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러사건으로 월가의 많은 금융기관들이 피해를 입었다. 그중에서도 운용자산이 1백60억달러에 이르는 프레드 앨저 자산운용회사(Fred Alger Management Inc.)가 가장 치명적인 타격을 받았다. 세계무역센터 북쪽 건물 93층에서 일하고 있던 이 회사의 머니매니저 애널리스트 트레이더 등 핵심인력 55명중 36명이 사망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스마트머니지가 90년대 최고의 머니매니저로 선정한 데이비드 앨저(David Alger, 사진)가 포함돼 있다.데이비드 앨저는 창업자인 프레드 앨저의 동생으로서 95년부터 사장을 맡아 탁월한 운용실력을 보여 왔다. 그는 하버드에서 미국사를 전공하고 미시간대학에서 MBA를 취득했다. 증권회사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하다가 71년에 이 회사 리서치담당 임원으로 참여했다. 74년부터는 포트폴리오 운용으로 업무 범위를 확대했다. 그가 운용한 스펙트라 펀드는 미국의 대형주 성장형 펀드중에서 최고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과거 15년간 연평균 수익률이 19.6%로서 S&P 500지수의 연평균 상승률을 4.8%포인트나 상회했다. 90년대 10년 동안은 총 9백71%, 연평균 27%의 수익률을 올렸다.올해 나이 59세로 이제 고인이 된 그는 성장주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스타일이었다. 고속 성장하는 기업이라면 PER가 아무리 높더라도 개의치 않았기 때문에 90년대 중반 이후 인터넷을 포함한 기술주에 집중 투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기업의 수익전망에 초점을 맞추는 버텀업(Bottom-Up) 방식을 취했다. 회사 규모에 비해서는 상당히 많은 21명의 애널리스트를 둔 것도 이 때문이었다.회사의 애널리스트들은 모두 11개 팀으로 나뉘어 1천4백개 기업을 추적했다. 앨저는 막강한 리서치가 경쟁에서 이기는 바탕이 된다고 말하곤 했다. 다른 자산운용회사에서는 머니매니저가 아이디어를 짜내서 포트폴리오를 짠 다음 애널리스트에게 “이 주식 10만주를 샀으니 계속 연구해 주십시오”라고 요청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앨저사에서는 애널리스트들이 먼저 아이디어를 내며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권한도 갖는다. 애널리스트는 입사하면 5년 정도의 훈련과정을 거친 다음 본격적으로 일하는 데 나중에 그중 일부는 머니매니저로 발탁되기도 한다.금융 위주 포트폴리오 재편 중 테러사건으로 사망성장주를 고를 때는 두 가지 기준을 적용했다. 첫번째는 판매량이 급속도로 증가하는 기업이다. 판매량의 증가율이 매년 더 높아지는 기업은 급성장하는 산업에 속해 있거나 성장이 느린 산업에 속해 있지만 대단히 창의적으로 경영하고 있는 기업들이다. 두번째 부류는 앨저가 ‘라이프사이클 변화기업(Life Cycle Change Company)’이라고 부른 기업들이다. 전에는 저성장기업이었으나 경영진이 바뀌거나 새로운 제품을 도입해서, 또는 산업에 다른 급격한 변화가 생겨 갑자기 3~5년 동안 급성장하게 되는 기업을 말한다.그는 고성장기업이면서 경영진이 유능하다는 판단이 서면 과감하게 매수했다. 90년대의 높은 수익률은 이베이 야후 AOL 아마존과 같은 인터넷 주식에 집중적으로 투자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지난해에는 기술주 폭락으로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전락했지만 금융 건강관리 소매업종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해서 비교적 선전하고 있던 와중에 변을 당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데이비드 앨저의 주식 매도기준- 기업의 펀더멘털이 기준에 미치지 못할 때- PER가 목표치에 도달했을 때- 특정주식의 보유금액이 전체 펀드의 5%를 넘을 때- 다른 더 좋은 주식을 발견했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