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을 대상으로 빅 히트상품이 된 맨담의 '개츠비 내추럴 컬러'. 호뉴와 로레알사의 주력 제품인 '뷰티 맨즈 하이 브리치'와 '페이아 패션'일본 땅을 처음 찾은 한국인 여행자들도 금세 공통점을 찾을 수 있는 분야가 하나 있다. 남성 샐러리맨들의 옷차림과 머리 스타일이다. 도쿄 샐러리맨들은 십중팔구 감청색 계통의 거의 비슷한 색상의 정장을 입고 있다. 머리 스타일도 귀가 나오도록 옆을 바짝 쳐 올렸거나 위를 단정하게 빗어 올린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규율과 단체 행동에 길들여지면서 자란 습성이 낳은 결과다. ‘튀어 봐야 좋을 것 없다’는 일본 특유의 사회적 분위기가 잉태한 몰개성의 표현일 수도 있다.그러나 그게 아니다. 직장만 나서면 남성들은 그야말로 ‘자유분방’ 제멋대로다. 기상천외한 옷과 엉뚱한 머리 스타일로 거리를 헤집고 다니는 남성들은 오히려 서울보다 도쿄 쪽이 더 많다. 자유분방한 일본 젊은이들 덕에 메이커가 먹고 사는 상품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많은 상품 중에서도 염모제(머리 염색약)를 대표적 사례로 꼽고 있다.염모제는 일본에서도 시장성이 좋은 성장상품의 하나로 대접받고 있다. 2000년의 경우 출하금액을 기준으로 한 시장규모가 1천53억엔에 달해 샴푸와 맞먹을 정도다. 주요 판매루트인 드러그 스토어업계에서는 염모제의 지난해 매출 증가폭이 20%에 달했다며 요즘과 같은 소비 불황에서 이만한 효자 상품은 염모제뿐이라고 손가락을 추켜 세우고 있다.일본 업체들은 염모제를 흰머리를 물들이는 약과 검은 머리를 다른 색으로 바꾸는 약의 두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매출 비중은 흰머리를 물들이는 염모제가 6할을 차지, 전체의 절반을 넘고 있다. 그러나 수요 증가세가 훨씬 빠른 쪽은 단연 검은 머리를 물들이는 염모제다.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갈색이나 금발로 머리털 색을 바꾸려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나서다.업체들은 검은 머리용 염모제 고객중 젊은 남성들을 특히 주목하고 있다. 맨담 등 주요 메이커들은 검은 머리용 염모제의 약 절반을 남성들이 사가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이들의 기호와 욕구에 맞춘 남성 전용의 상품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맨담이 ‘개츠비’ 브랜드로 지난 3월 내놓은 남성 염모제는 톱스타 모토기 마사히로를 모델로 기용, 빅히트 상품으로 자리잡았다.검은 머리용 염모제 수요 증가세한국에도 잘 알려진 ‘비겐’ 브랜드의 ‘호뉴’사도 남성용 염모제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 회사는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한 제품 중 일부를 남성용으로 만들어 팔아왔지만 남성전용제품을 곧 시판할 계획이다. 이 회사의 나카 히데아키 영업기획과장은 “머리 염색률이 70%에 이르는 여성에 비해 아직 이 비율이 낮은 남성은 구매력이 훨씬 더 남아 있는 셈”이라고 말하고 있다.비겐이 지난 99년 7월 자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남성의 염색률은 18~19세의 경우 42%에 달했다. 2년전 수치임을 감안한다면 현재는 훨씬 더 높아졌을 것이라는 것이 이 회사측 판단이다.당시 조사에서 염색률은 연령이 올라갈수록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20대에서는 29%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지만 30대 18%, 40대 이후는 15%에 그쳤다. 나카 과장은 상사 동료 등 주변 사람들의 눈치와 규율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직장생활에서 독불장군식으로 갈색 머리를 고집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는 중년 남성들에도 염색파가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대형 드러그 스토어 ‘하쿠키미사와’의 사카모토 나오다카씨는 “영업직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갈색머리에 대한 편견이 많이 수그러들었다”며 “밝은 색을 지향하는 중년 남성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