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과 인수금액 조정 등 극적 타결 가능성 … 위탁경영시 현대차 유력후보 중 하나

대우자동차 해법의 결말은 언제쯤 나올까.지난해 9월 우선협상자로 지목됐던 포드가 대우자동차 인수를 포기하고 그 해 10월 GM이 바통을 이어 받았건만 1년이 지나도록 뚜렷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채권단을 독려해 8월말까지 GM과의 협상을 완료하겠다던 진념 경제부총리의 장담마저 공수표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정부 및 채권단은 적어도 이번주(9월3~9일)나 다음주께 대우자동차의 해법을 어떤 식으로든 내놓을 전망이다. 더 이상 미뤘다간 경제에 큰 화를 부를 뿐 아니라 내년 대통령선거 등 숨가쁜 정치일정에 부담을 줄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 및 채권단이 검토하고 있는 해법은 그리 선택폭이 넓지 못하다. ‘GM으로의 매각’과 ‘위탁경영’ 둘 중 하나다. 과연 어떤 해법이 선택될까.GM으로 인수될 경우정부 및 채권단이 가장 희망하는 것은 GM이 대우자동차를 인수하는 것이다. 이는 정건용 산업은행 총재가 8월29일 “위탁경영은 일반론적으로 볼 때 과도기적인 비상계획은 될 수 있어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고 밝힌 데서도 역력히 나타난다.대우차의 경영진단을 맡았던 아더 앤더슨도 GM 등으로의 제3자 매각을 전제로 대우차 회생안을 짰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더앤더슨은 회생안에서 대우차의 국내 생산능력을 1백5만대에서 56만대로 줄이고 인력 감축을 제대로 수행할 경우 대우차의 시장 가치는 기대 이상일 것으로 평가했다고 한다. 예컨대 대우차가 부평공장 폐쇄 등 2년간 구조조정을 거치면 2003년부터 영업이익률이 7.9%, 공장가동률은 81.1%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문제는 GM의 대우차 인수조건이다. GM은 그동안 대우차의 인수가격과 부평공장 인수 등을 놓고 채권단과 견해차이를 보여 왔다. 특히 GM은 부평공장에 대해 노후한 시설과 노사관계 등을 들어 이를 제외한 국내공장 2개와 해외 공급망, 해외공장 일부에만 관심을 갖고 있다. 물론 최근 진부총리는 “경기회복을 위해 비난을 감수하고서라도 기업 매각작업을 조기에 마무리하겠다”고 말했고 정총재도 “부평공장은 존속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높다”고 말해 부평공장 처리는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힌 것으로 보인다.하지만 정부 및 채권단은 GM이 제시한 대우차 인수가를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의 한 고위층은 “GM이 대우차 인수가로 1조원에 못미치는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이는 한동안 시중에 나돌았던 ‘7천억~8천억원’설을 어느 정도 설득력있게 뒷받침하고 있다. 지난 99년 GM이 채권단에 제시했던 3조~4조원대 보다 크게 낮을 뿐 아니라 지난해 포드가 대우차 인수를 포기한 직후 GM측에서 흘러 나왔던 1조~2조원대보다도 절반가량 뚝 떨어진 금액이다. 반면 채권단은 지난 99년 이후 대우차에 2조원 가량을 지원한 상태다.따라서 채권단이 대우차 인수자로 GM을 택하는 것은 인수금액과 부평공장의 처리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는 것을 의미한다. 재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내년 대통령선거 등으로 일정이 빠듯해 대우차 조기해결을 위해 GM이 인수가를 당초 계획보다 올리는 대신 정부가 그에 상응하는 세제지원을 하는 선에서 타결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위탁경영으로 선회할 경우정부 및 채권단이 GM의 요구가 무리하다고 생각할 경우 일단 국내 자동차회사에 ‘위탁경영’을 맡길 공산이 크다. 정부가 대우차의 공기업화에 대해선 여러 차례 반대의견을 내 유일한 대안은 위탁경영이기 때문이다. 대우차의 위탁경영이 확정될 경우 국내 최대 자동차회사인 현대자동차가 유력한 후보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사상최대의 흑자를 기록하는 등 쾌속질주를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인수한 기아자동차마저 흑자행진을 하고 있다. 따라서 재계 일각에서는 대우차가 현대차의 상승세를 함께 타면서 독자생존을 위한 정상화에 한발짝 다가설 수 있다는 점에서 대우차의 위탁경영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문제는 현대차의 생각이다. 현대차는 표면적으로 대우차의 위탁경영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대우차에 쏟아 불 여력이 없다는 게 현대차의 입장이다. 하지만 재계에선 현대차가 세계 5위에 진입하기 위한 장기플랜 ‘비전2010’의 성공적인 완수를 위해 대우차의 위탁경영은 물론 향후 인수까지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것이 사실화될 경우 정부 및 채권단이 우려하는 대우차 위탁경영 이후의 향방은 말끔히 해결된다.현대차가 추진중인 ‘비전2010’ 중 1단계는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의 자동차 생산능력은 현대차 1백89만대, 기아차 1백15만대 등 3백4만대. 현대차는 가능한 빠른 시일안에 생산능력을 4백만대로 올려 생산능력에 있어 5위권에 든다는 플랜을 추진 중이다. 대우차의 생산능력(표참조)은 국내 1백6만6천대, 해외 92만6백대 등 모두 1백98만6천6백대다. 따라서 단순하게 현대차그룹과 대우차의 생산능력을 합치면 5백만대를 넘는다. 중복되는 차종이나 노후화된 대우차의 공장을 접는다고 해도 4백만대 수준엔 이를 것이란 계산이 나온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계획하고 있는 생산능력과도 일치한다.현대차그룹 내부에서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김수중 전 기아차사장을 대우차 위탁경영시 사령탑으로 앉히기 위해 미리 고문으로 뺐다는 얘기가 슬그머니 나오고 있어 눈길을 끈다.대우차 해법 ‘키맨’들의 ‘말·말·말’● 2001년 1월11일 GM 스미스회장“GM이 대우자동차 인수 협상을 늦추고 있는 것은 절대 아니며 초기인수 자금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2001년 2월20일 대우차동차 이종대 회장“현재로선 대우차를 GM에 매각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다.”● 2001년 3월30일 GM 루디 슐레이츠 아시아태평양 담당 총괄 사장“한국정부와 대우자동차 노동자들이 만족할 만한 합의에 도달하지 않으면 대우차 인수협상에 나서지 않겠다.”● 2001년 6월6일 GM 왜고너 사장“대우차 협상이 ‘신속하게’ 진행되기를 희망한다. 우리는 모종의 성과 도출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2001년 8월17일 진념 경제부총리‘대우차 매각협상 결과를 무작정 기다릴 수만은 없다. 이달 말까지 협상을 매듭짓도록 채권단을 독려하겠다.”● 2001년 8월20일 GM 왜고너 사장“한국 정부가 협상 완료시기를 요청할 수는 있지만 우리는 시한을 정할 수 없다. 대우차 인수협상은 매우 어려운 딜이다.”● 2001년 8월30일 정건용 산업은행 총재“(대우자동차 협상이) 정부와 교감이 있을 만큼 진행된 것은 아니다. 위탁경영은 일반론적으로 볼 때 과도기적인 비상계획은 될 수 있어도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다. 매각협상은 순전히 산업은행의 몫인 만큼 정부의 희망사항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이달말까지 매각협상을 끝낸다는 시한을 정해 놓지 않았지만 조속한 시일내 협상을 완료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