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이 보약’이란 말이 있다. 아무리 좋은 약을 먹어도 ‘끼니’를 거르면 병에 걸리기 쉽다는 뜻이다. 엄밀히 말해 인삼 녹용 등 ‘진짜’ 보약의 효과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근데 요즘 진짜 밥이 보약인 시대가 되고 있다. 보약만이 아니다. 머지 않아 쌀만 먹으면 살이 빠지거나 쌀밥이 치명적인 당뇨병 환자도 쌀밥을 마음놓고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몇몇 바이오 벤처가 다이어트쌀 당뇨예방쌀을 개발하고 있다. 건강과 밥맛을 생각한 ‘기능성쌀’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현재 유통되고 있는 기능성쌀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쌀 표면에 영지 상황 동충하초 등 버섯균을 배양시킨 버섯쌀이 있고, 칼슘 키토산 DHA 인삼 등 기능성 물질을 코팅한 쌀이 있다. 여기에 음이온수로 씻은쌀, 영상 5도에서 보관한 냉각쌀, 현미 백미 콩 등 수십 가지의 양곡을 압축해 쌀 모양으로 만든 성형쌀 등이 있다. 하지만 주류는 버섯과 기능성 물질 코팅쌀이다.‘배불리’ 가고 ‘맛있게’ 먹는 시대기능성쌀의 등장은 주식으로서의 쌀에 대한 관심이 ‘양’에서 ‘질’로 변화하면서 부터다. ‘배불리’ 먹는 시대가 가고 건강을 생각하면서 ‘맛있게’ 먹는 시대가 온 것이다. 또 농산물 시장 개방에 따른 작금의 한국 쌀산업과 무관하지 않다. 업계 전문가들은 2004년에 완전 개방되는 쌀 시장에 국내 농가나 관련업체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수입쌀과 차별화 될 수 있는 ‘요소’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그 요소가 바로 기능성쌀인 셈이다. 여기에 점차 줄어들고 있는 쌀 소비량도 한 몫하고 있다. 서구식 식생활이 생활전반으로 파고 들면서 매년 쌀 소비량이 줄어들고 있다. 농림부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93.6kg으로 30년 전인 1백35.3kg보다 20kg이 줄었다고 밝혔다. 결국 쌀소비가 줄어들면서 일선 농가와 양곡가공업체는 경영난에 몰리게 된 것이다. 이래저래 한국 쌀산업은 궁지에 몰려 있는 것이다.버섯 등 기능성을 강화한 쌀시장은 지난해부터 형성되기 시작해 올해를 기점으로 성장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관련업계에선 기능성쌀 시장 규모를 많게는 5백억원대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국내 유통되는 양곡시장의 1%로 본 수치다. 농협 등 관련업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양곡 총 시장 규모는 약 10조원. 이 중 실제 유통 시장 규모를 5천5백억원 순으로 추정하고 이 중 1%를 기능성쌀 시장으로 잡은 것이다. 한국식품개발연구원 쌀연구팀 이상효박사는 “기능성쌀의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며 “2004년 쌀시장 개방 이후 한국 쌀산업이 가야 할 방향은 기능성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현재 기능성쌀은 일반쌀보다 10~20% 정도 더 비싸지만 당뇨병 등으로 식이요법을 해야 하는 환자가 있는 가구나 가족의 건강에 관심이 많은 주부들을 중심으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기능성쌀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점차 확대되자 기능성쌀을 개발 판매하고 있는 미농바이오 인산 제네티카 대덕바이오 엠바이오 라이스젠 등 바이오업체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버섯쌀의 대표적인 업체인 미농바이오는 지난 99년 ‘미농’브랜드로 상황버섯쌀을 출시한 이래 동충하초버쌀 상황버섯보리 등을 잇따라 개발, 판매하고 있다. 미농바이오는 월 25t의 대량생산 체제를 갖추고 전국에 45개 대리점을 구축하고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갔다. ‘동방의 붉은 쌀’을 출시한 엠바이오는 쌀 유통업체인 쌀맛나는세상과 공동으로 롯데백화점 등에서 기획전을 열고 식품업체와 제휴를 모색하는 등 판로 확보에 들어갔다.유기농 재배·친환경 쌀 인기쌀 톨에 버섯균이나 기능성 물질을 코팅한 것과 달리 백미 현미 보리 인삼 등 여러 가지 성분을 합쳐 쌀 모양으로 만든 성형쌀도 등장한 관심을 끌고 있다. 정원할맥으로 유명한 정원산업이 이 시장에 포문을 열었다. 정원산업이 개발한 ‘헬프미 인삼쌀’은 현미 보리 백미 밀 콩 수수 인삼을 섞어 만든 것. 이 제품은 고압의 압축성형기를 이용해 쌀 모양으로 만들어졌다.콩과 같이 잡곡 형태로 섞어 먹어야 하는 기존의 기능성쌀과 달리 주식으로 밥을 지어 먹을 수 있는 제품도 나왔다. 벼를 도정한 후 음이온수로 전분을 제거해 밥맛을 높인 ‘씻어나온쌀’을 개발 판매하고 있는 라이스텍이 8월말께 게르마늄 키토산 성분이 코팅된 기능성쌀을 출시할 예정이다.기능성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일반 농가에서도 환경과 건강을 생각한 고급쌀 생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아직은 전체 농가의 1%도 안되는 수준이지만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은 고품질의 쌀 생산은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올해 1천만섬 이상의 쌀 재고가 예상되는 가운데 점차 경쟁력을 잃어 가는 일선 농가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유기농법이나 무농약 저농약으로 재배되는 친환경쌀은 유기토양으로 만들기 위한 2~3년의 전환 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투자 위험은 있지만 일반쌀보다 평균 20~30% 비싸게 받을 수 있어 농가 소득 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기능성쌀 효능 있나?‘있다 없다’ 단정 일러 … 실험중!일반인도 쉽게 구입해 먹을 수 있는 기능성쌀은 과연 어느 정도 효능이 있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직 ‘실험중’이다. 일부 동물실험에서 효능을 확인하긴 했지만 임상실험을 진행하는 단계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예 효능이 없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쌀에 부가된 기능성 물질 자체가 이미 효능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 있기 때문이다.문제는 이들 기능성 물질이 배양되고 코팅된 후 밥을 하는 과정에서 유용성분이 남아 있느냐다. 버섯쌀의 경우 버섯을 구성하고 있는 물질 가운데 80%를 차지하는 복합다당체는 항암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복합다당체는 실험결과 밥을 짓는 온도에서도 파괴되지 않고 효능이 남는 것으로 밝혀졌다. 대표적인 버섯쌀 생산업체인 미농바이오는 현재 암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실험중이라며 암에 걸린 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63%의 생명연장효과를 확인했다고 전했다.반면 인삼 키토산 칼슘 등 기능성 물질이 코팅된 쌀은 그 효능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한쪽에선 쌀 한 톨에 포함된 기능성 물질의 함량이 미미하기 때문에 효능을 보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또 다른 한쪽에선 칼슘 키토산 DHA 등 기능성 물질도 밥을 짓는 온도에선 파괴되지 않고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본래의 기능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이처럼 기능성쌀에 대한 효능과 주장이 엇갈리는 것은 공신력있는 기관을 통한 효능 검사 결과가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기능성쌀은 단순히 쌀의 원형을 갖고 있는 양곡으로 분리돼 별다른 기준이나 검사없이 유통됐다. 이에 전문가들은 기능성쌀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을 감안해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기능성쌀 효능에 대한 기준을 정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