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파죽지세로 올랐다. 혹시 막차를 타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교차하는 사이에 종합주가지수는 바닥에서 50% 상승해 투자자들을 놀라게 했다. 주가의 한 단계 상승은 내년 초 경기회복에 대한 강한 기대감의 반영이었다. 이제는 현실경기가 시장의 기대감을 충족해줄 것인지, 더 큰 기대감을 제공할 것인지, 아니면 서서히 실망과 회의로 몰아넣을 것인지를 판단할 때다.결론적으로 지금 이 시점에서 주가의 중심 추세를 결정할 변수는 역시 경기회복의 속도다. 주가가 오를수록 증시는 더욱 강력한 경기 재료를 요구한다. 지금부터 2002년 상반기까지는 경제와 주가 사이의 숨바꼭질이 여러 차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최근 발표되는 미국 경제지표들이 지니고 있는 중요한 시사점은 저금리 정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중앙은행의 금리인하가 주택이나 자동차와 같은 내구성 재화의 소비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고 그 효과는 일반적인 예상보다 훨씬 강하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우리나라의 수출경기도 이 시점부터 의미 있는 회복세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우리는 그 시점을 내년 2분기로 보고 있다. 내년 상반기 미국경기 지표는 예상보다 강하게 나타날 수 있는데 이는 경기 부양책의 효과가 가장 잘 반영될 시점이라는 점, 계절적 효과와 투자 부문의 전년 동기대비 증감률이 가장 높게 나올 것이란 점, 재고율의 안정으로 고용지표의 회복탄력이 강하게 붙을 것이란 점 등을 근거로 들 수 있다.국내 경기는 8월을 저점으로 추세적 반등에 성공하고 있다. 최근 산업활동이 경기전망에 시사하는 바는 10월을 고비로 경기의 추가 하락위험이 크게 줄고 있으며 재고순환 그림상 ‘생산감소+재고감소’에서 ‘생산증가+재고감소’의 수요 회복기로 이전하는 데 성공할 확률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예상보다 빠른 재고조정은 과거와는 달리 수출둔화기에 소비 부문(자동차, 의복)이 안정적이어서다.국내 경기 8월 저점 추세적 반등에 성공특히 최근 소비부문의 성장 기여도가 증가하고 내수의 경기변동 영향력이 증대되고 있는 것은 한국이 경제발전 단계상 고정자본 형성의 피크 시기를 지나 경제성장 구성 중 소비의 상대적 비중이 증가하는 단계에 들어섰음을 뜻한다. 이런 내수부문의 약진은 소비성향의 증대나 소비자금융의 발달, 저금리 정착 등 경제기저의 구조변화들 때문인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우리의 관심은 물론 중장기적으로 수출 경기의 회복이다. 수출이 없는 내수는 일시적이고 한계가 있다. 하지만 최근 수출경기의 부진 속에서 나타난 내수경기의 안정은 과거와는 다른 시사점이 있다. 이는 향후 수출경기가 개선될수록 내수 회복이 가속될 수 있다는 예측을 가능케 한다. 교역조건과 내수의 관계도 비교적 높은 상관계수를 갖고 1, 2분기 뒤따라 움직이고 있는데 최근 반도체 가격의 회복과 유가안정에 따른 교역조건의 개선은 당분간 내수회복의 지속성을 예고하고 있다. 최근 주가상승의 이유도 교역조건이라는 집약된 경제지표로 설명될 수 있다.주가상승 기울기가 지나쳐 펀더멘털과의 괴리가 커질 경우 적절한 조정은 불가피할 것이다. 그러나 경기가 돌아서는 초기 국면에서는 장세를 낙관했다가 실패할 경우 감당할 비용이 비교적 적다. 단기적으로 조정이 있어도 주가의 중장기 추세가 살아 있으면 또 다른 기회나 퇴로는 있기 때문이다. 펀더멘털 상으로도 저금리 기조 아래 구조조정을 거친 기업들의 외부환경이 개선되고 있는 만큼 그동안 주식시장의 할인요인은 시정돼야 하고 이른바 주가의 재평가 작업은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