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4·119·2080 등 숫자조합, 원하는 메시지 ‘쏙쏙’ 전달 … 온라인업체서도 활용 늘어

1124 2080 815 808 119 1224….이 숫자가 의미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단순한 숫자의 모음처럼 보이는 이 숫자들이 사실은 브랜드 이름이다. ‘발음하기 쉽고 오래 기억되며 타깃 소비자층에 친근한 느낌을 줘야한다’는 브랜드 네이밍의 기본원칙에 가장 잘 들어맞는 것이 바로 숫자라는 이유 때문이다.소비제품의 브랜드 이름뿐만이 아니다. 인터넷 기업의 웹사이트 주소나 사이버상의 프로모션 전략으로도 숫자를 사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안녕하세요’가 아닌 ‘안냐세요’, ‘Who are you?’가 아닌 ‘Who.A.U’가 통용될 만큼 압축의 미를 추구하는 디지털 시대. 짧으면서도 많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숫자마케팅을 활용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추세다.‘1124’는 LG전자가 올해초 새롭게 선보인 대용량 김치냉장고의 이름. ‘오늘 담근 김치 맛을 1년 12개월 4계절 내내 유지해 준다’는 뜻이다. 96년 만도공조의 딤채로 시작된 김치냉장고 시장은 97년 삼성전자를 비롯한 가전업체들의 잇따른 시장진입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LG전자의 경우 99년 비교적 늦게 서랍식 김치냉장고라는 새로운 컨셉으로 김치냉장고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후발주자로서의 한계를 의식해야만 했다.그래서 올해부터 들고 나온 전략이 기능을 다양화하고 용량을 대형화한 1124 전략. LG전자 측은 김치냉장고의 구매이유가 단순한 김치보관용에서 김치 이외의 식품 보관용으로 확대되고 있음에 주목해 ‘냉동식품 보관기능’과 ‘살얼음 싱싱기능’을 채택한 1124를 내놓게 됐다고 전한다. 따라서 LG의 1124는 육류와 생선은 물론 야채 과일 쌀 와인까지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는 다기능에다 김치를 많이 보관하지 않을 때도 4계절 내내 전체 용량을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우고 있다. LG는 1124를 통한 다기능 전략으로 1백30만대로 예상되는 올해 김치냉장고 시장에서 5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기대하고 있다.2080은 애경산업이 내놓은 치약 브랜드다. 정확한 명칭은 ‘덴탈 클리닉 2080’으로 ‘20개의 건강한 치아를 80세까지’란 치아건강 비전을 담고 있다. 애경산업은 몇년 전 세계치과학회에서 연구 주제로 다룬 ‘80세까지 20개의 치아를 보존하자’는 ‘8020운동’에서 브랜드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러나 소비자 조사결과 발음 및 기억하기가 더 쉽고 정서적으로도 ‘2080’이 낫다는 의견에 따라 브랜드 이름으로 ‘2080’을 택했다.디지털 시대 ‘압축의 미학’ 의미 부여98년 12월 첫선을 보인 이 치약은 고가의 다른 치약에 비해 20% 싼 것도 특징. 당시 시장 상황은 IMF영향으로 고가의 미백형 치약이 쇠퇴하고 온 가족이 쓸 수 있는 저렴한 가격대의 패밀리형 치약이 인기를 끌던 때기도 했다. 덕분에 애경산업의 2080 치약은 출시 8개월만에 시장 점유율 7%를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숱한 히트상품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99년 상반기 히트상품, 한국경제 소비자대상 선정, 98~2000년 치약부문 3년 연속 고객만족도 1위(한국능률협회 컨설팅), 2001 브랜드 스타 대상 수상(한국경제, 넥스타컴)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는 물론 2080으로 상징되는 국민 치아건강 운동도 한몫을 했다.‘119 구조대’를 연상시키는 ‘119’는 LG생활건강의 위생환경제품 브랜드 이름이다. LG생활건강이 97년 첫선을 보인 119 브랜드는 냄새아웃 곰팡이 아웃 냄새방 파란샘 등과 같이 다양한 브랜드로 판매하던 각종 가정용 위생용품을 119 시리즈로 통합한 것. 현재 냄새제거 곰팡이제거 세균제거 에어컨 살균세정 변기살균세정 냉장고냄새제거 등 총 6개 제품이 119란 단일 브랜드로 판매되고 있다.LG는 119란 브랜드와 함께 ‘힘슨(HimSon)’이란 캐릭터를 도입해 제품용기에 활용함으로써 브랜드 이미지를 극대화하고 있는 것도 특징. ‘힘슨’은 힘을 쓴다는 우리말 표현에서 따온 복합어로 강한 남성미를 상징한다. LG생활건강은 “119 구조대와 힘슨이 결합된 119 시리즈는 세균과 냄새 등 사람에게 해로운 것들을 소방관이 불을 끄듯 단번에 제거해줄 수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며 “덕분에 별다른 광고 없이도 브랜드 통합 이전에 비해 5배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밝혔다.이밖에 범양식품의 ‘콜라독립 815’는 광복절에서 따온 숫자로 다국적 대기업인 코카콜라에서 독립하며 전국민의 애국심에 호소하는 전략을 구사했고 숙취해소음료 ‘여명 808’은 8백8번째 실험 끝에 제품화에 성공했다는 뜻에서 브랜드이름을 지었다. 태평양의 ‘아이오페 레티놀 2500’은 레티놀이 2천5백IU 함유됐다는 뜻에서, 남양유업의 ‘이오’ 요구르트는 몸에 이로운 성분이 5가지나 첨가됐다는 의미에서 붙여졌다.온라인업체들의 숫자 활용전략은 주로 웹사이트 이름에서 많이 엿볼 수 있다. 웹 114(www.web114. co.kr)는 전화번호 114 서비스처럼 웹서비스의 안내자 역할을 자청하고 있으며 inews24 (www.inews24.com)는 24시간 내내 빠른 기사전달을 모토로 하고 있다. 또 모닝365(www.morning365. com)는 ‘365일 내내 행복한 아침’을 슬로건으로 내건 인터넷 도서판매 및 지하철 택배 서비스업체고 1318 클래스(www.1318class.com)는 13세부터 18세까지의 학교교육 전문 사이트다.여기에 최근 온라인 업체들은 각종 프로모션에 숫자를 활용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주)하늘사랑(대표 나종민)이 게임서비스 스카이게임(game.skylove. com)을 홍보하기 위해 8월1일부터 시행하는 ‘1224오세요(이리이사오세요)’ 프로모션이 대표적 사례. ‘1224’는 ‘12가지의 다양한 이벤트가 24일 동안 계속된다’는 의미에다 다른 게임 사이트를 시용하고 있더라도 이번 기회에 게임 근거지를 이 쪽 스카이게임으로 옮겨 오라는 중첩적인 뜻을 담고 있다.스카이 게임의 유형별 메뉴이름을 가장 예쁘게 지어주는 사람을 뽑아 사이판 무료 여행권을 주고 불시에 게임에 합류한 운영자와의 대결에서 우승하면 티셔츠를, 아바타채팅 ‘EX-LOVE’와 말을 키워 경마대회에 출전시키는 ‘명마만들기’ 등이 프로모션의 주요 내용들이다.하늘사랑 게임팀 한덕희씨는 “숫자 마케팅은 숫자 몇 개만으로 원하는 메시지를 회원들에게 정확히 전달할 수 있고 또 숫자 본연의 의미 외에 여러 가지 의미를 오버랩 시킬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이미 효력을 인정받은 오프라인에 이어 온라인에서도 더욱 확산될 전망”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