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부부이건 나이 지긋한 중년부부이건 가구를 장만하는 과정에서 고민을 겪지 않은 커플은 아마 드물 것이다. 가구 선택의 어려움 때문이다. 매장에 들어서면 갖가지 컬러 스타일이 판단을 헷갈리게 하지만 행여 사이즈가 맞지 않아 설치에 애를 먹지나 않을 지 방 분위기와 제대로 어울릴 지도 모두 신경 쓰이는 요소다.그렇다고 매장 가득히 전시된 제품들을 제쳐 놓고 따로 주문을 하기도 마땅치 않다. 대량 생산된 규격 가구에서 나만의 것을 고집하기가 어려워서다. 설사 주문을 냈다 하더라도 완성된 제품이 기대대로 나올 지 아니면 엉뚱하게 만들어질 지 가구를 손에 넣을 때까지는 신경 쓰이는 날이 계속 된다. 따라서 가구 장만을 위해 여기 저기 다리 품 팔고 다녀 본 사람이라면 거의 누구나 ‘자신의 기호에 가구를 맞출 게 아니라 가구에다 집과 기호를 맞추라’는 소리에 고개를 끄덕이기 마련이다.일본의 도우만즈(사장·니노미야 켄이치)는 가구시장의 이런 현실을 정확히 꿰뚫고 새로운 사업기회를 낚아낸 작은 거인 회사다. 대량생산 가구에 만족치 못하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주문가구라는 대체재를 제시하면서 종전과는 다른 제작방법으로 품질과 만족도를 획기적으로 높인 것이다.이 회사의 사업은 한마디로 말해 가구 제작을 위해 별도로 만들어진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통해 주문을 받고 제작 내용을 리얼 타임으로 공장에 보내는 식으로 이뤄진다. 규격 가구보다 훨씬 세밀하게 만들어진 제품을 규격 가구와 다름없는 가격으로 최대한 빠른 시간에 고객에게 제공하는 일종의 ‘틈새 비즈니스’다.도우만즈가 세상에 태어난 계기는 우연한 일에서 비롯됐다. 올해 37세인 니노미야 사장은 4년전 결혼을 앞두고 부인과 함께 가구를 장만하러 이곳 저곳을 찾아 다녔다. 자신들이 살 집의 부엌과 응접실에 맞는 종류와 사이즈를 미리 정하고 가구를 고르려 했지만 원하는 것은 보이지 않았다. 생각다 못해 종업원에게 주문상담을 해 보았지만 돌아온 것은 귀찮다는 뉘앙스의 차가운 반응 뿐이었다. 게다가 주문가구는 매장에 전시된 가구보다 값이 훨씬 올라가기 마련이고 완성품 인도시까지 2~3주가 걸리는 데 이를 납득시켜야 되니 종업원 입장에서는 내킬 리가 만무했다. 개운치 않은 심정으로 가구를 산 그는 ‘일본의 가구 시장이 왜 이것 밖에 되지 않을까?’하는 깊은 의문에 빠졌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팔지 않고 자신들의 제품에 고객의 욕구와 기호를 맞추라고 유도하는 관행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그러나 그는 무릎을 쳤다. 오히려 이런 사정을 역으로 이용하면 새로운 시장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했다. 고객이 눈으로 실물을 보듯 안심하고 주문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규격가구와 똑같은 수준의 값만 받는다면 얼마든지 판로가 열릴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주문가구와 관련된 특허조사에 착수했다.조사 결과가 나오자 그는 눈을 의심했다. 주문가구와 관련된 특허는 일본에서 단 하나 밖에 눈에 띄지 않았다. 미국으로까지 조사 대상을 넓혀 봤지만 그래도 10건을 넘지 못했다. 이른바 비즈니스모델 특허도 가구업계에서는 ‘제로’에 가까울 만큼 거의 황무지 상태였다. 조사 결과를 앞에 놓은 니노미야 사장은 지금까지 가구업계에 없었던 비즈니스 모델을 자신이 만들어야겠다고 맘먹었다. 그리고 이 모델을 기초로 자신이 주문가구 시장을 넓히겠다고 결심한 후 지난해 6월 회사를 하나 세웠다. 이 회사가 바로 지금의 도우만즈다.도우만즈의 최대 강점은 1억엔 가까운 돈을 들여 자체 개발한 가구 오더전용의 소프트웨어에 있다. 이 소프트웨어는 만들고자 하는 가구의 높이 폭 깊이 등 각종 치수를 컴퓨터로 입력시킨 후 소재 색상 디자인 등을 선택해 주면 설계도와 자재표 가공도 등을 단번에 모니터 화면에 띄워 준다. 고객이 내야 할 견적 금액까지 제시해 준다. 완성상태의 가구 모양까지 화면에 올려 주기 때문에 고객은 상담하는 자리에서 그 즉시 어떻게 생긴 가구를 언제 인도받을 수 있을 지 알게 된다. 그야말로 규격가구와 주문가구의 장점만을 따 만든 획기적인 소프트웨어인 셈이다.컴퓨터 한 대만 있으면 고객 욕구 1백% 만족이 소프트웨어를 설치한 가구점은 컴퓨터 한 대만 있으면 어느 점원도 고객의 욕구를 1백% 만족시킬 수 있다. 원하는 사항을 차례대로 입력만 시켜주면 다 만들어진 상태의 가구 모양과 필요한 비용까지 나오니 고객이 더 이상 의문을 품을 리 없다. 더구나 자동으로 작성된 설계도와 가공도 등은 리얼타임으로 인터넷을 통해 도우만즈의 제휴공장에 전달된다. 주문과 동시에 서류가 접수되고 작업이 시작되니 공장 측으로서도 이만 저만 손을 더는 것이 아니다.하나 둘 소문이 퍼지자 도우만즈는 순식간에 일본 가구업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큰 전시 공간을 갖추지 않고도 고객 주문에 완벽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업체들을 군침나게 했던 것이다. 도우만즈는 가구업계에서도 특히 중상위업체들로부터 뜨거운 시선을 받았다. 이 회사의 소프트웨어가 막강한 자금력과 초대형 전시공간을 앞세워 가구업계를 초토화시키고 있는 1위업체 ‘오츠카 가구’를 골탕먹일 수 있는 비장의 카드로 인정받았기 때문이었다. 자연 같이 일하자는 러브 콜도 잇달아 도우만즈는 대형 가구판매업체인 ‘다카라후네’에 지난 7월부터 소프트웨어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또 통신판매 전문업체인 ‘후지산케이 리빙’은 8월부터 이 회사가 발행하는 카탈로그에 도우만즈의 주문가구를 신상품으로 게재하고 있다. 특허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니노미야 사장이 이 분야를 소홀히 할 리 없었다. 도우만즈는 주문 소프트웨어와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이미 12건의 특허를 따놓고 있으며 74건을 별도로 신청 중이다. 인터넷을 통한 가구 주문판매 시스템만큼은 후발 주자들이 함부로 베끼거나 넘보지 못하도록 특허로 방어벽을 단단히 쳐 놓겠다는 계산에서다. 니노미야 사장은 “상담이라도 해 볼겸 한번 접촉해 본 업체는 어디든지 귀를 바짝 세웠다”며 “맘만 먹으면 제휴할 업체는 널려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도우만즈는 2005년 매출목표를 1백50억엔으로 잡고 있다. 현재의 매출은 거의 없는 것이나 다를 바 없지만 니노미야 사장은 기가 죽기는 커녕 콧대를 잔뜩 높이고 있다. 일류 인터넷 벤처기업으로 우뚝 설 것을 자신하는 그는 2단계의 미래전략을 세워 놓고 있다. 우선은 일본 가구업체들에 도우만즈의 소프트웨어를 구석구석 깔아 놓는 것이며 또 하나는 인터넷을 이용해 해외 주문가구 시장 개척에 나서는 것이다. 니노미야 사장은 올해 안으로 일반 가정의 컴퓨터를 통해서도 간편하게 가구를 주문할 수 있도록 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끝낼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도우만즈는 고객과 지구촌 곳곳에 산재해 있는 가구공장을 곧바로 이어주고 전세계 가구를 고객의 안방에까지 직접 판매할 수 있게 된다. 그는 걸음마 수준의 회사를 이끌면서도 벌써부터 시선을 해외시장으로까지 넓혀 놓고 있다. 그는 최근 이탈리아와 미국의 유명 가구업체들로부터 도우만즈가 갖고 있는 특허를 사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받아 놓고 있다.“가구는 널려 있는 것 중에서 (맘에 드는 것을) 고르는 게 아닙니다. 창조적 상품으로 계속 바뀌어 갈 겁니다.” 보잘 것 없는 신생 벤처회사 경영자지만 니노미야 사장의 머리와 가슴 속에는 가구업계에 변화의 대바람을 불어 넣겠다는 각오가 가득 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