박시설 부족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테고….” 이사장은 그러나 최근 펜션이 인기를 끌면서 너도나도 수준이하의 시설에 ‘펜션’이란 이름만 붙이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한다. 사실상 현재 시설기준을 정해 놓은 펜션 관련법은 제주도에만 있다. 펜션이 굳이 법적 규제나 기준을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시설수준은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이사장의 바람이다. 렛츠고월드가 가맹점 자격으로 정해놓은 최소한의 시설기준은 방의 경우 개인욕실과 취사시설, 침대 및 방음장치를 갖춰야 하고 밖에는 야외바비큐장 체육시설 등이 있어야 한다.“저희는 펜션의 기본취지를 살리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펜션 소유주 입장에선 노후에 전망 좋은 곳에 살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고 이용자들은 자연과 더불어 저렴하고 편안하게 쉴 수 있다는 점이지요.” 보통 5백평 정도의 땅에 건평 60평, 객실 5개 정도로 펜션을 지을 경우 땅값을 제외한 투자비가 2억3천만원, 월 평균 수익이 4백만원 정도로 꽤나 짭짤한 편. 이용자는 연 회비 1만원을 내고 누구나 인터넷을 통해 예약할 수 있는 데 이용료는 평균 6만~10만원 선이다. 올 여름엔 이미 8월말까지 예약이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