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눅스 월드’에 ‘펭귄’이 사라졌다.펭귄은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의 대안으로 기대되고 있는 리눅스 운영체제(OS)의 마스코트. 리눅스는 언제나 펭귄을 앞장세웠다. 리눅스 관련 행사에는 으레 펭귄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으며 펭귄을 소재로 한 다양한 기념품들이 뿌려졌다. 그래서 ‘리눅스=펭귄’이란 등식이 만들어졌다.그러나 지난 91년 8월 첫선을 보인 지 10년을 맞아 열린 올해 리눅스 월드(8월 26~30일,샌프란시스코 모스콘컨벤션센터)에서는 펭귄의 모습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았다. 행사 로고에는 여전히 펭귄이 소재로 사용됐지만 전시장에 대형 펭귄 인형을 갖다 둔 기업은 IBM이 유일했다. 또 펭귄을 소재로 한 기념품을 만든 회사도 펌프킨네트웍스 등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그렇다면 리눅스가 10주년을 맞아 ‘펭귄’과 갈라선 것인가. 올해 리눅스월드의 분위기를 보면 ‘그렇다’는 답이 나온다.핀란드의 대학원생 리누스 토발즈가 처음 개발한 리눅스는 그가 ‘재미삼아’ 만들었듯이 펭귄을 내세워 마니아들의 흥미를 부추겨 발전해 온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리눅스는 ‘재미 흥미 아마추어’를 상징하는 펭귄을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으며 이미 펭귄으로부터 벗어나 한단계 도약하는 과정에 들어섰다는 것이다.이런 평가는 우선 전시회 모습이 이전과 크게 달라졌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초기에는 리눅스 배포판을 파는 업체들이 전시장의 중심에 자리했으나 올해는 IBM HP 컴팩 같은 컴퓨터업계의 거인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이 행사를 찾는 주력부대도 바뀌었다. 이 행사를 주최한 IDG 월드 엑스포의 찰리 그레코 사장은 “지난 99년 이 행사가 처음 열렸을 때는 컴퓨터 마니아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이제는 기업의 기술전문가들이 많이 찾는다”고 전했다.리눅스의 발전을 보여주는 또 다른 특징은 다양한 업무용 프로그램들이 등장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리눅스는 빠른 속도로 성장해 왔지만 용도는 주로 서버나 임베디드(특정한 용도로 개발된 제품의 기본적인 제어 프로그램으로 활용하는 것)에 머물러 왔다. 그러나 올해 전시회에서는 기업용 소프트웨어가 대거 선보였다. 특히 IBM은 SAP 센드메일 등 전문 소프트웨어 전문업체들과 공동관을 마련, 다양한 업무용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IBM의 스티브 솔라조 리눅스담당 부사장은 “리눅스 버전의 업무용 프로그램의 종류가 지난 6개월 동안 30% 이상 늘었다”며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리눅스에서 쓸 수 있는 기업용 e비즈니스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터전이 갖춰졌다”고 말했다.한컴리눅스 ‘한컴오피스2.0’ 호평특히 한컴리눅스는 리눅스용의 통합업무용프로그램인 한컴오피스2.0을 선보여 관람객들로부터 큰 관심을 끌었다. 이 제품은 문서처리 표계산 데이터베이스관리 발표자료작성 등 8가지 기능을 갖춘 제품으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피스2000 데이터를 불러올 수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을 위해 일하고 있다고 밝힌 토리엔드 어소시에츠의 윌리엄 데이비스씨는 “이 제품이 장난감(Toy:취미삼아 만든 성격의 제품)으로 가득 찬 이번 전시회의 유일한 도구(Tool:실제 활용도가 높은 프로그램)”라고 추켜세웠다.올해 리눅스월드에는 약 2백여개 기업이 참가했으며 약 2만명이 다녀갔다. IDG측은 “올해 참가자가 지난해보다 50% 가량 늘었다”고 밝혀 전반적인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리눅스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높다는 것을 보여줬다. 한국 업체로는 한컴리눅스 외 3R소프트가 e메일 솔루션을, 팜팜은 휴대폰 및 포켓PC용 리눅스, 아프로는 최대 40개의 리눅스컴퓨터를 서로 연결할 수 있는 클러스터 서버를 각각 출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