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창호와 블록버스터. <흑수선 designtimesp=21690>의 제작이 발표된 후 끊이지 않았던 이 두 이름의 만남은 각자가 가진 무게만큼이나 묵직한 느낌이다. 70년대를 거쳐 <깊고 푸른 밤 designtimesp=21691> <고래 사냥 designtimesp=21692> 등 80년대 최고의 흥행 감독으로 인정받던 배창호 감독과 90년대 후반 한국 영화계 최고의 화두로 떠오른 블록버스터라는 개념은 다소 낯설은 조합으로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둘의 만남은 80년대 이후 20여 년 간 급격한 변화를 겪어온 한국 영화 역사를 가장 잘 드러내 주는 표현일 지도 모르겠다.40여 억원의 제작비가 투여된 블록버스터 <흑수선 designtimesp=21695>은 실제를 방불케 하는 거대한 세트와 한국 영화로는 최초로 현지로부터 1백% 지원받은 일본 야마가타 현 로케이션이 증명해 주듯 그 의의나 규모 면에서 분명 올 하반기 우리 극장가 최고의 화제작 중 하나가 될 만하다.영화는 한강에서 떠오른 한 노인의 주검으로 시작한다. 강력계에서도 소문난 오형사(이정재)가 사건을 수사하면서 양달수라는 이름의 이 노인은 한국 전쟁 당시 거제도에 수용됐던 북한군 포로의 검거를 맡았던 인물로 밝혀진다.양달수의 주변에 남아 있던 실마리같은 단서를 시작으로 오형사는 50여 년의 시공을 뛰어넘는 수사를 펼치게 되고 그 과정에서 황철(안성기), 한동수(정준호), 그리고 손지혜(이미연)라는 인물들에게 수사의 초점이 맞춰진다. 50여 년 역사의 무게 아래 가리워졌던 이 세 사람의 과거가 표면에 떠오르고 오형사는 두 건의 살인 사건 이면에 가리워진 엄청난 비밀들을 밝혀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비밀은 바로 한국 근대사가 필연적으로 안을 수밖에 없었던 비극이었다.거제도 초등학교의 거대한 화재 장면이나 야마가타 현을 배경으로 긴박하게 펼져지는 액션의 공간은 영화가 관객의 ‘기호’를 만족시켜주기 위해 얼마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는 지를 숨김없이 드러낸다. 뿐만 아니라 마치 데이빗 핀처의 <세븐 designtimesp=21702>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정교하게 짜여진 조명과 정확하게 움직이는 카메라는 감독의 손길이 영화 구석 구석 얼마나 세밀하게 다가갔는 지를 유감없이 보여준다.그러나 영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흥행감독’보다는 ‘작가’라는 이름이 더 가깝게 느껴지는 배창호는 액션과 스펙터클의 상찬에 역사라는 거대한 주제를 담아 내려는 시도를 보여준다. 스릴러 액션의 장르로 전개되던 영화가 한국 근대사의 비극으로 끝을 맺는 영화의 구조는 한국 영화 현대사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한 중견 거장의 노련함과 영화관을 드러냄과 다름없다. 안타깝게도 블록버스터와 역사라는 두 ‘거물’의 만남은 80년대 한국 관객들을 동감으로 이끌었던 배창호 식의 정서와 정확한 할리우드 스타일 액션의 껄끄러운 부조화로 인해 결국 아쉬움만 남는 결과를 가져왔지만 말이다.<흑수선 designtimesp=21711>은 20여 년의 세월을 겪어온 한 중견 거장의 딜레마를 드러내 준다는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주목해 볼만한 영화다.콘서트조용필 콘서트 200112월1~9일 / 월~토요일 오후 7시 30분, 일 오후 5시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 R석 10만원, S석 8만원A석 7만원, B석 5만원공연최고의 찬사가 늘 함께 하는 가수 조용필이 또 한 번 열정의 무대를 갖는다. 12월1일부터 9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서 30년이 훌쩍 넘은 음악인생에 대한 자전적 메시지를 풀어낸다. 오페라극장은 지난 99년 조용필이 대중가수로는 처음으로 공연을 가져 화제를 모은 바 있는 무대.이번 공연의 특징은 연극적인 구성과 콘서트를 결합시킨 신개념의 ‘뮤직 퍼포먼스(Music Performance)’라는 데 있다. 99년과 2000년 공연이 음악적인 감동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번 공연은 극장 무대 위에서 이뤄지는 공연예술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것. 뮤지컬 <명성황후 designtimesp=21732>를 만든 연출가 윤호진과 박동우 등 뮤지컬 전문 스태프가 가세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밴드 ‘위대한 탄생’외 45인조 오케스트라와 코러스가 함께 등장, 웅장하고 화려한 사운드를 선보일 계획이다.(02)580-1300공연록 뮤지컬 ‘토미’ 국내 초연12월4 ~11일 / 평일·토요일 오후 4시, 7시30분일요일 오후 3시, 6시30분 / 세종문화회관 대강당VIP석 7만원, R석 5만5천원, S석 4만5천원지난 93년 토니상 5개 부문을 휩쓴 록 뮤지컬 ‘토미’(원제 The Who’s Tommy)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연된다. 이 작품은 지난 93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첫선을 보였으며 60년대 말 베트남전 반전 의식과 히피문화를 반영한 것으로 유명하다.주인공은 아버지 워커가 아내의 애인을 총으로 쏴 죽이는 장면을 목격한 후 자폐아가 된 토미. 우연히 핀볼 게임에 눈을 떠 엄청난 실력을 발휘하는 청년 토미의 잃어버린 정체성 찾기가 주요 내용이다. 평론가 오세곤씨가 번역하고 황정민 이정화 김법래 등 정상급 뮤지컬 배우들이 출연한다. 연출은 이종훈 서울시뮤지컬단장이 맡았다. (02)766-85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