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9월11일 뉴욕 세계무역센터와 워싱턴 펜타곤에 대한 동시다발 공격을 테러로 규정한 뒤 곧바로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전쟁의 형태가 어떤 모습인지 아직 구체화되지 않고 있지만 미국은 이미 전쟁을 시작한 셈이다.그렇다면 전쟁은 주식투자자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쉽게 말해 미국이 벌이는 전쟁이 과연 주가를 올릴까 내릴까. 세계증시가 거의 연동화돼 있는 만큼 이번 테러전쟁은 세계증시의 움직임과도 곧바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관심이 모아진다.월스트리트저널 자매지인 증권전문주간지 배론스지는 지난 20세기에 있었던 5개의 전쟁기간 중 주가의 움직임을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미국이 이기느냐 지느냐에 따라 투자자들의 운명도 크게 엇갈리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일단 전쟁이 벌어지면 상대방의 시장과 산업생산시설을 파괴함으로써 자국 기업의 이익을 증대시키고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다. 이는 세계 열강의 균형을 변화시킬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증권시장도 커다란 변화를 가져온다. 그러나 증시의 분명한 방향은 전쟁이 끝난 뒤 전쟁의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다.“전쟁 발발, 자국서 멀수록 유리”지난 1백년간 미국이 참전한 전쟁이 적어도 주식시장에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위대한 게임 designtimesp=21566>의 저자인 존스틸 고든은 “전쟁은 초기에 증시를 혼란으로 몰고 가지만 전쟁이 끝난 뒤에는 경제나 주식가치를 향상시키는 강력한 엔진으로 작동한다”고 강조한다. <강대국의 흥망 designtimesp=21567>의 저자인 예일대 폴 케네디 교수는 한발짝 더 나간다. “1차 대전과 2차 대전에서 영국과 프랑스처럼 피해가 많을 지라도 지는 것보다는 이기는 전쟁이 경제에 훨씬 좋다”며 “특히 전쟁은 자기 나라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벌이는 게 좋다”고 말한다.1914년부터 18년까지 지속됐던 제1차 세계대전은 투자자들에게 약간의 보상을 줬다. 오스트리아의 페르디난드 황태자가 암살되면서 전쟁이 시작될 무렵 미국의 다우지수는 83이었다. 전쟁이 시작되자 다우는 곧바로 35% 수직하락했고 뉴욕 증권거래소는 4개월간 문을 닫아야만 했다.증권거래소는 12월 중순 다시 문을 열었고 그뒤 2년 동안 1백% 이상 올랐다. 미국이 참전했던 1917년 다소 떨어졌을 뿐이다. 1차대전 중 주가는 연평균 10% 가량 올랐다. 하지만 이 기간중 물가상승률인 인플레이션은 연평균 11%에 달했다.1939년부터 45년까지 벌어졌던 2차대전 역시 개전 초에는 시장이 급격히 떨어졌다. 1939년 개전 후부터 진주만공습 직후까지 무려 40% 하락했다. 주식 시장은 42년 바닥을 치고 상승을 시작했는 데 이때는 미국의 일본 본토에 대한 공습이 시작되면서 이 전쟁은 ‘이길 수 있는 전쟁’이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이후 D데이나 원자폭탄을 투하할 때 등 승리의 확신이 설 때마다 주가는 폭등했다.1939년 전쟁이 시작하기 전 다우지수는 155 선이었으나 45년 8월 종전 때는 167 수준이었다. 전쟁이 끝난 뒤인 45년말과 46년 초에 15% 이상 뛰어오르기도 했다. 다우는 2차대전 기간 중 연 평균 약 8% 올랐는 데 이는 당시의 연평균 인플레이션율 3.7%의 두배를 넘는 수준이다.1950년부터 53년까지의 한국전쟁기간 동안도 다우는 개전 초 폭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1950년 6월 북한의 침공이 시작된 뒤 3주 동안 주가는 12% 하락했다. 그러나 주가는 곧 반등했다. 이때 200선이던 다우는 53년 7월 휴전협정이 서명될 때 250 선으로 올랐다.더욱 중요한 것은 휴전협정 이후 한햇동안 무려 24% 상승했다는 점이다. 50년대 후반에도 증시는 흡족한 ‘평화배당’을 누릴 수 있었다. 한국전쟁기간 중 주가는 연평균 9% 올랐다. 이는 연평균 인플레이션 4%의 두배 이상이다.1964년부터 75년까지 끌었던 베트남전쟁은 투자자들에게는 가장 나빴던 전쟁이었다. 승리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고 결과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이 전적으로 전쟁에 참여한 계기가 됐던 통킹만사건이 벌어졌던 1964년 다우는 840선에서 거래됐다.하지만 11년 뒤 사이공이 함락됐을 때 지수는 1964년 수준에서 10포인트 하락했다. 흑인인권운동가 마틴 루터킹의 암살,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동생이자 민주당 대통령후보였던 로버트 케네디 암살, 워터게이트 사건과 닉슨대통령의 사임 등 미국내 굵직굵직한 사건들은 물론 아랍 이스라엘전쟁 OPEC(석유수출국기구)의 첫번째 수출금지 등 전쟁기간 중에 여러가지 악재들이 많았음을 고려하면 그렇게 크게 떨어진 수준은 아니었다.베트남 전쟁 때 투자자 손실 커베트남전쟁은 여러 측면에서 다른 전쟁이었다. 미국은 국내에서 대규모의 반대시위가 일어나는 등 한 손이 국내에 묶인 채 벌어진 유일한 전쟁이었다. 또한 미국이 진 전쟁이었다. 그래서 투자자들도 손실을 봤다.주가는 전쟁기간 동안 연평균 1%씩 하락했다. 인플레는 연평균 5%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주식손실률은 훨씬 더 큰 셈이다.걸프전의 기간은 90년에서 91년까지로 다른 전쟁들보다 짧았다. 하지만 형태는 비슷했다. 처음에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하고 세계의 석유시장이 위협받을 때 시장은 급락했다. 다우는 개전 두달만에 18% 하락했다.그러나 사막의 폭풍작전으로 전쟁에서 쉽게 승리하자 빠르게 회복됐다. 전쟁기간 중 연간 상승률은 9.7%로 인플레의 두배였다. 그리고 이때는 사상 최고의 강세장을 여는 계기가 됐다.부시대통령이 선언한 테러와의 전쟁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그리고 다른 전쟁들처럼 지난 9월11일 테러발생 후 초기에는 주가가 폭락했다.최근 들어 상승기조를 보이는 것은 미국이 이기는 전쟁일 것이라는 확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툴렀던 베트남전쟁 대신 완승으로 끝난 사막의 폭풍이 재현되길 기대하는 심리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