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더뉴스 본사 스튜디오‘봉이 김선달’이라는 호칭이 한국사회에서 갖는 의미는 분명하다. 별 다른 가치도 없는 상품으로 일확천금을 노리거나 노력도 하지 않은 채 큰 돈을 벌려 하는 사람에게 우리는 ‘봉이 김선달…’식의 수식어를 갖다 붙인다.기상 정보는 상품적 측면에서 본다면 물과 많이 닮았다.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고 시시각각으로 달라지는 자연의 변화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돈을 주고 산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눈만 뜨고 자리에서 일어나면 사방 천지에서 뉴스로 쏟아지는 것이 기상 정보이니 이를 매매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은 어찌 보면 봉이 김선달식 장사처럼 여겨질 수도 있다.그러나 기업 활동에서 기상 정보가 차지하는 중요성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엄청나게 크다. 한 예로 청량음료, 빙과업계에서는 여름철 기상 정보에 목을 건다. ‘한 여름철 영업상무는 날씨’라는 게 정설로 굳어 있는 이 업계에서는 날씨를 정확히 알아 차리는 것 하나만으로도 막대한 손실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한국에서도 기상 정보는 뉴 비즈니스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중앙기상대 등 기상과 관련된 일터에서 전문직에 종사했던 고급인력들이 기상 정보를 취급하는 민간기업을 설립한 것은 거의 10년전의 일이다.일본 역시 기상 정보 사업이 돈벌이 대상으로 주목받는 것은 한국과 비슷하다. 태풍과 지진이 잦은 데다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일본에서 들쑥날쑥한 날씨 변화를 앞질러 알려주는 기상정보는 한국보다 더 소중한 가치를 갖기 때문이다.하지만 기상 정보만을 취급하면서 한햇 동안 1백억엔(약 1천1백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이 일본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눈이 휘둥그레지지 않을 수 없다. 경상이익이 11억엔(약 1백20억원)을 넘고 증시에서도 우량기업으로 각광받는다는 내용을 접하게 되면 ‘과연 날씨 소식만을 팔면서 그런 일이 가능할까?’ 반신반의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날씨 팔아 한해 1천억원 매출2000년 12월 기상정보회사로는 일본 최초로 오사카증시의 나스닥 재팬에 상장한 ‘웨더 뉴스(Weather News)’는 날씨 소식을 파는 기업이 발휘할 수 있는 사업 수완을 거의 모두 보였다는 점에서 주목을 끄는 회사다. 지난 86년 6월에 설립돼 올해로 만 15년을 넘긴 이 회사는 기상 정보를 생활에 필수 불가결한 콘텐츠로 다양하게 가공해 공급한다. 기상 동향의 파악과 예측, 분석을 위해 세계 각지에 무려 19개의 거점을 두고 있어 정보 수집력에서 전세계 톱을 자랑한다.웨더 뉴스는 지금까지 공중파 방송국과 케이블 TV 등에 기상 예보 프로그램을 제작, 공급해주거나 지방자치단체와 기업 등에 방재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주요 수익원으로 삼아 왔다. 방송국을 상대로 할 경우 기상 정보의 내용과 인력을 세트로 한데 묶어 공급하는 것이 기본 방식이었다. 현재 90개 민영방송과 2백30개 케이블 TV국, 13개 신문사와 계약을 맺고 본사 스튜디오에서 직접 뉴스를 띄우거나 특정 프로그램에 인력을 파견해 주고 있다.그러나 웨더 뉴스의 진짜 강점은 단순히 기상 정보를 판다는 데만 있지 않다. 기상 정보에 컨설팅 서비스라는 부가가치를 붙여 발명품 수준으로까지 품격을 높인 노하우에 있다. 이 회사는 날씨 변화에 목을 걸면서 정확한 기상 정보를 원하는 업종, 예컨대 이벤트, 도시락 배달, 슈퍼마켓, 스포츠 마케팅 등과 관련된 기업에 입맛에 맞는 소식을 가장 적합한 시기에 제공한다는 것을 자랑으로 삼고 있다. 도시락 배달 전문점의 경우 며칠 후의 기온이 몇도까지 올라가니 식자재 구입량을 몇% 줄이는 것이 좋겠다는 식의 맞춤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웨더 뉴스는 이를 ‘RC(리스크 커뮤니케이션)서비스’라고 부르고 있다. RC서비스가 진가를 발휘하는 곳은 한 두 군데가 아니다. 날씨에 신경을 써야 하는 업종과 장소에서는 어디든 귀한 대접을 받는다. 건설현장, 석탄채굴 작업장, 농사현장은 물론 지진과 태풍에 항상 대비해야 하는 지자체들도 RC서비스에 열심히 귀를 기울인다.육지에만 열성팬이 있는 것은 아니다. 바다와 하늘에도 24시간 내내 RC서비스의 궤적을 좇는 단골 고객이 즐비하다. 항공기 운항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제트 기류의 위치를 사전에 알려줘 보다 편안한 비행이 되도록 하거나 망망대해의 선박을 안전한 항로로 유도해 주는 것도 외부에 드러나지 않은 RC서비스의 또 다른 역할이기 때문이다.“단순한 기상 예보에 머물지 않고 날씨 변화에 따른 각종 리스크를 콘텐츠화해 정보로 제공하는 업체는 전세계에서 웨더 뉴스 밖에 없을 것입니다. 다른 회사들은 예보면 예보, 하늘이면 하늘 등 한정된 분야에만 특화해 사업을 벌이지만 우리는 올 라운드 플레이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강점입니다.”스스로를 날씨 장사꾼이 아니라 콘텐츠 기업인이라고 부르는 이 회사의 이시바시 히로요시 회장은 제조업체가 끊임없이 새 상품을 만들어 내듯 생활에 꼭 필요한 콘텐츠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회사 운영의 기본 방침으로 삼고 있다. 그는 일본이 20세기에는 물건을 담는 콘테이너를 만드는 경쟁에서 세계 각국을 누르고 대성공을 거뒀지만 이제는 경쟁력 후퇴와 중국의 등장으로 새 길을 찾지 않을 수 없게 됐다는 점을 비유로 들고 있다.웨더 뉴스는 RC서비스에서만 1천5백개 이상의 고정고객을 유지하면서 지난 한햇 동안 무려 52억7천3백만엔의 돈을 벌어 들였다. 이중에는 일본의 33개 지방자치단체가 포함돼 있으며 이들 지자체는 방재관련 정보를 공급받고 있다.‘고객의 기상대’를 표방하는 웨더 뉴스는 지금까지의 경영 노선 외에 개인고객 확대라는 또 하나의 과제에 변신의 승부를 걸고 있다. 날씨라는 1차 정보를 고객의 기호와 목적에 꼭 맞는 상품으로 만들어 개인들이 보다 사용하기 쉽도록 해주는 첨단 생활정보업체로 자리매김 하자는 것이다. 우산지수 세탁지수 맥주지수 등 하루 하루의 일상생활과 날씨를 관련지어 만든 각종지수는 한국처럼 일본에서도 편리함을 인정받으며 폭넓게 인기를 끌고 있다. 웨더 뉴스는 이들 지수야말로 일본 기상청이 민간업체들에 기상 예보를 맘대로 하지 못하도록 했던 시절에 규제의 그물을 피하기 위해 자신들이 만들어 냈던 ‘발명품’임을 상기시키고 있다.개인 상대 기상정보 사업 활황 기대이 회사는 앞으로야말로 개인을 상대로 한 기상정보 사업이 전성기를 맞을 것이 틀림없다고 장담하고 있다. 무선 인터넷 발달로 누구나 휴대폰 속에 자신만의 정보마당을 가지게 된 이상 기상 정보가 파고들 사이버 공간은 무궁무진하게 열려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난 99년 2월부터 NTT도코모의 ‘i모드’를 통해 월 1백엔의 서비스료를 받고 기상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이 회사는 이미 50만명 이상의 유료회원을 확보해 놓고 있다. 웨더 뉴스는 근무지, 자택 소재지 등 회원이 특정 지역을 지정하면 일정 시간마다 해당지역의 우산지수, 세차지수 및 기온 등의 정보를 전자 메일로도 보내주는 맞춤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민간기업들에 1개월 후까지의 기상 예보를 할 수 있도록 일본 정부가 허용한 것이 불과 6개월전인 올해 4월의 일입니다. 민간의 실력을 믿지 않고 관청만 해야 된다는 시대착오적 발상을 깨뜨리지 않고는 발전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최첨단 기업을 꿈꾸는 웨더 뉴스의 이시바시 회장은 관의 규제와 장벽을 뛰어 넘은 또 한명의 파이어니어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