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만 빠진다면 지옥이라도…” 건강보조식품 시장 급팽창, 기구·용품도 덩달아 인기

'다이어트'를 접두어로 한 비즈니스들이 성업중이다. 서울 충무로 월드 여성전용헬스클럽.장면 1. LG홈쇼핑의 다이어트식품 판매방송시간. 전화통에 불이 난다. “순간적으로 1백여통 이상의 전화가 몰려 50명의 텔레마케터와 자동주문전화가 소화해내지 못하는 ‘폭주상태’에 이를 정도”라는 것이 식품 가정팀 MD 이현직 대리의 말이다. 그만큼 소비자들의 호응이 높다. 1주일에 2회, 각각 1시간씩 진행되는 생방송마다 매출규모가 2억원대에 이른다. “비수기에 속하는 7월이지만 매출은 꾸준해 다른 제품들보다 1.5배의 판매실적을 올리고 있다”는 게 이대리의 덧붙인 말이다.장면 2. 서울 중구 명동에 자리잡은 캘리포니아휘트니스센터. 세계적인 휘트니스클럽의 한국체인으로 지상 5층 건물 4백30여평에 1백30여종의 운동기구를 들여놓고 있는 매머드급 헬스센터다. 회원수만도 7천명에 육박한다. 20∼30대의 여성과 직장인이 주고객으로 전체회원의 60% 가량이 여성이다. 지난 7월18일 저녁 7시께 이 곳에서 만난 한 직장여성은 “이 곳에서 운동으로 다이어트를 하는 친구의 소개로 찾았다”며 “요즘 여성치고 다이어트나 몸매관리에 신경쓰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했다.다이어트시장이 후끈 달아 올라 있다. 한여름 무더위 저리 가라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보기 좋고 건강한 몸매를 갖기 위한 ‘구조조정’에 나서는 행렬 때문이다. 우리나라 전체인구의 3분의 1에 육박하는 1천5백45만9천명(한국산업보건진흥원, 체질량지수 기준)의 비만인구와 비만자가 아니면서도 다이어트에 도전하는 사람들이다. 늘씬하고 건강한 몸을 원하는 이들을 겨냥해 다이어트식품과 약품, 다이어트센터, 다이어트단식원, 다이어트화장품 등 다이어트를 접두어로 한 비즈니스들이 성업중이다. 풀무원측에서는 “전체 다이어트 시장이 지난해 1조원대에 이어 올해 1조4천억원대, 2003년이면 2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을 정도다.대기업도 다이어트식품 속속 참여살과의 전쟁을 치르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다이어트관련 비즈니스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곳이 올해 4천억원대로 추산되는 다이어트식품시장. 지난 93년 풀무원에서 처음 식사대용식을 내놓은 이후 대기업 제약사 다단계업체 중소건강식품업체 등이 몰려 혼전을 거듭하고 있다. 제품성분도 식이섬유 키토산 가르시아캄보지아추출물 인삼 등 다양하다. 최근에는 청소년과 어린이들을 겨냥한 음료 요구르트 우유 등을 앞세운 식품업체들도 뛰어들었다. 하지만 시장규모나 업체수는 파악되지 않는 실정. “다이어트시장의 유통구조가 폐쇄적인 데다 음성적으로 거래되는 볼륨이 커서 파악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일동후디스 다이어트사업부 한동령 과장의 말이다. 그만큼 요지경속이다. 특히 “일부 영세업체들의 경우 집중적인 광고로 소비자를 유인해 고가제품을 떠넘기거나 방문판매 다단계판매 등 별도 판매망을 통해 영업을 하다가 문제가 생기면 상표 판매원 등을 바꾸고 다시 영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 고려홍삼판매 배진우 대리의 말이다. 이로 인한 소비자들의 피해도 매년 늘고 있다.(표 참조)현재 다이어트식품사업에 뛰어든 기업을 보면 대기업으로 풀무원외에 생식과 정장제품을 판매하는 대상과 홍삼 다이어트제품을 내놓은 한국인삼공사가 있으며 제약업체로는 일동제약 광동제약 동아제약 일양약품 종근당 동아약품 한미약품 등이 ‘직 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일양제약 경영지원실의 한 관계자는 “다이어트식품판매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 등 기업이미지타격을 우려해서 제약업체들이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며 “대신 회사이름을 빌려주고 판매사로부터 총매출액에서 일정비율의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강제적인 체중감량제라는 언론보도로 다이어트약품으로 복용됐던 이뇨제 설사제 호르몬제 등이 따돌림을 받으면서 무주공산이 되다시피 했던 다이어트약품시장에도 다시 한판 힘겨루기가 나타날 조짐이다. 지난 2월부터 한국로슈가 큰 관심 속에 제네칼을 시판한데 이어 하반기에는 한국애보트에서 리덕틸을 판매할 예정이기 때문이다.최근 젊은 여성들 사이에 인기를 모으는 다이어트상품으로 슬리밍화장품도 빼놓을 수 없다. 바르는 부위의 혈액순환을 도와 수분 지방 등을 제거하거나 피부라인을 살려준다는 제품들이다. 현재 비오템 클라란스 크리스찬디올 입생로랑 엘리자베스아덴 한불화장품 등 국내외 화장품업체들이 제품을 선보이며 각축을 벌이고 있다. 비오템의 김지윤 대리는 “보디슬리밍화장품이 다소 고가에 속하지만 보디케어 제품들 가운데 매출성장률이 가장 높고 꾸준하다”며 “주고객은 20대 중후반의 여성들과 젊은 주부들”이라고 말했다.피부관리센터나 비만관리센터 체형미센터 등의 이름으로 영업을 하는 비만관리센터들도 성업중이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3월에 문을 연 영국계 다국적 체중감량업체인 마리 프랑스 바디라인. 영업 4개월만에 회원수가 6백여명을 넘었으며 이에 힘입어 압구정 강남 분당 등 3개점으로 매장도 늘렸다. 고객은 20대 여성들과 출산여성들이 대부분이다. 랩핑 마사지 등 1회 관리비용이 12만∼25만원으로 다소 비싸지만 영업이 잘돼 조만간 4호점을 낼 예정이다.다이어트기구나 용품들도 인기폭발이다. 특히 AB슬라이드의 경우 설치공간이 필요하지 않은 데다 저렴한 가격과 뱃살로 고민하는 사람들을 겨냥한 광고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다이어트기구의 대명사처럼 됐다. 유사상품이 범람, 일부 제품의 경우 안전성에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을 정도다. AB슬라이드를 처음 수입했던 한주물산의 한광섭 사장은 “지난해 10월에 홈쇼핑을 통해 첫 선을 보인 이후 60여 만개가 팔렸다”고 말했다. 구매층도 다른 홈쇼핑제품보다 폭이 넓어 남녀구분 없이 20∼40대에서 고르게 구매했다는 것이 한사장의 덧붙인 말이다. AB슬라이드 인기에 편승해 최근에는 진동을 통해 복부운동을 도와주는 진동마사지벨트지압 마사지 훌라후프 다이어트풍선 등도 잇달아 등장해 다이어트 도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다이어트바람이 거세지면서 인터넷에도 다이어트 포털을 표방하는 사이트들이 속속 문을 열고 다이어트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엔젤다이어트(www.angeldiet.co.kr) 헬스라인(www.healthline.co.kr) 굿다이어트(www.gooddiet.com) 등10여개에 이른다.다이어트 포털사이트도 속속 등장사회전반에 다이어트 바람이 이처럼 거세고 관련비즈니스들이 성시를 이루는 배경으로 여러 가지가 거론된다. 물론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이 비만과 건강이다. 80년대 후반을 고비로 식생활이 서구식 육류위주로 바뀐 데다 운동량도 부족해 비만에 걸린 사람들이 그만큼 늘어나 다이어트의 필요성이 절실하다는 것이다.그러나 보다 중요한 이유로 오히려 영상매체나 패션산업 등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실제로 다이어트포털사이트 엔젤다이어트피아(www.angeldiet.co.kr)에서 지난 5월에 회원 5백81명을 대상으로 ‘다이어트를 하는 가장 큰 이유’를 물어본 결과 응답자의 75.9%인 4백41명이 ‘스스로 불만족해서’라고 응답했으며 건강 때문이라는 응답은 3%인 20명에 불과했다. 외모 자체에 대한 고려로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이 거의 전부인 셈이다.때문에 사회학자들이나 여성학자들은 언론매체에 의해 전파되는 그릇된 몸이미지를 다이어트열풍의 진원이라고 지적한다. 이화여대 여성학과 김은실 교수는 “우리를 둘러싼 이미지 재현체계가 몸을 중시하는데 이를 전달해주는 미디어권력이 몸이나 이미지 등의 가치를 획일적이고 규정적으로 재구성해 내보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패션산업체들도 다이어트 열기를 부채질하는 한 이유로 지적된다. 이데아패션연구소의 조익래 소장은 “현재 여성의류패션을 보면 슬림사이즈가 주류를 이루며 가장 많이 나오는 게 키 1백62∼1백67cm에 허리 23∼25인치의 여성을 겨냥한 55사이즈”라고 말했다. 아무나 입을 수 없는 옷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일부업체들은 슬림패션의류만을 내놓아 그 브랜드의 옷을 입으면 그만큼 날씬하다는 만족감과 몸매과시라는 효과를 주는 마케팅을 전개하기도 한다.다이어트업체들도 교묘히 다이어트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정해랑연구원은 “비만자가 아닌데도 다이어트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다이어트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다이어트 관련 업체들의 교묘한 상술이 큰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그러나 이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다이어트산업의 성장세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생활수준이 나아질수록 건강과 외모에 대한 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국이나 호주 등 다른 나라들의 다이어트산업도 매년 두자릿수의 성장세를 보이듯 우리나라 다이어트시장도 당분간 두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는 게 한 다이어트식품 업체의 예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