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전부터 신용카드 사용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현금이 필요할 때가 많다. 경조사에 축의금이나 부의금을 낼 때나 신용카드를 받지 않는 작은 업소에선 어쩔 수 없이 현금이 있어야 한다. 이럴 때 은행이라도 가까이 있으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할 땐 난감하기 그지없다.경기도 안양에 있는 뱅킹시스템 전문업체인 네오테크(www.ne-otk.com)는 현금이 필요할 때 굳이 은행에 가지 않고서도 현금을 뽑을 수 있는 비은행용 현금지급기(CD)를 개발해냈다. 최근 미니 CD기 ‘NT-2000’을 내놓고 시장 공략에 나섰다.이 CD기는 은행에서 흔히 볼 수 있는 CD기가 아니다. 주로 편의점이나 수퍼마켓 등에 설치될 수 있도록 작은 사이즈로 제작된 게 특징이다. 설치 면적이 기존 은행 CD기의 절반도 안돼 소규모 사업장에 알맞다.현금출금은 물론 계좌 조회와 송금 등 은행 CD기와 같은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은행이나 지하철역에 가지 않아도 잔액을 조회하고 돈을 찾을 수 있다.현재 세븐일레븐과 LG25시 등 편의점 30여 곳에 이 기기를 들여 놓고 시범 운영하고 있다. 본격적인 판매를 앞두고 지난 7월 자체 공장도 세웠다.시장규모 2천5백억원 이상 ‘전망 밝아’이 회사 김남우 기획관리이사는 “주말이나 명절 때 은행 CD기에 현금이 바닥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편의점이나 수퍼마켓에서 바로바로 현금을 찾을 수 있는 미니 CD기를 고안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그는 또 “미국이나 일본에선 이런 편의점용 미니 CD기가 점주에게 수수료의 일부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면서 국내에서도 멀지 않아 큰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점쳤다.이 회사가 은행이 아닌 편의점 등을 공략하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강정석 부사장은 올해 금융자동화기기 시장이 2천5백억원 이상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이 시장은 은행이 아니라는 게 그의 시각이다. 현재 국내 주요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CD기와 ATM(자동입출금기)기 등 자동화기기는 4만대 정도. 이미 포화 상태다. 그런 데다 최근 이들 기기를 1대당 3천5백만원에 달하는 값비싼 환류식(Recycling) ATM기로 바꾸는 시도도 벽에 부딪치고 있다. 은행 입장에선 이 기기를 도입해 운영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은행에선 당분간 자동화기기에 대한 이렇다 할 수요가 생기지 않을 것으로 그는 내다본다. 대신에 편의점이나 할인마트 등이 틈새 시장으로 자리잡을 것이란 전망이다.부가 기능 접목한 키오스크도 개발 계획지난 98년 설립된 네오테크는 그동안 CD기와 ATM기의 운용 소프트웨어(SW)를 개발해 왔다. 통장프린터, 카드리더기 등도 잇따라 출시하면서 금융자동화기기 시장을 뚫어 왔다.현재 국내 CD기 및 ATM기 시장은 효성 청호컴넷 LG전자 등 3대 메이저 업체가 장악하고 있다. 이중 청호컴넷과 효성이 전체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한 상태. 특히 효성이 국내 은행에 납품한 금융자동화기기의 90% 정도에 네오테크가 운용 SW를 공급했다. 따라서 이 회사가 저작권을 가진 SW의 시장점유율도 그만큼 높다.“현재 제2, 3금융권 뱅킹 단말 시스템 시장만 보면 50%를 점유하고 있다”는 게 강부사장의 말이다.이 SW 공급과 유지보수, 그리고 각종 금융자동화기기 솔루션 판매로 지난해만 34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다.기존 CD·ATM 솔루션 시장을 점유한 대기업들은 이미 판매한 제 1금융권의 기기와 SW를 유지보수하기에도 벅차다고 그는 주장한다. 따라서 이 틈을 타 편의점이나 마트형 CD로 승부를 걸겠다는 전략이다. 네오테크는 연구개발 분야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전체 임직원중 절반 이상이 연구개발 인력이다.지난해 7월엔 경기지방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우수벤처기업으로 지정받았다. 네오테크는 요즘 사업 확장을 위해 모두 25억원의 투자 유치를 계획중이다. 신제품 마케팅을 위해 웹캐시, 키스뱅크 등의 VAN(부가통신사업자)사들과 계약을 체결한 것을 시작으로 계속 영업망을 넓혀 나갈 계획이다. 현재 올 매출 규모도 당초 예상보다 높은 62억원으로 상향 조정해 놓았다. 내년엔 1백50억원 매출을 목표로 하고 2003년 코스닥 등록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기존 CD기에 티켓발급, 교통카드 충전, 동전교환 등 갖가지 부가 기능을 접목시킨 키오스크 제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031)421-2182인터뷰 / 석대원 사장“NT-2000으로 해외시장 공략”석대원(47) 네오테크 사장은 자체브랜드 NT-2000을 시작으로 제2, 3금융권은 물론 제 1금융권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최근 회사 CI 변경, 영문 홈페이지 제작 등 회사의 새로운 이미지 창출도 꾀한다. 이와 함께 지속적인 연구 개발로 다양한 신제품도 준비중이다. 전국적인 유지보수체제도 확대하고 있다.“우리 나라가 확실하게 국제경쟁력을 갖춘 품목이 바로 CD·ATM기며 현재 미국 일본 중국 등지에 수출시장도 아주 넓습니다.”국내 제조사들의 수가 적은 만큼 경쟁도 심하지 않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석사장은 내다 본다.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중국 북경에 사무소 개설을 준비중이다. 일본 시장 공략을 위해 최철호 전 (주)효성 일본법인장도 부사장으로 영입했다.이와 함께 올해 안으로 무선환경에서 운영할 수 있는 CD·ATM 솔루션을 개발할 계획이다. “경기장을 비롯해 선박 항공 장거리운행 버스 등에도 CD·ATM기를 장착할 수 있도록 할 생각입니다.”그는 서울대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지난 79년 (주)효성에 입사, 컴퓨터 뱅킹 솔루션 개발과 마케팅 분야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왔다. 지난 6월 네오테크의 전문경영인으로 영입된 후 금융자동화 기기를 자체 생산, 본격적인 시장 공략을 서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