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남성 4명 중 1명 탈모 고민 … “4천억원대 시장 잡아라” 신약·모발이식술 경쟁 치열

최근 들어 모발이식클리닉과 모발 관리센터 등이 급증하고 있다. 스벤슨코리아보험회사에 다니는 김철영씨(34)는 두 달 전부터 뜻하지 않던 고민이 생겼다. 어찌 된 일인지 머리를 빗을 때마다 한 웅큼씩 머리카락이 빠져 나왔기 때문이다. 최근엔 머릿살이 허옇게 드러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해졌다. 사람을 자주 만나는 직업이다 보니 어떻게든 해결은 해야겠다 싶어 피부과 상담도 받아 보고 효험이 있다는 약도 사다 먹고 발라도 봤다. 고생도 고생이지만 들어가는 돈도 만만치 않다.대한피부과 개원의협의회에 따르면 국내 탈모 인구는 20세 이상 성인 남자만 쳐도 3백50만명에 이른다. 성인남성 4명 중 1명이 탈모로 고민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여성과 청소년 탈모인구까지 더하면 그 수는 더 많아 실제 탈모 인구는 1천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협의회측은 추정한다. 이 때문에 이들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탈모관련 시장도 그 규모가 클 수밖에 없다.현재 국내 탈모방지 및 발모촉진 시장규모는 약품 식품 부외품 화장품 등 먹고 바르는 종류만 따져도 연간 2천억원대는 족히 될 것으로 업계에선 내다본다. 최근 들어 급증하는 모발이식클리닉과 모발관리센터까지 포함하면 적어도 4천억원대 규모의 대형 시장이 형성돼 있다고 볼 수 있다. 탈모 시장을 ‘쑥쑥’ 키우는 부문은 먹는 발모제와 머리카락을 심는 식모술, 그리고 두피 마사지를 위주로 한 모발관리 등 크게 3종류로 나뉜다.두피모발 전문관리 부문에서 대표적인 업체는 스벤슨코리아다. 여기서 운영하는 스벤슨 헤어센터는 탈모현상을 두피모발학(Trichology)에 근거해 과학적인 관리를 하는 것으로 탈모를 막거나 늦추는 프로그램이다. 스벤슨은 1956년 영국에서 설립돼 현재 전세계에 약 1백50개의 센터를 운영하는 다국적 브랜드. 두피모발 전문가가 특수모니터를 통해 증상을 분석, 라벤더 로즈메리 오렌지 등 천연 약초에서 추출한 천연 추출액을 두피에 바른다. 그 다음 특수전자 장치를 이용해 추출액의 흡수를 도와 혈액순환과 모공을 활성시키는 원리다. 본인에게 가장 적합한 처방을 집에서도 받을 수 있다.세계적 모발관리 업체 한국진출 러시두피모발 전문센터인 스벤슨이 국내에 진출한 것은 지난 98년. 현재 6천명이 넘는 고객과 6개의 센터를 운영중이며 지방 대도시에도 곧 센터를 추가로 열 예정이다. 스벤슨 헤어센터에서 한번 관리하는 데 30~50분정도의 시간이 걸리며 개인별 프로그램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1주일에 1~2회 정도 관리를 받게 된다. 비용은 1회당 4만~5만원 선이다. 김숙자 스벤슨코리아 사장은 “유전적 요인 말고도 과다한 스트레스 공해 등으로 남성뿐 아니라 젊은 여성층에까지 탈모 현상이 확산되는 추세”라며 “최근엔 여성고객이 늘어 98년 설립 초기 당시 전체 고객수의 10% 미만에서 최근 40%까지 육박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역시 두피모발 전문관리업체인 스펠라랜드의 경우는 자사가 내놓은 ‘스펠라 707’을 활용해 개인별 관리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스펠라707은 한방에서 모발의 영양 공급과 발모 효과가 높다고 알려진 행인 도인 당귀 동충하초 인삼 등으로 만든 생약 발모제다. 스펠라랜드 이정준 대리는 “개인의 두피와 모근 상태에 맞는 시약 및 기기를 이용해 주 1~2회 관리해 주고 집에서 사용하는 샴푸 등 제품도 제공하는 등 다각도로 탈모를 관리해 준다”며 “서울에 12곳을 비롯, 전국에 약 30개의 탈모관리센터가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P&C인터내셔널 WT메소드 등 2~3개의 두피모발 관리 업체가 있다.대머리 치료에 있어 가장 확실한 방법은 역시 모발이식수술이다. 현재까지 3백회 이상의 모발이식수술을 해온 고운세상피부과의원 안건영 원장은 “상담과 시술을 원하는 환자가 계속 늘어 요즘 같은 방학기간엔 매일 수술 스케줄이 있다”고 말했다.대머리 환자들은 앞머리 위주로 머리카락이 빠지는 반면 뒷부분은 숱이 그런대로 유지되는 것이 보통. 따라서 뒷머리카락을 이용해 숱이 없는 부위에 이식하는 ‘자가모발이식’ 수술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러나 이식 면적에 한계가 있어 수술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단점도 있다. 네오성형외과 김성욱 박사는 “정상인의 모발 수는 약 10만개로 탈모가 최대한 진행됐을 때 약 75%의 두피가 탈모된다”며 “이때 남아 있는 모발 부분은 약 25%인데 이를 이용해 75%나 되는 면적에 이식해야 하므로 같은 간격으로 이식하다 보면 자연미가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최근엔 인상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곳인 앞쪽 헤어라인에 모발을 집중적으로 이식하고 정수리 부분은 과감히 포기, 머리를 빗어넘겼을 때 정상적인 모발의 형태에 가깝도록 디자인하는 게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가장 각광받는 대머리 치료 방법은 수술이다.2년전만 해도 1천~2천개 정도 이식하는 것이 보통이었으나 요즘엔 모발을 채취하고 이식하는 기술이 발달해 2천5백~3천개 정도는 무리없이 시술할 수 있다. 따라서 이식 단가도 2년전 머리카락 1개당 5천원이던 게 요즘은 3천원 정도로 낮아졌다. 1백만~4백만원 정도 들어가는 셈이다. 모발이식은 3~6개월 간격으로 2~4회 실시해야 해 시간이 제법 걸린다.더 이상 머리카락이 빠지지 않게 하는 탈모방지제와 발모촉진제도 꾸준한 성장을 하고 있다. 이 시장은 약 2백50억원 규모며 제일제당의 ‘모발력’과 태평양제약의 ‘닥터모’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 제일제당의 탈모방지제 ‘직공모발력’은 탈모 방지는 물론 솜털을 자라게 해주는 육모 효과와 가늘고 약해진 모발을 굵고 튼튼하게 해주는 양모 효과를 통해 기존제품의 단순 탈모방지 기능보다 훨씬 탁월한 효능이 입증됐다. 제일제당 뉴카팀의 정채환 대리는 “발모촉진 에너지를 직접 생성하는 PDG 성분, 세포 활성과 증식을 높이는 ‘코레우스엑기스’ 성분이 들어 있어 솜털을 자라게 하는 육모효과는 물론 모발을 굵고 튼튼하게 해주는 양모효과도 크다”고 설명했다.한국형 탈모방지제 잇따라 출시태평양제약의 ‘닥터모’는 96년 첫 판매 이후 꾸준한 호응을 얻고 있는 제품이다. 모세포의 활성둔화와 대사저하로 인해 야기되는 탈모치료에 집중했다. 모발구성의 중요 요소인 시스틴을 침투하기 쉬운 형태로 변화시켜 모세포의 대사를 활발하게 하고 혈행을 촉진시킨다. 또 천연산수유 추출물을 첨가해 두피건조와 자극을 완화시켰다.지난해 5월엔 탈모방지성분을 강화한 ‘뉴 닥터모’와 전용샴푸 ‘닥터모 두피클린저’를 내놓았다. 뉴 닥터모는 특허물질인 세라마이드 PC107을 첨가해 보습성을 높였으며 여성이나 젊은층의 사용을 위해 부드러운 향을 채택했다. ‘두피클린저’는 지성 건성 민감성 등 각 두피 특성에 알맞게 만들어진 전용 샴푸다. 이와 함께 모발관리프로그램도 운영, 탈모진행자들을 위해 무료상담도 벌이고 있다. 현재 약 4만명의 닥터모회원을 대상으로 실시중이다. 개개인의 두피상태와 탈모증상에 따라 탈모상태를 진단, 올바른 치료방법 및 생활습관 식습관 등을 안내하고 있다. 태평양제약의 이강우 대리는 “탈모의 경우 지속적이고 꾸준한 치료를 요하므로 약국과 소비자들을 연결, 약사의 전문적 상담을 받고 지속적인 관리가 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탈모방지 신약들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국MSD의 ‘프로페시아’와 대머리 치료약 연구학자인 미국 플로리다 대학교의 마티 사와야 박사가 개발한 ‘두타스터라이드(Dutasteride)’가 대표적이다.한국MSD의 ‘프로페시아’는 본래 전립선비대증 치료제로 개발돼 97년 FDA의 시판승인을 받은 프로스카에서 파생된 신약이다. 프로페시아를 먹은 대머리 환자들에게서 부작용으로 털이 나기 시작하자 아예 발모제로 용도를 바꾼 것이다. 주성분인 ‘피나스테라이드’가 탈모현상을 부추기는 DHT(테스토스테론 탈수소 효소)의 생성을 막는 작용을 한다.한국MSD의 모진 마케팅담당 상무는 “미국에서 2년간 1천8백79명을 대상으로 임상실험한 결과 83%에서 머리털이 빠지는 현상이 멈췄고 66% 이상에서 발모촉진 효과를 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성욕감퇴 발기부전 등 부작용도 지난 5년간의 임상 데이터를 통해 거의 발생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3월 미국피부학회총회에서 발표됐다”고 밝혔다.‘두타스터라이드’의 경우 초기 실험에서 모발을 회생시키는 데 극적인 성공을 거뒀다는 ‘옵서버’ 지 발표와 기존의 두피 치료제와는 달리 정제 형태의 복용약으로 초기 실험이 성공하자 약의 구입방법을 묻는 e메일이 쇄도했다. 그러나 아직 임상실험이 끝나지 않은 상태다.이외에도 바르는 탈모억제제인 파마시아의 ‘미녹시딜(성분명)’도 있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지난 88년 처음 탈모방지제로 승인한 의약품으로 미국 파마시아의 ‘로게 인’이 오리지널 품목이다. 국내서는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돼 자유롭게 구입할 수 있다. 미녹시딜은 원래 고혈압 치료성분으로 사용되던 것이지만 발모 효과가 나타나면서 탈모 방지제로 개발됐다.가발·기능성 샴푸 시장도 확대먹는 발모촉진제로 국산품 중엔 한국H&C의 ‘모리가나’가 있다. 검정콩과 다시마 효모 미역 들깨 등을 원료로 한 이 제품은 국내 7천여명 이용자 중 70% 이상이 효과를 보았다는 게 한국H&C측의 주장.미국식품의약국과 일본 통산성 후생성으로부터 발모촉진 기능성 식품으로서의 안정성도 인정받았다. 최근 일본에 수출돼 큰 인기를 얻고 있다.관리를 받아도 안되고 먹고 발라도 별 효과를 못 거뒀다면 ‘속 편하게’ 가발을 쓰는 것도 한 방편이다. 국내 가발 시장 규모는 탈모부위를 가리는 기능형 가발외에 패션형 가발까지 합쳐서 시장 규모가 최소한 6백억원 정도. 밀란인터내셔널과 하이모가 대표적인 업체로 선두를 지키고 있다. 밀란은 고객의 탈모 부위를 정확히 측정하고 탈모 진행정도를 파악한 후 본인의 모발색상 굵기에 맞춰 제품을 제작해준다. 탈모 부위만을 제작하고 두꺼운 인조피부 대신 0.3㎜의 투명섬유를 사용해 착용감이 뛰어나고 사우나와 운동도 할 수 있다.밀란의 김현식 과장은 “노란색 머리 곱슬머리 등 특이한 모발도 제작이 가능하며 브릿지 염색까지도 해준다”고 말했다. 가격은 1백만∼1백30만원 정도며 제작기간은 20∼25일이다. 1년 동안 무료 AS도 받을 수 있다. 전국에 18개 직영매장을 운영하는 하이모는 특수가발 판매, 탈모 방지를 위한 육모시스템 개발을 한 데 이어 저자극 약산성 샴푸 등도 판매하고 있다.소극적이긴 하지만 탈모방지용 샴푸도 약간의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스벤슨코리아는 모발을 힘있고 탄력있게 만들어주는 샴푸를 판매하고 있다. 클라란스의 헤어샴푸는 팜 야자유 성분을 함유해 탈모를 방지한다. 식물성으로 지성 건성 모발을 중성으로 해주는 시슬리의 샹삐엠 샴푸도 있다. 그러나 이들 제품은 최고 6만원이 넘는 고가품들이다. 수입 고가 샴푸에 대응한 중가 제품도 나왔다. 비듬제거 기능을 가진 한국P&G의 팬틴 샴푸를 비롯해 비달사순의 딥 클린징 샴푸, 항비듬 성분을 내세운 태평양의 덴트롤 샴푸등이 있다.“빛나리들 모여라”탈모 커뮤니티 ‘붐붐’사이버 공간에서 탈모로 고민하는 사람들의 모임도 활발하게 만들어지고 있다. 탈모워(www.talmowar.com)를 비롯해 노발드(www.nobald.co.kr), 대다모(www.daedamo.com) 등이 대표적인 ‘탈모’ 커뮤니티들이다. 이들은 ‘탈모’로 인한 고민을 함께 풀고 이를 방지하거나 치료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협력하기도 한다. 새로 나온 제품이 있으면 이를 먼저 써 본 사람이 게시판에 올려놓고 그 효과를 알려주기도 한다. 온라인상에서 탈모치료 전문 의사를 초빙해 상담을 듣기도 한다.자신들의 콤플렉스를 ‘건드리는’ 사안에도 공동 대처한다. 대머리를 소재로 한 모 제과업체의 TV CF가 자신들의 이미지를 손상시켰다는 이유로 항의하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공식사과도 받아냈다. 최근엔 이들 커뮤니티 사이트들을 대상으로 한 탈모관련업체들의 마케팅도 눈에 띄고 있다. 심지어 모니터링에 활용하거나 아예 사이트 운영의 스폰서가 돼 주는 경우도 있다.이들 사이트들을 대상으로 불법 영업을 시도하는 유통업자들도 생겼다. 2개월치에 12만원 정도로 고가인 ‘프로페시아’가 부담스런 회원들을 상대로 의료보험 혜택이 있어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립선비대증 치료제인 ‘프로스카’를 구입해 이를 프로페시아로 둔갑시켜 인터넷에 유통시키는 방식이다.한 탈모 치료 전문의는 “전립선 비대 증상은 나이가 많은 연령층에서 많이 나타나 이들 가운데 5㎎짜리 정제약인 프로스카를 5등분으로 쪼개 1㎎짜리 프로페시아로 만들어 파는 사례가 종종 있다”며 “이는 불법일 뿐 아니라 자칫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