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예산안이 발표될 때마다 팽창예산이란 평가를 받게 마련이다. 우선 국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예산이 많이 늘어난다는 것은 세금부담이 늘어난다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에 반겨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예산규모가 늘어난다고 해서 무조건 나쁜 것이라고 속단하는 것도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사실 세금부담은 늘어나겠지만 그 돈은 대부분 재정지출을 통해 국민에게 되돌아가게 마련이다. 또 정부가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을 하기 위해서는 적정규모의 예산 뒷받침이 이뤄져야 하는 것 또한 분명하다. 따라서 예산안의 팽창여부를 단순히 전년대비 증가율만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쓰이고 경제성장이나 국민들의 세금부담능력 등을 감안해 볼 때 과중한 것은 아닌지 등을 따져보는 것이 필요하다.그렇다면 정부가 이번 정기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은 어떤가. 정부발표를 보면 내년 재정규모는 1백12조5천8백억원으로 올해보다 6.9% 늘어난 것으로 돼 있다. 국민이 부담하는 조세부담률은 금년보다 높아지지 않았지만 국민소득 증가에 따라 1인당 세금부담액은 지방세를 포함해 2백71만원으로 올해보다 20만원이 늘어난다. 또 세금으로 충당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2조1천억원은 국민들로부터 빚을 얻어(국채발행) 쓰기로 했다. 이에 대한 정부 설명은 경기활성화와 생산적 복지 실현을 위해 최소한의 규모로 편성했다는 것이지만 많은 사람들은 팽창예산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편이다.우선 금년대비 증가율 6.9%는 금년도 추가경정예산까지를 합한 재정규모를 기준으로 산출한 것이다.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통과된 당초의 본예산에 대비해 보면 12% 가까이 늘어난다. 이는 분명 팽창예산이다. 본예산대비 증가율이 의미가 있는 것은 내년에도 추경을 편성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또 6.9%를 그대로 인정한다 하더라도 경제성장 전망에 비해 다소 높은 수준이다. 정부는 내년 실질경제성장률을 5%로 보고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경상성장률에 비해 보면 무리한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지금의 경제상황으로 보아 내년 5% 성장 달성은 어렵다. 경제성장을 훨씬 웃도는 예산팽창은 우선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정부역할이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하고 이는 늘어나는 부분만큼은 민간부문의 위축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는 않다.그런데 내년 경제가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큰 만큼 적자재정을 편성해서라도 경기를 부양시키는 게 필요하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정부가 재정투융자사업을 많이 벌여 돈을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도로건설 등 사회간접시설을 많이 건설하면 국민생활은 물론 기업 물류비용을 줄일 수 있어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고용안정은 물론 소득증가를 통해 소비도 늘릴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결국 경기도 살아나고 국가경쟁력도 강화되는 선순환으로 바뀔 것이라는 주장이다. 다만 그로 인해 물가가 오르고 재정적자가 누적되면 장차 국민들의 세금부담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는 부작용은 감수해야만 한다. 내년 예산에 공적자금과 국채 이자지급액만도 10조원에 가깝다는 것은 문제다.어느 쪽이 옳은 지는 단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느냐다. 같은 돈을 쓰더라도 어디에 먼저 쓰는 것이 국민경제에 보탬이 되는 가를 따져봐야 한다. 사회복지 지출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은 그런 점에서 한번쯤 되새겨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