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가 세상에 첫선을 보인지 50여년이 지났고 개개인의 책상앞에 놓인 PC가 등장한 지도 20년이 넘었지만 컴퓨터는 여전히 다루기 불편한 물건으로 인식되고 있다. 컴퓨터를 작동시키는데 키보드와 마우스를 사용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컴퓨터는 책상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사용하기 번거로운 존재가 되고 있다.컴퓨터에서 키보드와 마우스를 없앨 수는 없을까.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행사가 지난 13~17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미국컴퓨터협회(ACM) 산하의 컴퓨터 그래픽 분야 커뮤니티가 개최한 컴퓨터 그래픽 분야 학술회의 및 전시회인 ‘시그래프(SIGGRAPH)2001’에서는 키보드를 대신할 새로운 휴먼-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들이 선보였다. 특히 뇌파나 감각을 이용한 기술들이 눈길을 끌었다.노스웨스턴대학이 소개한 실험은 컴퓨터를 생각만으로 작동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뇌에 연결된 장치에 빛을 쬐면 신호가 뇌에 전달되고 그에 따라 신경물질이 방출돼 실험장치에 연결된 바퀴를 빛 쪽으로 회전시킨다는 것이다.보다 실용성에 근접한 인터페이스 기술은 퍼듀대학이 선보인 감지능력을 가진 의자다. 이 의자에 사람이 앉아 운전 시뮬레이터를 작동시키도록 돼 있다. 몸을 앞으로 기울이면 속도가 올라가고 뒤로 젖히면 브레이크가 작동하게 된다. 또 오른쪽으로 기울이면 오른쪽으로 돌고 왼쪽으로 기울이면 왼쪽으로 회전하는 식이다. 이 기술은 문자를 입력하는데 사용할 수는 없지만 마우스를 대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감각기술을 이용한 또다른 기술은 분자 수준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센서를 부착한 펜. 도쿄대 연구팀이 선보인 이 펜은 실제로 기름 위를 지나가다가 물을 만나면 멈추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 기술은 암 수술 같은 곳에 활용될 수 있다. 암세포를 잘라내다가 정상 세포가 있으면 멈출 수가 있다는 것이다.그러나 이같은 신기술들이 실제 활용되려면 아직 멀었다. 지금까지 선보인 여러 가지 키보드 대체 기술들이 아직 완전한 수준에 이르지 못한 것처럼.지금까지 선보인 키보드 대체 기술 가운데 가장 앞서있는 것은 필기문자인식 기술. 컴퓨터 스크린 위에 글씨를 쓰면 컴퓨터가 이를 판독,문자를 입력하거나 컴퓨터를 작동시키는 것이다. 이 기술은 이미 개인정보단말기(PDA)나 포켓PC 같은 제품에서 채용되고 있다. 또 일부에서는 음성으로 작동하는 PC도 나오고 있다.그러나 이들 기술은 아직 완전한 수준에 이르지는 못한 실정이다. 손으로 쓴 문자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몇 번이나 다시 쓰는 경우가 적지 않고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해 엉뚱한 결과를 내놓기도 한다. 정확성 면에서 아직 키보드나 마우스에 훨씬 못미치는 형편이다.기술 수준 불완전 …상용화는 아직 멀어한편 이번 전시회에서 한국계 벤처기업 2개사가 3차원브라우저를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한국의 아이투소프트가 지난해 실리콘밸리에 설립한 현지법인인 넥스터넷과 고미드는 인터넷의 3차원 정보를 볼 수 있도록 해주는 브라우저인 피보론(Pivoron)과 아이커넥터(iConnecter)를 각각 출품해 관람객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시그래프2001’에는 약 4만명이 참가했으며 전시회에서는 약 3백개 기업이 컴퓨터그래픽솔루션 모션캡쳐시스템 등의 제품을 선보였다. 이번 행사 기간중 컴퓨터 그래픽 전시회와 컴퓨터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이 함께 열렸다. 아카데미상 시상식이 열렸던 슈라인 오디토리엄에서 열린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는 단편 애니메이션과 최근 선보인 영화에 사용된 애니메이션 등 1백20편의 제품이 소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