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정화면에 자막, 어학·교육용 기기 새 지평 … CD 한장에 담은 코란 ‘세라쟈드’도 화제

종교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김혜경씨(23)는 최근 홈쇼핑채널에서 문자가 표시되는 MP3플레이어를 하나 샀다. 보통 MP3플레이어보다 3배나 비싼 값을 치렀지만 김씨는 요즘 이 물건으로 음악감상은 물론 영어성경 등 외국어 공부까지 한번에 해결하는 재미가 쏠쏠하다.이 제품은 디지털 학습기 개발 전문 벤처기업인 고려미디어가 지난해 출시한 캡션(자막) MP3플레이어 ‘엠피캡(MPCAP)’. 김씨는 이 기기를 구입한 후 이 회사 홈페이지(www.mpcap.com) 회원으로 자동 가입됐다. 이후 홈페이지에서 제공되는 콘텐츠를 이 기기로 내려받고 있다. 음악파일은 물론이고 영어 일어 중국어 등 외국어 회화 콘텐츠와 전공과 관련있는 성경 불경 같은 종교 콘텐츠까지 담고 있다.삼성전자를 비롯해 엠피엠닷컴, 디지털웨이 등에서 생산하는 기존 MP3플레이어들은 소리만 재생하는 수준. 이에 비해 MPCAP은 제품 이름처럼 ‘자막(캡션)’이 나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자막동기화 프로그램으로 노래나 외국어 발음이 나오는 것과 동시에 해당 캡션을 액정화면에 그대로 띄우는 방식이다.자막 나오는 어학학습기 ‘엠피캡’으로 급부상@@@@3350229박석준 기술이사는 “카세트 테이프는 별도로 책자로 된 교재나 가사집을 봐야 하지만 MPCAP은 이미 모든 텍스트가 LCD창에 나타나 실용적”이라고 설명한다.버튼 한 번만 누르면 원하는 부분만 반복해 들을 수 있다. 그만큼 듣기 연습에 집중할 수 있다. 또 자기 목소리를 녹음해 재생하면서 현지인(네이티브 스피커)과 다른 발음을 바로바로 교정할 수 있다.색인(Index) 기능이 있어 경전같이 방대한 콘텐츠도 정확하게 짚어내 다시 보고 들을 수 있다. 음악을 들을 때도 원하는 노래의 특정 소절을 탐색해 가사를 보며 다시 들을 수 있어 노래를 배우는 데 효과적이다. 한 마디로 조그만 기기 하나에 외국어 학원과 노래방을 모두 담아서 들고 다니는 셈이다. 홈페이지에서 제공되는 콘텐츠도 다양해 필요한 콘텐츠를 언제든지 최신의 것으로 업데이트할 수 있다. 이 제품은 별다른 홍보도 없이 출시 1년만에 모두 5억원어치가 팔리는 히트 상품으로 떠올랐다.최근엔 역시 문자 표시와 음향 재생이 가능한 ‘캡션 MP3 CD플레이어’도 개발해냈다. MP3 CD플레이어에 캡션표시 기능과 원터치 반복재생 기능, 화면을 보면서 찾을 수 있는 비주얼 탐색 기능 등을 추가했다. PC에서 내려받던 콘텐츠를 CD에 기록해 CD플레이어에서 재생시키는 방식이다. MPCAP과 마찬가지로 문자로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원하는 부분을 탐색해 반복해서 청취할 수 있다. 6백50MB(75분 분량)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CD를 사용하므로 MP3플레이어보다 훨씬 많은 양의 콘텐츠를 담을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최대 1백70곡이 넘는 노래를 수록할 수 있고 성경이나 코란의 전분량도 CD 1장에 다 넣을 수 있다. 녹음된 음향을 재생하면서 문자로 내용을 볼 수 있는 일종의 전자책(e-book)인 셈이다.‘마이크 믹싱’ 기능도 갖춰이는 용량이 제한돼 수시로 인터넷 사이트에서 다운로드를 받아야 하는 MPCAP에 비해 훨씬 더 사용이 편리하다. 어학이나 종교경전 학습의 경우 한정된 분량의 콘텐츠만 담아 청취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없다. 음악 재생과 동시에 본인의 음성을 입력 및 청취할 수 있는 ‘마이크 믹싱’기능까지 갖췄다. 마이크를 연결해 반주 음악을 재생하면서 노래를 부르면 합성된 음악이 스피커로 흘러나오는 식이다.이런 기능을 일반 오디오에 적용시킬 경우 앨범을 만들기 위해 가수가 녹음실에서 녹음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게 박이사의 말이다.이와 함께 2개 언어를 동시에 표시할 수도 있다. 또 수록된 콘텐츠가 방대할 경우 사용자가 입력된 콘텐츠를 내용이나 선호도별로 손쉽게 편집할 수 있도록 했다. 전체반복재생, 일부반복재생, 무작위재생 등이 모두 가능하다.이미 코란을 CD 1장에 담아 반복학습할 수 있는 캡션 MP3 CD플레이어도 내놓았다. ‘세라쟈드’라 이름 붙인 이 제품은 코란의 구절구절을 화면에 표시하면서 생생하게 낭독한다. 박이사는 “최근 아랍에미레이트에서 열린 두바이 정보통신박람회에 이 제품을 선보이자마자 20개 이상의 아랍 회사들이 제품 구매의사를 밝혀왔다”고 말했다.일반 오디오 CD를 가공해 캡션 MP3 CD플레이어에서 재생시키면 시장성은 더욱 커진다. 음반제작사에서 생산되는 CD에 캡션 재생이 가능한 정보를 함께 입력한 CD, 즉 ‘캡션CD’가 그것. 캡션 MP3 CD플레이어가 음악 재생은 물론 노래가사, 가수 프로필, 노래해설 등을 화면에 표시해 준다. 또 소절반복 청취 및 마이크 믹싱을 통한 따라부르기가 가능해진다. 박이사는 “음반사들이 음반판매량 신장을 위해서 이를 도입할 것이고 따라서 캡션 MP3 CD플레이어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 회사는 지난 99년 현재 MPCAP의 인터넷 비지니스에 대한 국내발명 특허를 획득한 데 이어 현재 세계 10여개국에 16개의 관련 특허를 출원중이다.인터뷰 / 박규진 사장“세계 종교·어학시장 돌풍 기대”@@@@3188265“소리로 돼 있는 콘텐츠라면 뭐든지 이 캡션 MP3 CD플레이어에 담을 수 있습니다.”박규진 고려미디어 사장은 외국어 학습에서 인터넷과 연동될 수 있는 MP3로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외국어 교육 시장이 시간과 장소의 제약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점에서 캡션 MP3 CD플레이어가 기존 온라인과 오프라인 교육시장을 통합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그는 기대한다.“학원을 손안에 들고 다니면서 때와 장소에 관계없이 보고 듣고 말하는 학습이 가능하게 된 거죠.”그는 80년대 국내에선 불모지였던 CD롬 사업에 뛰어든 이래 병원 진료차트 전산화 프로젝트를 주도했던 정보기술(IT) 1세대다. 그후 초창기 인터넷과 디지털 시스템 쪽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내놓은 게 캡션 MP3플레이어다.그는 이 제품으로 연간 4조원 규모의 국내 어학시장은 물론 해외시장까지 노리고 있다. 특히 중국과 일본 아랍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2008년 북경올림픽을 앞두고 중국대륙에서는 영어학습 열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우리 대중가요 CD에서 한국어 가사와 중국어 해석을 동시에 보여 주면 최근 중국에서 일고 있는 한류에도 편승할 수 있습니다.”아랍권을 겨냥한 코란을 담은 e북인 ‘세라쟈드’에 이어 전세계 20억 인구의 기독교 시장을 겨냥, 최근 NIV성경의 CD제작권을 확보했다. 드라마 성경, 찬송가 모음집도 제작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