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구메이커 다카라가 개발한 '바우 링걸'은 개의 목줄에 매단 마이크로 소리를 분석, 언어로 표시해준다.“열려라 참깨….닫혀라 들깨….”동화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 designtimesp=21645>을 읽은 사람 치고 이 대사를 기억하지 못하는 이는 별로 없을 것이다. 동화 속 한 장면이긴 하지만 집채만한 바위가 사람의 목소리 하나로 스스로 열렸다 닫혔다 하는 모습은 어린 시절 독자들에게 근사한 추억 거리로 남아 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알리바바… designtimesp=21648>에 등장하는 주문은 공학적 측면에서 본다면 음성입력 기술의 하나로 비유될 수 있다. 생명체가 아닌 바위가 사람이 내는 목소리를 알아 듣고 움직인다는 것은 센서가 부착된 가전제품 자동차 등의 기계가 음성을 인식, 판독한 후 작동하는 것과 기본적으로 같은 원리나 마찬가지다.따라서 음성입력 기술은 동화 속 상상에서나 가능했던 수천년전의 ‘신통술’이 첨단 과학의 발달을 배경으로 현대 생활 속에서 현실로 뿌리내린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구미 선진국에서건 일본에서건 음성입력은 아직 차세대 유망기술의 하나로 대접받고 있으며 컴퓨터 로봇 등 최첨단 공업제품으로 적용 분야를 넓히기 위한 연구가 한창 진행 중이다. 말하자면 음성입력은 돈을 벌어줄 첨단 기술의 가치를 산업계로부터 널리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하지만 일본에서는 최근 음성입력과는 별개로 소리를 분석해 비즈니스와 연결시키는 새로운 기술과 제품이 잇달아 등장, 언론과 업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음성 분석에서 최일선을 달리는 기술로는 단연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소리의 주인이 느끼고 있는 피로도를 계량적으로 파악해 낼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꼽힌다. 항공기 관제시스템 연구기관인 전자항법연구소와 오지스종합연구소 등이 공동으로 개발한 이 소프트웨어의 운용 체계는 다음과 같다.우선 사람이 말을 하고 있을 때 소리를 마이크로 흡수한 후 음성신호를 카오스이론으로 특수 연산처리 한다. 그리고 뇌의 활성도를 나타내는 지수를 리얼 타임으로 표시한다. 대뇌에 걸리는 부하 레벨(level)을 수치로 표시해 이를 꺾은 선 그래프로 그렸을 때 산이 높은 부분은 뇌에 부하가 걸리고 있는 상태를 나타낸다. 반대로 낮은 부분은 부하가 적고 피로도가 낮은 상태를 의미한다. 30초 정도 마이크에 대고 소리를 내는 방식으로 뇌의 부하 레벨을 잰다. 뇌에 거의 부하가 걸리지 않는 편안한 상태에 비해 수치가 30% 정도 상승한다면 피로의 징후가 보이는 것으로 판단한다.항공기 안전운항 위해 ‘센테’ 개발전자항법연구소 측에 따르면 국제선 비행기를 장시간 몰고 온 조종사의 음성을 비행기에서 막 내린 직후 같은 원리로 측정했을 경우 평상시보다 50% 정도 높은 수치가 나왔다는 것이다. 연구소는 또 30% 이상 수치가 높은 상태가 20, 30분 정도 계속되면 피로를 스스로 느낄 수 있는 단계가 된다고 밝히고 있다.그러나 수치가 올라가기 시작할 순간에는 당사자도 전혀 피로를 자각하지 못한다는 것이 연구소의 조사 결과다.따라서 이 음성분석 소프트웨어의 가장 돋보이는 가치는 피로를 느끼기 전 미리 징후를 감지하고 예측하는 기능을 발휘하는 데 있다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뇌가 피로해져 판단력이 흐려지기에 앞서 휴식 시기를 사전에 알려주는 장점을 갖고 있는 셈인 데 이에 따라 연구소는 ‘선수를 친다’는 의미로 이 소프트웨어에 센테(CENTE)라는 이름을 붙여 놓고 있다. 이 소프트웨어의 탄생 배경은 기본적으로 항공기 안전운항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항공기 사고의 8할은 조종사에 의한 휴먼 에러입니다. 따라서 조종사들의 신체 상태, 근무과정 등을 리얼 타임으로 체크해 업무에 반영하면 지금까지의 안전 대책과는 전혀 다른 획기적 방안이 나올 것으로 생각했습니다.”연구소의 한 고위 연구원은 항공운수업계의 숙원인 안전성 향상을 위해 주목하게 된 것이 ‘소리’라고 말했다. 그는 “비행기의 엔진과 모터에서 고장 나기 전 잡음이 터져 나오는 것처럼 사람도 피로로 쓰러지기 전에는 음성에 잡음이 섞이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발상의 원점이 항공기 안전운항에서 출발했다고 들려 주고 있다.말하자면 엔진의 회전수를 알려 주는 타코 미터처럼 센테는 뇌의 상태를 리얼 타임으로 표시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역할을 해준다는 것이다.뇌의 상태를 계측하는 방법으로는 뇌파도 중요한 수단으로 꼽힌다. 그러나 뇌파는 심장의 고동처럼 인체의 생리적인 것에 가깝기 때문에 뇌의 기본적 활동 상태를 표시할 뿐 피로도를 나타내 주진 못한다. 컴퓨터를 예로 들면 하드 디스크의 기본 성능을 계측하는 데 지나지 않을 뿐 고장 또는 내부 상태의 이상 유무를 파악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이 점이 뇌파와 센테의 가장 근본적인 차이라고 연구소측은 설명하고 있다.개발에 성공했다는 소문이 퍼지자 센테는 일본보다 오히려 구미 선진국 연구기관과 기업들로부터 더 비상한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 사우디 아라비아, 이스라엘 공군에서 문의가 잇따르고 있는가 하면 미국 공군에서는 일본어라도 좋으니 관련 논문을 좀 구할 수 없겠느냐는 요청이 들어와 있는 상태다.또 현재는 비행기와 자동차에 적용돼 조종사와 운전자의 피로를 사전 감지하는 것이 주된 역할이지만 이용 범위가 급속히 넓어질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의료계의 경우 진단업무에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별한 장치를 부착, 설치하지 않고도 전화를 통해 들려 오는 음성만으로 피로도를 측정할 수 있어 원격지 진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학술 회의나 다자간 토론 등에서도 센테는 존재가치를 크게 높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흥미가 있는 것을 보거나 들을 때면 대다수 사람들이 피로를 별로 못 느끼듯 센테 실험에서는 흥미 유무에 따라 대상자의 뇌 활성도가 달라지는 것이 조사결과로 나타났다.따라서 대규모 회의 등 여러 사람이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라면 누가 누구의 이야기에, 또는 어떤 화제에 흥미를 갖고 있는가를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개의 소리 분석 … ‘바우 링걸’ 눈길전자항법연구소 등의 연구가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과 달리 대형 완구 메이커 ‘다카라’는 동물의 음성을 비즈니스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케이스다.이 회사가 휴대전화용 콘텐츠 개발업체인 ‘인덱스’와 손잡고 만든 ‘바우 링걸’은 사람과 동물 사이에 가로 막힌 언어, 감정의 벽을 조금이나마 허물어뜨린 제품이라는 특징이 돋보인다.바우 링걸은 개의 목줄에 매다는 마이크와 소리를 분석해 언어로 표시하는 본체의 두가지가 한 세트로 돼 있다. 본체는 마이크를 통해 들어 온 개의 소리를 분석, 그 개가 느끼고 있는 감정을 ‘좌절’ ‘위협’ ‘자기표현’ ‘즐거움’ ‘슬픔’ ‘욕구’ 등의 6가지 중 하나로 판정한다. 그리고 나서 판정결과를 토대로 사전에 등록돼 있는 2백가지 말 중 하나로 변환시켜 밖으로 내보내 준다.즐거움으로 감정이 판정났을 경우 즐겁구나, 기쁘다, 또는 야호 신난다 등의 말 중 하나로 바꾸어 소리를 내주는 식이다.다카라는 바우 링걸의 제품화 과정에서 성문(聲紋)분석 등 범죄수사 관련업무에서 뛰어난 정평을 얻고 있는 일본음향연구소의 협력을 받았다. 이 연구소는 개가 짓는 소리만도 2천여종의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해 놓고 있는 데 이를 분류해 보면 감정별로 몇가지 타입이 나누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다카라가 바우 링걸의 제품화에 착안하게 된 동기 또한 전자항법연구소 못지 않게 독특하다. 이 회사 한 관계자는 “개를 기르는 주인도 의외로 자신의 개의 감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놀랐다”고 털어놓고 있다.예컨대 개가 ‘밖으로 놀러 나가고 싶다’는 의사 표시를 한 것을 ‘화가 나 있다’는 것으로 받아 들이는 주인들도 적지 않다며 이같은 일이 반복되면 개도 주인과 거리가 멀어질 수밖에 없다고 그는 말하고 있다.“개가 사람의 감정을 재빨리 알아 차리고 행동하는 것에 비해 사람은 개의 심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바우 링걸의 개발 성공은 동물 행동학 연구뿐 아니라 사람과 동물의 공존이라는 21세기 명제에 비춰 볼 때도 상당한 의의를 가지고 있습니다.”그는 바우 링걸의 제품화가 돈 버는 일로만 평가할 수 없는 큰 성과를 올렸다고 자부하면서 앞으로 10~20가지의 동물 감정을 더 이해할 수 있도록 연구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