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설립 이후 진행된 자회사 재편 결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부실자산을 처리할 AMC설립은 잘 진행되고 있습니까.10월27일 이사회를 열어 한빛은행의 자회사 형태로 부실자산 전담 회사를 설립하기로 결정했고 11월9일 금감위에서 출자승인도 받았습니다. 우리금융그룹 입장에서 보면 손자회사가 됩니다. 경영진 구성도 마쳤습니다. CEO로는 광주은행 부행장을 지낸 남헌일씨, 부사장으로는 한빛은행 김영수 상무를 내정했습니다. 이처럼 우리금융 소속 은행에서 AMC의 경영진을 선임한 것은 안 사정을 잘 아는 인물이라야 광주 평화 한빛은행 등 자회사간의 입장을 원활하게 조율할 수 있고 초기에 안정적으로 부실자산을 정리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일단 AMC설립 초기에 예상되는 부실자산은 2조3천억원 규모이나 앞으로 더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AMC의 초기 임무는 물론 자회사로부터 이전받은 부실자산을 효과적으로 정리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앞으로 이에 그치지 않고 우리금융그룹의 수익원으로 키워갈 생각입니다. 부실자산 처리 전문 노하우를 충분히 쌓는다면 단지 자회사들의 자산처리뿐 아니라 외부 자산을 취급해 수익을 낼 수도 있습니다.일단 50명 규모로 출발하며 12월 초 우리금융그룹 신설 자회사 2호로 출범할 예정입니다. 또한 외국사와의 합작을 통해 부실자산 처리 과정에서의 투명성을 높이려고 합니다.자회사인 평화은행의 은행 부문은 한빛은행에 통합하고 카드사업부문은 카드전업사로 재편한다는 원칙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노총 등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데요.우리금융지주회사와 평화은행 경영진은 평화은행의 회생을 위해 여러 가지 대안을 검토한 결과 그것이 평화은행뿐 아니라 거래 고객을 위해서도 좋은 방안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됐습니다.신용카드 시장이 높은 성장을 계속하고 있지만 은행겸용 카드사들의 시장 점유율은 전업계 카드사의 공격적인 영업에 밀려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카드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우리금융그룹 소속 은행의 카드사업부문을 한데 묶어 전문 카드사로 키워내는 일이 꼭 필요합니다.평화은행을 카드사로 전환하고 이렇게 신설되는 카드사에 그룹 내 은행의 카드부문을 통합하는 것은 평화은행의 카드 사업을 활성화하는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또 평화은행의 이월결손금을 활용해 카드사의 법인세 납부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실익도 있습니다.올해 말 카드 자회사 설립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평화은행 직원들은 한빛은행, 전환카드자회사, AMC, IT자회사 등 우리금융의 자회사로 최대한 고용을 승계할 것입니다. 이같은 방침을 가지고 노조와 대화를 하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그동안 자회사 신설과 기능 개편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계속 불거졌는데요.그동안 약간 갈등을 겪은 것은 사실입니다. 지주회사 시스템이라는 게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된 것 아닙니까. 지주회사와 자회사간의 역할과 의무가 명확히 설정되지 못했고 또 서로 이해도 부족했으며 장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생긴 일인 것 같습니다. 지도없이 길을 가야 하는데 쉽지는 않죠. 하지만 생존을 위해서는 우리가 처한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 안에서 해법을 찾아야만 합니다. 이제는 자회사들도 이런 점을 잘 알게 된 것 같습니다. 대화를 거듭하면서 신뢰도 구축되고 있습니다.자산운용 증권 보험 등 비은행 부문 자회사 신설은 언제쯤 가시화됩니까.지금 중점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그룹 내 자회사들의 재편과 함께 그간 증권 보험 자산운용 등 비은행 부문의 사업전략에 대한 검토도 병행했습니다. 특히 자산운용과 보험업의 경우에는 외국계 투자가와 전략적 제휴를 하기 위해 접촉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곧 좋은 결과를 보여줄 수 있을 것입니다.우리금융의 성공에는 한빛은행의 경쟁력 확보가 필수적입니다. 최근 합병한 거대 국민은행과도 경쟁해야 하고 한빛은행의 미래가 낙관적이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한빛은행의 수익 전략은 무엇입니까.한빛은행에는 지난해 말 충분한 공적자금이 투입됐기 때문에 재무 안정성은 확보됐습니다. 올 영업이익도 2조5천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등 영업력도 회복되고 있습니다. 하이닉스 채권 부문도 확보한 영업이익으로 충당금을 충분히 쌓아 놓았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습니다.이제 전통적으로 기업 금융에 강점을 갖고 있는 노하우를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여건이 갖춰졌습니다. 더구나 긴 역사를 가진 한빛은행은 우수한 인적 자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다만 지난 3년간 직원의 반이 은행을 떠나는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들이 움츠러들어 있을 뿐입니다.우리금융은 신한지주회사와 경쟁하는 입장입니다. 신한은 복합금융상품 유통 전문사로 수익력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을 내놓았습니다. 이에 비해 우리금융은 상대적으로 지주사로서의 전략이 불투명한 것으로 보이는데요.신한지주회사는 우리에 비해 영업력을 재빨리 정비할 수 있는 여건이 좋은 편이지요. 현재 우리금융이 부실계열사 정리와 지주회사 체제 구축이라는 시급한 현안 해결에 노력을 기울이다 보니 밖에서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우리금융은 분명히 종합금융 네트워크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자회사를 재편하는 것 뿐 아니라 앞서 말씀드린 대로 자산운용, 보험 등 비은행 금융사를 신설하려는 이유도 여기 있는 것입니다. 고객이 우리금융그룹을 한 번만 찾으면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편안한 백화점이 될 것입니다.우리금융의 CEO로 일한 지 6개월이 넘었습니다. 감회가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우리금융의 성공은 국가 차원에서도 대단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거창한 것보다는 후배 금융인들을 위해 일한다고 생각합니다. 젊은 직원들한테 항상 얘기합니다. 정부가 공적자금을 쏟아붓고 은행이 외국에 팔리는 상황에서 후배들이 딱정벌레가 됐습니다. 두꺼운 껍질을 입고 땅에 딱 붙어 있습니다. 현재 상황은 우리 선배들이 잘못한 면이 많습니다. 그렇다고 후배들이 바닥에 납작 엎드려 있으면 미래가 있겠습니까. 저는 이번이 마지막 봉사라고 생각하고 일합니다. 이제 후배들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약력 : 37년 경남 거제 출생. 거제 하청고·부산대 법대 졸업. 60년 농업은행 근무. 66년 한국개발금융 설립준비위원, 기획·총무 영업부장. 77년 한국개발금융 부사장. 85년 한국투자금융 사장. 91년 하나은행장. 97년 하나은행회장. 2001년 3월 우리금융지주회사 회장.Profile in Mirror윤병철(64) 회장은 오너나 대주주가 아닌 사원에서 출발해 스스로 성공한 전문 금융 경영인이다. 하나은행의 전신인 한국투자금융 사장 6년, 하나은행장 6년을 지내면서 은행 하나를 새로 만들어 키운 장본인. 하나은행장을 그만둘 때 더 할 수 있는 데도 이사회 의장으로 스스로 물러나 원로의 선례를 만들기도 했다. 올해 우리금융그룹의 회장으로 다시 중책을 맡아 화려하게 경영 한복판으로 복귀했다.하나은행 시절부터 별명이 ‘독일병정’으로 밀어붙이는 성격 탓에 주위에서 붙여 준 것이라 한다. 그러나 ‘가지많은 나무 바람잘 날 없듯’ 많은 식솔들을 거느린 우리금융의 회장이 된 후에는 때로 매우 조심스러운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대외 활동을 좋아하는 성격으로 CEO포럼의 회장도 맡고 있으며 외부에 강연을 나가는 일도 잦다. 최근에는 개인 홈페이지를 열고 여기에 짤막한 글을 직접 올릴 정도로 젊게 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