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들의 취향을 보면 남자들은 이탈리아를 좋아하고 여자들은 파리를 좋아한다고 한다. 그러나 성별에 상관없이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은 역시 이탈리아 로마다. 이탈리아 여행에는 우리가 꿈에 그리던 유적지들이 도시 전체에 가득하고 진짜 관광을 온 것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로마를 비롯한 이탈리아의 관광지는 대개 나라의 모양이 길쭉해서 위에서부터 훑어 내려오게끔 일정이 짜여 있다. 세계 3대 미항 중 하나인 나폴리와 2천년 전 화산폭발의 중심지인 폼페이, 그리고 돌아오라 쏘렌토 등이 그 대표적인 일정이다.이 코스를 이용하던 모 여행사의 한 관광팀(참고로 밝혀두지만 평균연령 70대의 할머니 팀이었다)이 폼페이에서 관광을 끝내고 쏘렌토를 향할 때 일이었다. 담당 가이드와 TC는 다음 행선지가 쏘렌토라고 설명하기 시작했는 데 일행 중 한 할머니가 마구 아우성을 치면서 울기 시작했다. 당황한 여행사 직원들은 무슨 일인가 하고 할머니에게 다가갔다.“할머니, 왜 그러시는데요?”“아앙~ 나는 죽어도 소련에 안가. 지금까지 이탈리아 여행한 것만 끝내고 돌아갈 거야. 한국으로 가자구. 소련에 가면 죽을 지도 모르잖아!”‘쏘렌토’ 발음을 ‘소련’으로 들었던 것. 지금은 러시아 여행이 훨씬 자유스러워졌지만 그 당시만 해도 소련이 얼마나 무서운 공산국가였는 지 참 시대를 거슬러 생각해 볼 만한 일이었다.다른 나라 관광객들이 놀라서 돌아볼 정도로 할머니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통에(참고로 할머니는 보청기를 끼실 정도로 귀가 먹으셨다) 그 할머니를 진정시키느라 여행사 직원들의 힘이 다 빠진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 옛날 그렇게 소련이 끔찍한 나라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