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B가 금리를 내렸으나 침제된 증시와 경기회복에 별다른 효과르르 나타내지 않는다면 그만큼 부작용이 우려된다. 뉴욕증시당초 예상대로 8월21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회의에서 연방기금금리와 공정할인율을 각각 0.25%포인트씩 내렸다. 연방기금금리의 경우 올들어 7차례에 걸쳐 모두 3%포인트 내리게 되는 셈이다.불과 8개월도 안되는 짧은 기간에 연방기금금리를 3%포인트 내린 것은 FRB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그만큼 이번의 미국 경기는 침체속도가 빠르고 종전과 달리 금리인하 효과가 적게 나타나기 때문에 금리를 계속 내린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이번 금리인하 조치가 미국 증시와 경기회복에는 크게 도움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통화정책 전달경로 차단이 원인이처럼 금리인하 효과가 적어지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여러 가지 원인 중에서 그동안 우리가 알아왔던 ‘통화정책의 전달경로(Transmission Mechanism)’가 크게 흐트러지고 있는 점이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무엇보다 종전에는 금리인하가 경기회복에 미치는 영향의 약 40% 정도가 주가와 환율을 통해 나타났는데 최근에는 이 경로가 차단된 상태다.동시에 대부분의 미국기업과 국민들이 이용하는 대출은 채권수익률에 연동돼 움직인다. 현재 미 채권시장에서 형성되는 수익률은 정책금리보다는 미래의 경기상황과 인플레에 대한 시장의 기대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금리인하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더욱이 미국의 경제여건과 관계없이 달러화 가치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금리인하 효과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미 FRB의 거시경제 모형에 따르면 올들어 이전조치 이전까지 금리를 2.75%포인트 내림에 따라 달러화 가치는 5.5% 절하돼야 하나 실제로 교역비중을 감안한 달러화의 실질실효가치는 7% 절상돼 정반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결국 금리를 내렸으나 침체된 증시와 경기회복에 별다른 효과를 나타내지 않는다면 그만큼 부작용이 우려된다. 가장 먼저 금융과 실물부문이 동시에 위축되는 악순환 국면에처할 가능성이 높다.이번 금리인하 조치에 따라 앞으로 계속해서 주식에 대한 투자매력은 계속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처럼 증시가 지속적으로 침체에 빠져 있을 경우 시중자금이 단기부동화되면서 제도금융권에서 이탈될 것으로 예상된다.구조조정 약화와 도덕적 해이도 우려된다. 시각에 따라 논란이 있으나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금리부담을 높여야 한다. 문제는 이번 금리인하 이후 실질금리가 제로 혹은 마이너스로 떨어지면 이에 따른 채산성 개선으로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덜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국민경제 전체의 효율 측면에서는 돈을 쓸 곳에 제대로 못쓰게 됨에 따라 도덕적 해이가 나타날 우려가 있다. 결국 구조조정이 부진하고 도덕적 해이현상이 나타난다면 미국경제와 미국증시에 새로운 불안요인으로 가세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그렇다면 앞으로 미국의 경제정책은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 분명한 것은 이번 금리인하 조치로 실질금리가 제로 혹은 마이너스로 떨어질 경우 이런 상태에 있어서는 과거 FRB역사상 경기가 침체된다 하더라도 금리를 내린 경험이 없다는 점이다.따라서 FRB의 통화정책은 앞으로 예상되는 미국경기 모습에 따라 크게 변화될 가능성이 높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미국경기가 조속한 시일안에 회복되는 일이다. 이 경우 현 금리수준(연방기금금리 3.5%)이 유지되면서 강한 달러화 정책이 계속 될 전망이다.만약 침체된 증시와 경기가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올들어 단행한 금리인하로 풀린 돈이 인플레로 연결돼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 나타난다면 FRB의 정책은 물가안정을 위한 금리인상 기조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외환정책에 있어서는 FRB와의 정책부조화 문제가 있으나 금리인상에 따른 경기침체 요인을 막기 위해 달러화 약세라는 극약처방을 택할 것으로 예상된다.물론 FRB는 물가급락에 따라 추가 금리인하 여지가 생길 것으로 보이나 금리인하 효과의 장애인 불확실성 제거와 같은 사전작업이 전제되지 않는 한 쉽게 금리인하를 택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 상황에 있어서 달러화 약세정책은 곧바로 미국내 자본이탈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아 수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국제금융시장에서는 이번 금리인하 조치 이후 그동안 논의돼 온 달러고 시정움직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점에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이 문제는 이번에 미국의 금리인하 조치 이후 일본과 유럽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좌우되지 않을까 한다.지금까지 나타난 상황을 놓고 본다면 일본은 인플레 정책을 추진키로 결정했고 유럽은 최근에 유러화 가치회복에 따라 인플레 부담이 줄어든 상태기 때문에 이번에 미국이 금리를 내림으로써 유럽도 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결국 이런 점을 감안하면 미국의 금리인하 이후 달러화 약세현상이 기조적으로 정착될 가능성은 여전히 적은 상태다.대내외 증권시장에서는 미국내 자금이탈 여부가 최대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조치로 미국의 실세금리가 떨어질 경우 지난달 이후 역전된 실질금리차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의 실질금리(단기금리 기준)는 일본과 유럽에 비해 각각 0.2%포인트, 1.4%포인트 정도 낮은 상태다.먼저 이번 조치로 미국내 자금이 이탈될 수 있느냐 하는 점에 있어서는 대부분 월가 전문가들은 이탈된다 하더라도 그 규모가 극히 제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96년 이후 올 1분기까지 미국내 자금유입 규모가 7조7천억달러인 점을 감안할 때 대규모 이탈시 1929년에 이어 제2의 디플레 국면에 처하느냐를 가름할 중대한 현안이다. 이런 점을 감안, 와튼계량경제연구소(WEFA) 등 주요 예측기관과 국제금융기관들은 선진국들의 사전 정지작업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미국내 자금 중국·러시아 이동 가능성 높아만약 미국내 자금이 이탈될 경우 유럽과 중국 러시아로 이동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유러화 가치 회복과 러시아 외채문제의 원만한 해결,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베이징 올림픽 유치가 투자수익률을 제고하는 최대 재료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우리나라의 경우 다음달 이후 추가 콜금리 인하가능성을 겨냥한 국채시장과 현대자동차 등 연말 높은 배당이 예상되는 업종에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다만 그동안 경제여건과 관계없이 콜금리 인하를 겨냥한 투기적인 매입으로 외평채 가산금리가 외환위기 이후 최저수준인 1.20%포인트 밑으로 떨어질 만큼 인기가 높았으나 앞으로는 갈수록 투자매력도가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