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고원도시인 마추픽추는 빼어난 자연환경 못지 않게 유명한 것이 있는 데 바로 고산병. 워낙 고지대라서 산소가 희박하고 장시간 비행하고 온 관광객들이 도착해 맥없이 픽픽 쓰러지는 것도 바로 이 고산병 때문. 특히 나이가 많은 사람의 경우엔 예외없이 그 증세가 나타나는 데 한밤중에도 예외는 아니라고 한다.새벽 2~3시 사이 난데없이 가이드 방의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수화기를 들었지만 들리는 것은 숨소리뿐. 그것도 거칠게 호흡하면서 헉헉거리니 영문모를 가이드는 이 무슨 희한한 음란전화인가 하고 가차없이 수화기를 내려놓았는 데 또 울리기 시작했다.이번에도 역시 헉헉. 화가 난 가이드가 수화기에 대고 한국말로 마구 욕을 퍼댔더니 수화기 저쪽에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말이 “살려줘요, 여기 000호실인 데 숨이 막혀요”라고. 너무나 당황해서 사전에 고산병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호실까지 뛰어가는 데 별의별 상상이 다 떠올랐다고 한다. 강도에게 교살되는 중에 한 전화인가. 아니면 이미 강도한테 당한 것은 아닌지…. 점잖은 손님인 데 혹시 장난은 아니겠지. 끝없이 이어지던 상상이 방에 다다르자 곧 고산병으로 바뀌었고 아니나 다를까 간신히 숨만 몰아쉬던 손님이 침대에서 내려와 바닥에 대자로 누워 있었다.결국 호텔에 상주하는 의사를 불러서 호텔에 비치해둔 산소호흡기로 위기를 모면했다. 그러나 날이 새도록 손님을 마사지(피가 통하는 방법이라는 의사의 권유때문에) 해야 했다. 여행인솔자(TC)의 임무가 어디까지인지. 그 영역을 곰곰이 되새겨볼 만한 일이었다. 아무튼 다음날 계속되는 투어에 꾸벅꾸벅 졸면서 따라다녀야 했지만 간혹 밤마다 벌어지는 이 괴전화 소동에 중남미 고원지대 여행은 TC들에게도 그다지 반갑지 않은 코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