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재룡 한국펀드평가 사장이 2년 동안의 지루한 협상 끝에 세계적 신용평가 회사 스탠다드앤푸어스(Standard&Poor’s)와 전략적 제휴를 맺는 데 성공했다. S&P는 세계적 신용평가사이면서 세계 50개국에 펀드평가사를 운영하고 있는 글로벌기업이다. 이로써 한국펀드평가는 S&P로부터 모든 데이터와 운영 노하우를, S&P는 한국펀드평가의 국내시장 정보를 제공받는다.“외국인과 국내 투자자가 섞여 있는 펀드 시대가 앞당겨질 겁니다. 아직까지 외국투자자들은 한국 시장의 성장성은 알고 있지만 신뢰성있는 펀드평가사가 없어서 투자를 꺼렸어요. 반대로 국내 투자자도 우리 회사의 정보를 통해 외국 펀드를 선택하고 투자할 수 있을 겁니다.”우사장은 금융가에서 ‘우박사’로 통한다. 대한투자신탁 경제연구소에 근무할 때 연세대에서 ‘주식형 펀드 평가’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유 때문인 것도 있지만 그만큼 투신 시장의 원리를 잘 아는 전문가가 없어서다. 국민연금 자산운용시스템 자문위원, 정보통신부 투자자문위원회 위원, 한국FP협회 제도도입 개발위원 등 그가 맡고 있는 직함도 다양하다. 우사장은 일찌감치 투신분야만 전념, ‘박사’로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이다.투신분야 ‘박사’로 통해“증시보다는 투신이 더 재미있어요. 특히 펀드는 예측이 가능하고 전략을 세울 수 있다는 점에서 끌렸습니다. 증권투자는 운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어제는 매수의 적기라고 했다가 오늘은 매도하라는 말이 난무하는 곳이 증권가예요. 그러나 펀드는 그렇지 않습니다.”그가 오늘날 국내 대표적인 펀드평가회사를 세울 때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대형 투신사를 방문해 펀드 운영 실적 등을 탐문할라치면 문전에서 박대 당하기 일쑤였다. “어디 건방지게 우릴 평가하려느냐”는 그들의 비아냥거림에 그는 “투신사의 경영방침, 펀드매니저들의 윤리, 이를 감시하는 시스템 등이 투신사의 미래 실적을 평가하는 데 중요하다”고 설득했다.우사장이 이같은 푸대접을 받고 있던 99년 가을, 국제금융공사(IFC)의 디팍 칸나 한국소장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한국 금융시장의 문제점을 훤히 꿰뚫어본 칸나 소장은 우사장에게 “한국 금융시장이 다시 외환위기에 몰리지 않으려면 인프라가 탄탄해야 한다. 그러나 변변한 펀드평가사도 없이 투신권에 자금이 몰리는 것은 위험하다. 우사장의 역할이 크다”며 격려해 줬다.그리고 칸나 소장은 우사장에게 “글로벌 평가기관인 S&P가 한국 파트너를 찾고 있다”는 얘기도 들려줬다. 이를 기회로 그는 S&P측과 접촉, 2년 동안 40여 차례가 넘는 긴 협상에 들어갔다. S&P는 국내 여러 펀드평가사에 파트너십 의향을 비췄지만 결국 우사장의 한국펀드평가를 택했다. S&P는 우사장이 회사를 투명하게 운영하며 독자적인 펀드평가모델을 개발하는 등 남다르게 노력해온 점을 인정한 것이다.“초창기엔 어려운 점이 많았지만 지금은 투신사들이 펀드평가사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투신사의 신임사장이 우리에게 인사를 오기도 하고 펀드매니저들이 자신의 성과를 인정해달라며 전화를 걸어오기도 합니다. 평가사의 능력과 펀드매니저들의 실력은 같이 성장한다는 것을 깨달은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