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증시가 미국 테러사태 이전의 수준으로 다시 회귀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테러 사태가 주식시장에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한 것일까. 우선 우리 한국 증시는 물론 세계 증시가 빠르게 주가를 회복할 수 있었던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다.첫째는 테러 사태 이후 각국별로 강력한 재정 통화 정책이 시행됨에 따라 적어도 내년 하반기부터는 V자형 경기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재정통화 정책의 효과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역설적으로는 기대감을 그만큼 크게 하고 있다. 통상 주가는 확실한 결과를 알 때보다는 기대감에 의해 상승하는 경우가 더 많다.둘째는 이런 시장심리를 실제로 매매에 연결시켜 줄 수 있는 풍부한 유동성이다. 이 역시 강력한 통화정책의 결과다. 금융시장의 잉여 유동성은 통화증가율에서 산업생산 증가율을 뺀 수치로 파악된다. 실물부분이 필요로 하는 유동성 이상의 통화공급은 금융부분의 자산 수요를 부추기고 이는 주식과 채권 값의 상승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현재 이 잉여유동성(통화증가율-산업생산증가율)의 수준이 20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어쨌든 최근 주가는 이런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내년 경기회복 시나리오를 이미 선반영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한국 시장의 상승세도 이런 세계 증시의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미 테러사태 이후 상승폭이 큰 시장은 한국의 코스닥, 이탈리아 핀란드 터키 독일 미국의 나스닥 등이다. 이들 시장은 테러사태 이후 하락폭이 가장 컸던 그룹이었다. 한국 시장의 상승폭이 결코 세계 주식시장의 커다란 흐름을 벗어나고 있지 않다. 최근 한국 시장을 견인한 것은 적지 않은 외국인 매수세였다. 이런 외국인 매수세 역시 글로벌 유동성 논리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 만큼 향후 한국시장은 글로벌 시장의 수익률 구도내에서 살펴보는 안목이 필요하다.IT 수요 회복 시간 걸려 … 시장 압박 여전그렇다면 문제는 최근의 상승 장세가 향후 지속 가능한 중요한 장세 전환일까라는 점이다. 이 부분에 대해 필자는 현재의 주가 움직임을 시장의 막바지 바닥 형성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 아직 완전한 바닥을 쳤다고 보기 어렵다. 세계 증시 반등의 요체라 할 수 있는 IT 수요 회복에는 아직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해서다. 산업내 구조조정을 통한 과잉생산능력 조정 과정도 전체 시장을 여전히 압박하리라 본다. 또 95년 이후 팽창한 미국의 과잉소비 압력의 해소과정이 이제 막 시작되고 있다.현 국면의 궁극적 현안은 향후 기대되는 경기회복의 ‘폭’과 ‘성격’이다. 미국 증시가 95년 이후의 고생산성-고성장에 기초한 강세장 구도를 재현하리라 보기는 힘들다는 점에서 현 장세의 한계가 있다.그림(왼쪽)에서 보는 바와 같이 IT산업내 2류 기업들의 주가는 95년부터 97년까지 성취했던 생산성 증가와 밸류에이션 상승에 대한 도전을 받고 있다. 이제는 저성장 국면에 적용될 새로운 기업 가치 평가틀의 모색 시기로 전환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중요한 신호다. 현재 시장은 풍부한 유동성과 기대감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시장 참가자들은 얼마 후 이 부분에 대한 평가를 다시 시작할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