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고메가 토마토 배추 버섯 등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만든 인스턴트 먹거리들(위)과 SB식품이 선보인 '돌솥비빔밥' 등 인스턴트밥 제품.편의점이나 가정의 전자레인지에서 간단히 조리해 먹을 수 있는 먹거리라면 한국에서는 으레 컵라면이 대표적이다. 조금 색다른 것이라 해도 냉동상태의 쌀밥 정도가 고작이다.그러나 새로운 것 만들기를 워낙 좋아하는 일본인들은 초간편 인스턴트 식품에서도 한국 소비자들의 눈이 휘둥그레질만한 것들을 줄기차게 쏟아내고 있다. 최근 먹거리 시장에서 눈길을 끄는 제품은 단연 ‘세트(Set)쌀밥’이다. 세트쌀밥은 이탈리아 요리의 일종으로 일본시장에 90년대에 등장한 리조토가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는 데 이어 최근에는 한국형 세트쌀밥이 가세하면서 인기 세대교체를 예고하고 있다.세트쌀밥 메이커 중 선두주자로 가장 재미를 보고 있는 업체는 토마토 관련제품으로 유명한 카고메다. 리조토로 세트쌀밥 시장에서 탄탄한 위치를 확보하는 데 성공한 이 회사는 한국형 세트쌀밥으로 또 한번의 대박 꿈을 꾸고 있다. 카고메는 올 가을부터 비빔밥 국밥 등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을 수 있는 세트쌀밥을 6종이나 한꺼번에 내놓고 시장 공략에 나선다. 이 회사가 신제품을 무더기로 내놓기로 한 것은 세트쌀밥이 완전히 인기 상품으로 자리를 굳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상품개발 담당자는 “리조토 시판 초기 타깃 고객을 20~30대 여성으로 잡았지만 의외로 남성과 고령자들까지도 폭넓게 리조토를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밥과 죽의 중간 형태 비슷한 먹거리인 리조토에서 카고메는 지난 한햇동안 99년보다 2.2배가 늘어난 10억엔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모두 6종에 개당 판매단가는 2백50엔에 불과하지만 올해는 매출이 20억엔을 넘어설 것이 확실한 상태다. 처음 시장에 내놓은 99년 3월 이후 불과 2년여만에 초고속 성장 가도를 달려 회사측은 든든한 효자상품으로 꼽고 있다.SB식품은 이에 앞서 올 3월부터 일본 전역에서 ‘돌솥풍 비빔밥’이라는 이름으로 한국형 세트쌀밥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원래는 로손 등 일부 편의점을 통해서만 팔 예정이었지만 여기 저기서 주문이 몰리자 판로를 대폭 넓혔다.‘돌솥풍 비빔밥’ 등 편의점서 잘 팔려이 제품에는 한 공기분의 무균쌀밥 1백60g과 비빔밥의 재료가 함께 들어 있으며 가격도 2백50엔으로 다른 먹거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회사측은 20~50대 여성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제품개발 조사를 통해 집에서 가볍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먹거리로 비빔밥을 꼽은 의견이 많았다고 밝혔다. 그래서 처음에는 비빔밥용 양념만을 만들어 팔았지만 자신을 갖고 세트로 된 인스턴트 비빔밥을 내놓게 됐다는 것이다. 이 회사 제품의 특이한 점 중 하나는 무균쌀밥에 미리 맛을 가했다는 것이다. 비빔밥 재료와 쌀밥을 함께 비빌 때 행여 고유의 맛이 달아나지 않을까 우려해 동원한 아이디어라고 회사측은 설명하고 있다.SB식품은 지난해 9월부터 판매중인 닭고기 가마솥밥과 산나물비빔밥 등을 합쳐 연간 5억엔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매출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데다 지난달 말 또 다른 신제품 2종을 투입한 상태라 목표를 훨씬 웃도는 실적이 가능할 것으로 회사측은 자신하고 있다.식품업체와 유통업체 관계자들은 세트쌀밥이 종전까지는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한 상품의 성격이 강했지만 최근 이용패턴이 급속히 바뀌고 있다고 말한다. 메뉴가 다양화되고 있는 것과 맞물려 독신, 고령 세대가 늘어나면서 수요층이 두텁게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세트쌀밥의 매출신장이 앞으로도 상당기간 계속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라이프 스타일 변화와 혼자 식사하는 인구의 증가, 그리고 거세게 불고 있는 한국먹거리 붐 등이 모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