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공 반도체 장비·디스플레이 장치 등 강점 … 매출액·기술력 앞세워 연간 3백% 고속 성장

반도체 산업의 불황에도 신기술 개발과 틈새시장 공략으로 연간 3백%의 고속 성장을 기록하는 반도체장비 제조업체가 있다. 그 주인공은 대구 성서공단에 있는 ‘컴텍스(www.comtecs.co.kr)’. 지난 99년 설립된 3년차 신생 벤처기업이다. 그러나 연륜에 비해 매출규모와 기술력은 만만치 않다. 지난해 60억원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올해 주문을 받아놓은 것만 1백80억원 규모다.고도의 진공 기술을 바탕으로 한 반도체 장치, PDP(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FED(전계방출형 디스플레이) 등 디스플레이 장치, 분사(Sputter) 시스템 등을 주로 생산한다.그 동안 수입에 의존하던 반도체 장비와 디스플레이 장비 등을 국산화하고 있다.PDP디스플레이, 연평균 40% 성장처음엔 반도체 공정 중 사진원판에 해당하는 포토마스크 분야를 집중 공략했다. 우선 포토마스크 건식식각(드라이 에처) 장치와 포토마스크 세정장비 2종을 개발해냈다.진공기반의 플라즈마 기술로 현재 디스플레이 부문에도 진출했다. 유리에 전기가 통하려면 금속박막을 입혀야 하는 데 이를 해결한 3종의 스퍼터링 장비를 만들어냈다. 차세대 고화질TV에 쓰일 첨단 디스플레이인 PDP 양산 기술 개발도 추진한다. 양산이 불가능했던 것을 제품 생산라인 전체를 진공으로 만드는 기술을 개발해 낸 것이다. 이를 통해 PDP 가격을 현재보다 70% 정도 낮출 수 있게 된다.서정욱 컴텍스 기획실장은 “현재 ‘평판 디스플레이 진공 인라인 실장 방법’ 특허를 비롯해 10개가 넘는 특허를 출원해 놓고 있다”며 “특히 플라즈마 방식의 PDP디스플레이는 연평균 40% 정도의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이 회사의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웨이퍼 및 식각 기술은 이미 국내에서 정평이 나 있다. 자체 개발한 스퍼터(Sputter) 시스템은 올 초 유수의 외국 제품을 제치고 삼성코닝에 납품됐다. 현재 국내 가전 3사엔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를 공급하고 있다. 하이닉스반도체와 LG반도체에도 반도체 제조 장비를 납품한다. 256M와 1G급 반도체 제조과정에 필수적인 첨단 박막증착장비인 ‘MSCVD’를 세계 최초로 양산하는 데 성공해 국내 업체는 물론 일본 히타치사와 납품 계약을 추진 중이다.신소재인 갈륨나이트라이드(GaN), 원자층증착장치 등 첨단 분야에도 뛰어들었다. 특히 갈륨나이트라이드 기술은 획기적이다. 반도체에 전류를 주입하면 빛을 방출하는 청색 발광소자(LED)와 레이저다이오드(LD) 개발을 위한 핵심기술이다. 녹색과 적색을 결합시켜 발광하는 현재의 기술에서 청색을 가진 발광물질을 자연스럽게 성장시켜 빛을 내는 반도체 소재를 찾아낸 것이다.서실장은 “이를 이용해 완전한 색을 가진 디스플레이를 생산할 수 있다”며 “일반 CD에서도 부품 몇 개만 바꿔주면 기록과 판독률을 10배로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전위밀도가 낮아 고전력 LD 개발에 적합하고 단결정 육성 비용이 낮아 경제성도 있다. 레이저장비, 고정밀 컬러 디스플레이 등과 연속출력(CW) 레이저 등 고가장비를 양산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사파이어 기판이나 탄화규소 기판 위에 GaN 박막을 성장·활용하는 방법을 활용했다.그러나 이 방법은 일본 니치아(NICHIA)의 특허로 제약을 받아 왔다. 컴텍스가 니치아보다 앞선 기술을 개발해냄에 따라 이제는 거꾸로 일본 기업들이 기술 도입을 제안해 온다. 이와 함께 광통신 소재 생산도 준비 중이다.내년 2천만달러 상당 반도체 장비 수출일찍부터 해외시장을 뚫었다. 최근엔 2백만달러 상당의 드라이 에처를 세계 최대 포토마스크 회사인 일본 D사에 수출키로 했다. 섬유와 금속 모두에 분사 코팅할 수 있는 분사시스템인 ‘롤투롤(Roll to Roll )스퍼터’를 개발해 ITO(투명전극) 박막코팅용으로 응용, 최근 대만 반도체업체 조인웰(JOINWELL)사에 2백50만달러어치를 수출했다.내년엔 미국, 대만을 포함해 모두 2천만달러 상당의 반도체 장비를 수출할 예정이다.서실장은 “2003년부터 중국 전자업체와 연간 5천만∼1억달러 상당의 장비 공급, 일본 M사와는 1억달러 가격에 보유기술을 파는 계약도 성사단계에 있다”며 “LCD, D램 등은 동남아 국가를 중심으로 판로를 개척하는 한편 유럽 시장도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광물질과 금속을 섬유에 코팅하는 기술을 개발해 새로운 분야로의 진출도 꾀한다. 이 기술을 활용, 금이나 은 등 금속에 코팅처리해 고급 옷감은 물론 전자파 차단, 항균용 특수제품 등을 만들 수 있다는 것. “살균 효과가 탁월해 붕대, 거즈 등 의료용품에 사용이 가능하다”며 “염색시 색도를 월등히 높이고 질감을 유지하면서 1백% 방수되는 원단을 개발할 수 있다”고 서실장은 설명했다.이 회사는 앞선 기술력과 높은 실적으로 지난해 10월 벤처기업 대상을 받았다.(053)585-9113인터뷰권용범 사장“반도체 강국 걸맞는 장비회사가 꿈”"호황일 땐 그냥 시장을 쫓아가기만 하면 돼죠. 오히려 불황일 때 틈새시장이 보이는 것 아니겠습니까?”요즘 반도체 산업이 극도로 위축됐는 데 반도체 제조 장비로 사업이 되겠냐는 질문에 권용범(38) 컴텍스 사장이 던진 반문이다. 지난 2년을 돌이켜보면 실제로 그의 생각은 맞다.99년 창업을 앞두고 포항가속기연구소를 포함한 5군데 연구기관을 돌며 반도체 장비의 핵심인 진공관련 기술을 익혔다. 반도체 여러 공정 중 사진원판에 해당하는 포토마스크 분야가 틈새라고 확신했다. 시장 규모가 적어 견제를 적게 받고도 성장기반을 닦을 수 있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불황이기 때문에 신제품 개발을 위한 포토마스크 제작이 늘어날 것을 간파했던 것이다.지난 91년 경북대학교 물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포항가속기연구소를 거쳐 뉴텍코리아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있으면서 여러가지 신기술을 개발해낸 것이 창업의 밑거름이 됐다. 93년 초고진공용 게이트 밸브를 비롯해 이온펌프, 초고진공용 컴포넌트를 차례로 개발해냈다. 그 후에도 양산용 FED 배기 시스템과 진공용 로터리 펌프 등 다양한 첨단장비들을 선보였다. 2년전 자본금 3억5천만원을 가지고 학교 선·후배들과 ‘진공기술’의 걸작품을 만들어 보겠다고 회사를 차렸다. 성서 첨단산업단지 입주 문제를 비롯해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야 했던 만큼 어려움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회사 규모도 놀랍도록 커졌고 미국 일본 등지에서도 수출 주문이 쇄도하는 ‘잘 나가는’ 기업이 됐다.“우리나라는 D램, 디스플레이, CD롬 분야에서 세계 1위일 정도로 반도체 강국이라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생산장비는 대부분 밖에서 들여오는 실정입니다.”권사장은 이들 장비의 국산화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세계 시장에 제품을 공급하는 대형 반도체 장비회사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도체 장비제조 기술은 유리, 섬유 등 다른 분야에도 얼마든지 적용할 수 있는 만큼 다양한 응용분야도 개척할 계획이다.●용어PDP‘Plasma Display Panel’의 약자로 전면유리와 배면유리 사이에 플라즈마가스를 넣고 전압을 가해 네온광을 발광시키는 전자표시장치다. 액정화면표시장치(LCD)가 대형화면을 구현하는 데 한계를 지닌 것에 비해 PDP는 60인치 화면을 쉽게 만들 수 있고 넓은 광시야각을 갖고 있어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떠오르고 있다.스퍼터(Sputter) 시스템플라스틱 섬유 세라믹의 다양한 소재에 금속박막을 코팅하는 장비다. 특정 고주파로부터 인체를 보호하고 정밀기기의 오동작을 방지할 수 있다. 기존의 습식 도금 장비나 스프레이 코팅 장비에 비해 환경친화적이고 가격도 저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