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0195경험 많은 여행인솔자(TC)들은 절대로 여행가방을 무겁게 챙겨 다니지 않는다. ‘여행갈 때는 속눈썹도 떼어놓고 간다’는 프로 여행자들의 원칙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원칙이 깨질 수밖에 없는 곳이 있었으니 바로 개방초기의 러시아였다.개방열풍으로 구소련이 붕괴돼 물질문명(?)의 영향이 모스크바 전역을 강타할 때 러시아 여행인솔자들의 가방은 항상 ‘배불뚝이’였다. 내용물은 바로 여자 속옷. 레이스와 장식이 화려한 값비싼 란제리 제품에서 품질 좋은 면제품까지 가능한 한 모든 종류의 속옷들을 트렁크에 가득 넣어 모스크바에 입성하는 것이다. 갑작스런 공산정권의 붕괴로 생필품이 몹시 궁했던 데다 특히 품질 좋은 여성 속옷은 품귀현상이 심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여행인솔자들은 평소 안면이 있던 현지 가이드들을 통해 국내에서 구입한 여성속옷을 3~4배의 높은 가격에 팔아치우곤 했다.그러나 문제는 사이즈. 브래지어의 컵 크기와 히프 사이즈가 워낙 차이가 나기 때문에 물건을 구입하려면 착용해 보는 것이 필수였다. 그 날도 정해진 투어가 끝난 뒤 현지 가이드가 한 무더기의 속옷 구매자들을 인솔자의 호텔방으로 데리고 왔다. 놀라운 것은 모스크바에서 맹렬히(?) 활동하는 고급 매춘부들과 고관대작의 부인들이 삼삼오오 떼를 지어 함께 호텔방에 들어와선 일제히 옷을 벗어 제끼는 것이었다. 원래 벗는데 익숙한 창녀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고관대작의 부인들조차 속옷을 사기 위해 동양 남자 앞에서 훌러덩 훌러덩 옷을 벗고 또 입어보는 모습이란….이렇게 몇 시간 동안 누드쇼를 겸한 속옷 패션쇼를 보며 정신이 혼미해진 우리의 인솔자는 고객들이 떠나고 텅 빈 트렁크를 볼 때에야 비로소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는 데…. 당시 총각이던 이 인솔자는 속옷 장사로 짭짤하게 수입은 올렸지만 ‘누드쇼’라면 진저리를 친다니 세상은 참 요지경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