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층 등 미개척 시장공략·전 금융권 상품 취급 계획 … 3년내 시가총액 1백60억$ 포부

금융회사간 대등합병이 성공한 사례는 국내외를 통틀어 많지 않습니다. 행원들의 반발도 여전한데요.국민 주택은행간의 합병이 다른 이유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것인데 이견이 있을 수가 있겠습니까. 이대로 가면 죽는다는 게 뻔한 사실입니다. 제가 이렇게 말하면 설마 진짜 그렇게 되겠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하지만 요즘 과거에 일어나지 않았던 일들이 얼마나 많이 일어납니까. 예전에 누가 은행이 문닫는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이나 했습니까. 합병이 성공하느냐 마느냐는 좋고 싫고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입니다. 직원들에게도 이런 점을 충분히 알리면 수긍할 수밖에 없죠.여러차례 ‘강제 퇴직 없다’고 밝혔는데 동일지역내 점포중첩, 유사업무 인력 등 통합과정에서 기존 조직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가능합니까.국민 주택은행이 시장에서 일등, 이등가는 은행인데 왜 우리가 줄여야 됩니까. 시장이 과포화상태라서 줄여야 할 몫이 있다면 한계기업서 희생이 나오는 게 당연하죠. 점포 많은 게 어째서 문제가 됩니까. 오히려 첫번째로 내세울 자산이 아닌가요. 합병 후에 단순히 주택 국민은행 점포가 서로 가까이 있다고 없애야 될 이유가 뭡니까. 양쪽 다 그대로 가도 아무 문제 없습니다. 물론 인구 3만명인 중소 도시에 두 은행 점포가 다 있다, 이런 경우엔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곳도 있습니다만. 합병을 하면 꼭 줄여야 될 것처럼 얘기하는데 산업적 관점서 접근해 보면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비용 절감이 합병의 목표가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겁니다. 그것을 이룰 수 있는 우리의 으뜸 자산은 규모인 것이고요.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합병은행의 경영 목표를 ‘3년내 시가총액 1백60억달러, ROA 1.5%, ROE 25%’라고 밝혔습니다. 국내은행에서 ROA 1%를 넘는 곳이 드물고 ROA 0.1%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을텐데요.합병의 목적이 비용 절감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의 창출이라는 점을 먼저 분명히 합시다. 구체적 방법은 셋으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미개척 시장을 공략하고, 전 금융권 상품을 모두 취급하고 은행 조직을 갖고 수익을 낼 수 있는 영역을 최대한 활용하는 겁니다.첫째, 소매금융 시장에서 이제까지 우리 은행들은 서민층과 중산층을 대상으로 영업을 해 왔지요. 앞으로는 중산층과 부유층 시장을 집중 개척해 볼 것입니다. 그리고 기업금융 쪽을 봅시다. 이제까지 대기업 시장과 중소기업 시장만 약간 커버했고 자영업자와 소호는 손대지 못했던 시장이죠. 새로 개척할 시장이 무궁무진하지요. 이런 시장을 공략해서 목표치를 달성할 겁니다.둘째는 그간 비은행업이라 여겨졌던 금융권 모든 상품을 다 취급할 것입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PB(프라이빗 뱅커)들은 완전하다고 볼 수 없어요. 자신이 속한 특정 금융사의 상품만 이해하고 있으니까 종합자산관리는 어려운 거죠. 우리 은행원들이 못하면 증권 보험 가리지 않고 각 분야의 유능한 전문가를 많이 데려와야겠죠. 철저하게 능력에 따라 공평한 인사를 할 겁니다. 그래야 합병 후유증과 반발도 없죠.마지막으로 은행 조직을 이용해서 각종 수익 비즈니스를 할 수가 있어요. 예를 들면 콜센터나 신용평가 조직 같은 것이죠. 이 조직을 활용해 돈을 벌 수가 있어요.중상류층 개인 고객과 상품판매수수료 등에서 새로운 수입원을 찾겠다는 건 새롭지 않습니다. 또 ‘자산관리시장’은 다른 금융사들도 전부 경쟁전략의 핵심으로 삼고 있는데요.그렇게 한다고 모두 말은 하지만 누가 잘할 수 있는가는 다른 문젭니다. 그리고 다른 은행이 펀드 백억을 판다면 우리는 조 단위로 팔 수 있습니다. 경쟁이 되겠습니까? 사실 제가 언급한 시장은 그간 무주공산이었죠. 그동안 은행이 소비자에게 제대로 된 상품을 공급한 적이 있습니까. 상품이 매력도 없고 선택할 수 있는 폭도 극히 좁았어요. 이번에 주택은행서 판매해서 좋은 반응을 얻었던 월드컵 펀드를 보세요. 이 펀드의 성공이 의미하는 바가 뭡니까. 고객들은 옛 대우채 사태 같은 걸 겪었기 때문에 이제 단지 수수료가 싸다고 사진 않아요. 은행도 정당한 수수료를 받는거죠. 신뢰가 중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씨티은행 같은 경우 부유층을 대상으로 영업을 해 왔는데 규모가 작다고 우습게 볼 게 아닙니다. 은행간 경쟁이 치열할 것 같지만 정작 무서운 상대는 따로 있어요.합병은행장으로 결정된 직후 금리를 전격 인하했고 한차례 더 내렸습니다. 금리를 선도하는 은행으로서 수신금리인하를 못따르는 대출금리 등 등 비판도 많은데요.은행이 BIS 비율 8%를 유지하려면 세후 순이익이 최소 8%는 나야 돼요. 세금 운영관리비와 같은 비용까지 다 더하면 15%는 이익이 나야된다는 계산 아닙니까. 그런데 지금 예대마진이 얼맙니까. 금리를 낮추지 않고도 사업 규모를 키우면서 BIS비율 유지하려면 매년 증자를 해야 된다는 얘긴데 어느 회사가 매년 증자해가면서 장사합니까. 지금 주택은행이 시중은행 중에 수수료 비중이 제일 높은데도 10%대에 그칩니다. 은행권 전체의 수익증권 판매 수수료는 12억원밖에 안되는 실정이구요. 그런데도 예대 마진이 과다하다는 겁니까. 공적자금 1백조면 가구당 천만원인데, 그렇게 들어가는 건 괜찮고요. 결국 자본시장 구조 안에서 적정 시장금리 수준을 가져가야 한다는 겁니다.금리의 추가인하도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현재 시장상황에서 최저 지지선은 어느 정도로 보십니까.은행의 조달수단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크게 예금을 받는 것과 은행이 채권을 발행하는 것으로 나눠봅시다. 오늘 은행발행채권금리가 5.0%입니다. 예금은 예금보험료 지급준비금 등의 비용이 추가로 들죠. 지금 1년정기예금 금리가 5.4%인데 비용까지 감안하면 은행으로선 5.9%를 지출하는 셈입니다. 조달비용을 비교하면 무려 90bps나 차이나는 거잖아요. 은행으로선 당연히 비용이 싼 조달 방법을 택해야겠죠. 결국 이론적으로는 수신금리가 더 낮아질 여지는 있다고 말해야겠죠.자본 시장 전체 흐름을 봐서도 그래요. 우리나라 개인자산의 54%가 은행에 있다고들 하는데 이건 전체 시장에도 좋은 게 아닙니다. 왜곡된 금리 상태를 바로잡는 동시에 돈들이 직접 금융시장으로 흘러들어 가라는 것입니다. 최근 삼성전자가 금리 5%대로 회사채 발행에 성공했어요. 지금 어떤 은행이 삼성전자가 5천억원 달라 한다고 줍니까. 은행은 절대로 5%로 대출 못합니다. 왜 기업금융 안하느냐고 여론을 동원해서 야단칠 게 아니예요. 자금시장 선순환 효과가 이렇게 나타나고 있는 거 아닙니까. 물론 문제는 있습니다. 저금리 때문에 고통이 큰 사람들, 연금 생활자나 이자생활자들은 고통을 덜어 줄 장치가 있어야 돼요. 정부가 이런 사람들한테는 세금 좀 받지 말아야죠.주택은행장으로 취임하셨을 때는 스톡옵션만 받았는데 이제 월급은 받게 됩니까.주택은행장으로 처음 오면서 월급 없이 스톡옵션만 받은 건 그 때가 비상사태였기 때문이고 지금은 정상화 됐는데 왜 굶고 삽니까. 받아야죠. 아내가 제일 좋아합디다. 첫 월급 받으면 봉투 그대로 들고 오라고 신신당부하더군요.Profile in Mirror배짱이 좋은 사람임에는 틀림이 없다. 주택은행장으로서 그의 베팅은 아주 성공적이었다. 행장 취임당시 수신고를 자랑하는 지점장에게 ‘그래서?’라고 망신주던 ‘튀는 언행’이나 적자를 무릅쓰고 대손충당금을 쌓았던 배짱은 그에게 은행정상화에 성공한 CEO라는 평가를 안겨줬다. 주택은행장 취임당시 화제를 뿌렸던 월급 1원과 40만주의 스톡옵션도 결국 주당 3만원을 기준으로 1백억원대 이상의 차익으로 돌아왔다. 절묘한 장사꾼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그래도 그는 골프를 치지 않는다. 못 쳐서가 아니라 잘 나가는 은행장이 친다고 하면 돈내주겠다고 줄 설 사람들이 한 둘이겠는가. 그래서 골프대신 주말에 경기도 화성의 주말농장에 가서 텃밭을 가꾼다. 그를 보면 요즘 회자되는 지도자론도 생각난다. ‘머리 좋고 부지런한 지도자, 머리는 좋지만 게으른 지도자, 머리는 나쁘지만 부지런한 지도자, 머리도 나쁘고 게으른 지도자. 이가운데 최상은 머리는 좋지만 게으른 지도자다’라는. 김행장은 “통합은행장이 되서도 내가 제일 한가한 행장이 될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국민은행의 대주주인 골드만삭스 조차도 상대편 은행의 수장을 통합행장으로 선택하게 만들었던 그의 ‘튀는 경영스타일’이 통합은행에서는 과연 어떤 성과로 돌아올 지 궁금하다.정리·김수연 기자 soo@kbizweek.com사진·황선민 기자 hsm884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