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남동공단 내 96블록에 들어서면 청백색이 조화를 이룬 시원스런 건물을 하나 발견하게 된다. 바로 반도체 생산용 장비 전문업체인 ‘선양테크(www.sunyangte-ch.co.kr)’의 사옥과 공장이다.지난 5월 코스닥시장에 등록된 이 회사는 반도체 장비 수출업체로 유명하다. 전체 매출액 중 수출이 90%에 이를 정도. 지난해 3백10억원어치의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등 현재까지 모두 6백50억원어치의 장비를 해외에 내다 팔았다. 올해도 ‘2천만달러 수출탑’ 수상을 눈앞에 두고 있다.인텔을 비롯해 필립스, STM 등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들에도 이 회사의 장비가 들어가 있다. 지난 9월엔 중국 반도체업체인 장인전자에 90만달러가 넘는 규모의 장비를 수출하면서 중국 시장에도 진출했다.이 회사가 개발하는 반도체 생산용 장비는 크게 3가지. 우선 반도체 칩에 부착되는 금속 기판인 리드 프레임에서 반도체를 분리하는 ‘트림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여기엔 생산 과정에 투입한 자재와 생산된 반도체의 불량 유무를 확인하는 비전시스템도 포함된다.이와 함께 반도체칩을 회로기판에 꼽기 위해 칩의 다리를 90도로 굽혀주는 ‘폼 시스템’과 반도체 표면에 회사 로고, 일련번호 등을 인쇄하는 ‘레이저 마킹 시스템’도 주력 생산 장비다.무엇보다 이들 3가지 장비를 통합한 인라인 시스템(IN-LINE)인 ‘NRS1’을 개발해낸 것이 이 회사 경쟁력으로 꼽힌다. 인라인 시스템은 ‘트림→마킹→폼’으로 이어지는 공정을 1대의 기계에서 생산토록 한 것이다. 이른바 컴퓨터로 제조공정을 통합하는 ‘CIM(Computer Integrated Manufact-uring)’ 방식이다. 이전까진 각각의 공정마다 해당 장비를 따로 써 왔다.인라인 시스템 ‘NRS1’이 경쟁력남영태 부장은 “이 인라인 시스템은 기존 생산 공정에 비해 반도체칩 생산에 걸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장비를 유지보수하는 것도 쉬워졌다”고 설명한다. 게다가 생산 인력과 장비 설치 면적도 줄일 수 있어 그만큼 생산성이 높아진다고 남부장은 덧붙인다.이미 지난 97년 이 시스템 개발을 마치고 현재까지 모두 54대를 수출했다. 무려 2천만달러가 넘는 규모다. 현재 STM 등에서 이 시스템을 구축해 가동중이다.최근엔 기존보다 크기를 절반 가까이 줄여 컨테이너 1대에 넣을 수 있는 인라인 시스템 장비 ‘NRS2’를 개발, 시제품을 곧 내놓을 예정이다.“‘트림→마킹→폼’의 인라인 시스템 분야에선 국내외 경쟁업체들이 수요처를 찾지 못한 반면 NRS1은 세계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고 남부장은 말한다.최근엔 해외 반도체 장비 업체들과 공동으로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자동 몰딩 시스템 부문에서 세계 선두 기업인 싱가포르의 아사(ASA), 세계적 테스트 장비업체인 스위스의 이즈메카(ISMECA)와 제휴한 상태다. 아사의 장비는 이 회사의 인라인 시스템 전공정에 쓰이고 이즈메카의 장비는 후공정에 속한다.바로 이 3개사의 장비를 패키지로 묶어 판매하고 있다. 각 사의 장비를 따로 판매할 때보다 전체 라인을 공동으로 상품화하면 그만큼 수주가 쉽기 때문이다. 현재 이 패키지는 STM의 말레이시아공장과 모로고의 카사블랑카공장에 수출되고 있다.이와 함께 기존보다 얇고 가벼운 최신 반도체칩 ‘CSP&BGA’을 만들 수 있는 장비(98년 개발) 역시 인라인 시스템에 통합시킬 계획이다.중국 지사 설립 추진중신시장을 개척하고 AS업무를 강화하기 위한 해외 지사 설립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지난해 필리핀 마닐라에 연락사무소를 설립한 데 이어 올해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에도 사무소를 뒀다. 현재 중국 상해에도 지사를 설립 중이다.지난 10월엔 중국 강소성에 중국 반도체기업인 신차오과기유한공사와 합자, 장인선양반도체유한공사도 출범시켰다. “중국 공장을 반제품 생산기지로 삼아 국내에서 완제품으로 조립해 수출할 계획”이란 게 남부장의 설명이다.이 회사는 올 3월까지 전년보다 1백16% 증가한 3백36억8천5백만원의 매출액을 달성했다. 순익도 전년대비 1백69% 성장한 36억7백만원을 올렸다. 최근 기업이미지통합(CI) 작업도 마쳤다. 이와 함께 자회사인 선양디지털이미지도 곧 설립할 예정이다.시장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난 8월 인원을 감축하는 등 구조조정도 실시했다. 기술개발 쪽에 역량을 집중시키기 위해 외주를 줄 수 있는 분야를 아웃소싱하기로 한 것. 이에 따라 전체 인원의 22%에 달하는 부품가공부서의 임직원 42명을 가공전문업체인 시스템테크로 전출시켰다. 가공용 설비인 머시닝센터 등 기계 24대도 시스템테크에 임대 방식으로 공급했다.남부장은 “회사의 몸집을 줄인 만큼 연간 10억원 규모의 인력유지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가 생겼다”며 “그 결과 연간 가공원가를 15% 정도 줄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한다. (032)814-4846인터뷰양서일 사장“최고 반도체 위한 신장비 개발 박차”양서일(39) 선양테크 사장은 회사를 설립한 93년부터 지난해까지 올렸던 매년 매출액과 순익을 줄줄 왼다. 타고난 암기력 때문만이 아니다. 자신의 ‘사업 성적표’란 이유에서다. 물론 그의 성적은 IMF경제 위기를 겪은 98년을 제외하곤 8학년 내내 오름세였다. 반도체 경기가 불황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 올해 역시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리고 있다.현대전자(현 하이닉스반도체)에서 한미로 옮긴 뒤 당시 직장 동료 2명과 함께 창업한 것이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고 그는 말한다. 창업 당시엔 CEO 자리를 마다하고 제품판매에 전념했다.“성격이 급한 탓에 시장이 보인다 싶으면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제품을 들고 뛰어다녔죠.”일년 중 절반은 해외에서 보낼 정도로 외국업체에서 수요가 있을라 치면 주저하지 않고 그 곳으로 날아갔다.제품에 경쟁력이 있으면 아무리 업계가 불황이라도 시장은 열리게 마련이란 게 그의 지론이다.“인라인 시스템 NRS는 반도체 생산기간을 3일에서 9시간으로 단축했을 만큼 획기적인 장비로 평가받았습니다.”자체 개발한 시스템통합기술이 성장의 엔진이 됐다고 그는 믿는다. 반도체 생산 전·후공정 장비업체들과 패키지 제품을 내놓은 것도 그의 이 통합기술에서 파생된 아이디어였다.“우수한 반도체 생산엔 그에 걸맞는 생산 장비가 뒷받침돼야 합니다. 최고의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신장비 개발에 박차를 가할 생각입니다.”양사장의 당찬 각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