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부터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반도체 시장의 수요침체는 무엇보다도 세계 IT산업의 수요부진이 요인이다. 세계 IT산업의 수요부진은 세계 3대 경제권인 미국 서유럽 일본(IT제품의 70% 소비)의 통신인프라 미비가 가장 큰 원인이다. IT제품은 통신인프라의 기반에서 운용되는 데 통신인프라의 기반이 열악하다보니 소비자들의 IT제품 구매 열기가 낮다고 판단된다. 이는 마치 자동차 소비가 도로상황에 영향받는 이치나 마찬가지다.미국은 인터넷 이용자의 90%가 일반전화선에 의존하고 일본은 ADSL 회선수가 지난 6월말 현재 29만 회선에 불과하다. 3대 경제권의 IT제품은 쏘나타 수준인데 통신인프라는 2차선 비포장도로인 셈이다. 이때문에 당분간 IT제품 소비가 크게 확대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현실을 감안할 때 반도체 수요는 미국과 서유럽 및 일본의 통신인프라가 획기적으로 개선돼야만 큰 폭의 성장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전망이다.이들 국가들의 통신인프라 개선추이를 감안할 때 그 시기는 대략 2004년이다. 그때까지 실질 수요보다 높은 상태에 있는 잠재 공급력의 조정(신규 투자 억제, 기존 생산설비의 폐쇄 및 용도전환)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세부적으로 국내 기업들이 주력하고 있는 DRAM 산업 쪽으로 눈을 돌려보자. 올 4분기 중 PC수요는 계절적 성수기와 Windows XP 출시 영향으로 3분기 대비 15%가 증가(약 4백만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PC당 메모리 탑재량도 늘어나는 추세여서 PC업체들의 DRAM 구매량은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DRAM업체들의 재고량이 많고 생산량도 늘어나 DRAM 가격상승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DRAM 업체들은 올해말까지 재고문제를 말끔히 처리하지 못하고 내년을 맞이할 것이다.올 12월부터는 비수기여서 DRAM 수요가 침체될 것이나 선두업체의 생산량은 본격적으로 증가(0.15um 이하 Shrink 본격화), 공급사이드 압박은 더욱 커진다. 특히 내년 2월에는 음력설의 영향으로 동남아의 현물시장이 10여일간 휴장될 것이며 이에 따른 DRAM 재고량의 누적은 현물시장 비중이 높은 업체들에 초저가 덤핑을 강요할 것이다. 이런 영향과 분기말 재고처리로 내년 2~3월 중에는 DRAM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DRAM 업체 연말 재고문제 겪을 듯내년 2~3월 중 큰 폭의 가격하락이 일어나면 경쟁력이 약한 DRAM 업체들은 생산성이 떨어지는 라인을 불가피하게 폐쇄할 수밖에 없다. 대략 월간 3만매 이상을 가동하는 생산라인 5개가 내년 1분기 말부터 2분기 중 집중적으로 폐쇄(세계 DRAM공급력의 15%대가 축소)된다면 이것이 계기가 돼 현재 하락세를 지속하는 DRAM 가격의 흐름을 바꿔 놓을 수 있다.그러나 하이닉스 반도체가 중국에 전공정 설비를 매각해 상당액의 자금이 유입되고 채권단도 극적으로 신규자금 지원에 나선다면 하이닉스 반도체의 생명력이 연장된다. DRAM 업계의 살아남기 경쟁은 더욱 더 소모전성 지구전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DRAM 업계간 구조조정은 당초 예상보다 상당한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필자는 전체적인 상황을 감안할 때 DRAM 가격은 내년 2~3월에 바닥권에 진입하고 2분기부터는 DRAM업계의 구조조정으로 회복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예상한다. 내년 3분기부터 세계경기가 호전돼 PC경기가 살아난다면 DRAM가격 회복에는 탄력이 붙을 것이다.국내 반도체업종 주가는 미 테러사태 영향으로 단기 급락했으나 그 갭을 빠르게 메워가고 있다. 반도체업종 대표주라 할 수 있는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9월28일 14만원까지 하락했으나 1개월만에 미 테러사태 이전 주가수준인 18만원대까지 회복했다. 그러나 현재의 주가회복은 반도체시장의 펀더멘털이 좋아졌다기보다는 단기하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 및 반도체시장이 최악의 국면을 지났다는 기대감이 강하게 선행한 결과로 분석된다.국내 반도체업종 주가가 상승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산업, 특히 국내 기업들이 주력하는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회복돼야 한다. 그리고 반도체 기업들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돼야 할 것이다. 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현재의 DRAM 등 메모리반도체 가격의 하락기조는 내년 초까지도 크게 변하지는 않을 전망이다.지난 2분기 후반부터 악화되기 시작한 삼성전자의 수익성은 전반적인 시장상황을 감안할 때 내년 3분기 들어 가시적인 개선이 이뤄질 전망이다. 물론 삼성전자의 경우 단말기나 광통신 같은 통신분야의 선전으로 반도체 부문의 수익악화를 일부 커버해 주고 있고 최후의 순간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강한 경쟁력도 지니고 있다.하지만 반도체부문은 DRAM 외에도 SRAM, Flash 등 메모리 분야뿐 아니라 System LSI 분야도 더욱 힘들어져 단기간내 수익성 개선은 어렵다. DRAM의 경우 내년 하반기 수익성이 개선된다고 해도 예전만큼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대만 DRAM업체 저가공세 경계해야왜냐하면 내년에도 DRAM 수요가 크게 성장하기는 힘들어 보이고 내년 후반 이후 대만 DRAM업체들이 12인치 웨이퍼를 본격 가동하면서 저가공세를 펼칠 가능성이 매우 높아 DRAM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기도 어렵기 때문이다.국내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나 재료업체들도 소자업체들의 시설투자 축소 및 연기, 그리고 단가인하 압력으로 상당한 고통을 받는다. 이들 업체들의 수익성은 반도체 산업이 회복되고 동시에 국내 반도체 소자업체들의 시설투자가 재개돼야만 가능하다. 대략 그 시기는 내년 3분기 이후로 판단하고 있다. 국내 반도체업종의 수익성 개선은 내년 3분기부터나 가능해 보이지만 주가는 펀더멘털 이외에도 저금리에 따른 유동성 장세의 출현, 세계경기의 회복추이, 아프간 전쟁의 전개양상 등 여러 비펀더멘털 요소에 크게 영향받을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반도체 업종의 주가는 경기에 빠르게 선행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때 투자전략은 두 가지다. 경기하강 국면에서 철저히 저점 매수로 매집해 두는 방법과 반도체 경기가 회복쪽으로 고개를 틀었을 때 공격적으로 매수에 나서는 방법이다. 현시점에서 반도체 경기 회복시기가 예상보다 다소 지연돼 단기투자 성향의 국내 투자자들은 기회비용을 철저히 감안해야 한다.11월의 반도체 업종 투자전략은 이 점을 고려할 때 후자의 전략, 즉 ‘회복 시그널이 나올 때 공격적인 매수’를 하는 것이 전체적인 관점에서는 바람직하다. 그러나 장기투자를 생각하는 투자자라면 삼성전자를 저점대에서 매수해 1년 정도를 기다려보는 것도 괜찮은 전략이 될 수도 있다. 반드시 은행이자율 이상의 투자성과를 보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