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w로 시작되는 오늘날의 사이버 세상은 정보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것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정보의 거미줄을 비단처럼 촘촘하고 화려한 천으로 만들어 보다 빛나는 정보문화를 창조해 보자는 것이 e실크로드의 목적입니다.”이달 초 한·중·일 3국의 정보기술(IT) 고급두뇌들이 수백명 모인 가운데 일본 홋카이도에서 치러진 ‘e실크로드 삿포로’ 행사의 실행위원장을 맡았던 아오키 요시나오 홋카이도 대학원 공학연구과 교수(60). 그는 인터뷰 첫 질문이 끝나자 마자 e실크로드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21세기 정보화 경쟁은 아시아 지역이 이니셔티브를 쥐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와 함께 동서양 문화의 가교 역할을 해냈던 과거의 실크로드처럼 e실크로드는 사이버 시대의 첨단 IT교역로로써 새로운 정보와 문화 교류에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IT업계는 계속 진화 발전할 것삿포로에서 출발해 서울-대전-심양-신죽-홍콩-심천-상하이-싱가포르 등 아시아의 핵심도시를 한데 묶는 e실크로드는 각국의 IT거점을 하나로 연결, 인간과 정보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한편 이를 통해 비즈니스 문화를 다양하게 결합시키자는 다국간 협력 프로젝트다. 2000년 11월 한국의 인터넷 벤처인 아시아 비전의 실무진들이 삿포로 밸리를 견학한 데서 구상이 싹텄고 여기에 일본 기업과 삿포로시 당국 및 학계 두뇌들이 힘을 합치면서 계획이 급진전됐다.“IT업계가 전세계적으로 불황한파에 휘말려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동안 너무 환상에 젖어 있었던 데 대한 반작용으로 거품 제거 과정도 당연히 거쳐야 되지요. 그러나 기본적으로 IT업계는 계속 진화, 발전할 수밖에 없습니다.”그는 “컴퓨터 휴대폰 등과 관련된 업체들의 곤경은 신규 수요가 끊긴 데 따른 필연적 결과”라고 지적한 후 “재미있는 신간 책이 나오면 독자들이 새로 생겨나듯 소프트웨어에는 신수요가 따라오게 돼 있다”고 주장했다.“이용인구를 놓고 본다면 아시아 지역은 미국과 유럽보다 IT의 훨씬 거대한 시장입니다. 최소한 20억인 이상의 인구가 살아 숨쉬는 이 곳은 잠재적 성장가능성과 창조적 역동성 등 어느 면에서도 구미에 뒤질 게 없습니다.”그는 영어처럼 구미 지역을 하나로 이어주는 공통 표준어가 없는 게 아시아의 단점이지만 언어만 해결되면 지구상 그 어느 곳도 능가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아오키 교수는 일본 IT업계에서 도쿄의 시부야 밸리보다 더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삿포로 밸리의 정신적 지주로 통한다. 1941년 나가노현 출생이지만 홋카이도대학에서 석사를 받은 후 공학부 강단을 지키며 수많은 IT인력을 길러냈다. 삿포로 밸리의 초석이 된 ‘홋카이도 마이크로컴퓨터 연구회’를 지난 76년 설립한 데 이어 자신의 이름을 딴 사설 교육기관 ‘아오키주크’를 운영하며 일본 IT발전을 위해 업계 정부 관계자들과 수시로 머리를 맞대고 있다.“한국 IT벤처의 가장 큰 장점은 넘치는 아이디어와 도전 정신입니다. 재정이 넉넉지 않은 삿포로시와 NTT동일본 등 일본 기업들이 이번 행사에 적지 않은 돈을 낸 것은 IT의 중요성을 인식한 것이겠지만 행사를 공동 기획한 한국 기업들의 저력을 믿는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예정시간을 30여분 넘긴 탓에 강연 시간에 늦겠다며 부랴 부랴 회견장을 나선 그는 5일자 홋카이도 신문 경제면을 활짝 펼쳐 보였다. 신문에는 한국 인터넷 벤처들과 허드슨 NTT 등 일본 기업의 제휴사례가 큼지막한 활자로 뽑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