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연말 인사철이다. 재계는 자연 삼성 LG SK 현대자동차 등 4대 그룹의 정기인사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들 인사가 재계에 적지않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과연 어떤 인사가 꿈틀대고 있을까. 이들 그룹 및 총수의 일련의 움직임을 볼 때 실적, 사업구조 재편, 권력이동 등에 따른 연말 인사의 밑그림이 그려진다. 다만 그룹사정에 따라 인사비중 및 폭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될 뿐이다. 따라서 3가지 부문에 초점을 맞춰 4대 그룹의 연말인사를 감상하면 좋을 듯 싶다.실적인사4대 그룹의 경영전략이 외형보다 수익에 맞춰져 있어 이에 따른 승진 내지 책임인사가 가장 먼저 점쳐진다. 올해 대규모 승진 인사가 예상되는 곳은 현대자동차 그룹. 제1주력기업인 현대자동차가 올해 1조원에 달하는 사상 최고의 순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등 주요 계열사들도 상반기에만 각 3천여억원, 1천2백여억원의 흑자를 냈기 때문이다. 현대 내부에선 ‘직원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창사 이래 대대적인 승진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이 경우 매출 및 순이익 증가에 직접적인 공을 세운 수출, 내수판매 등 영업부서를 중심으로 승진자가 대거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삼성은 반도체 값 급락으로 순이익이 대폭 줄어든 삼성전자를 제외하고 실적이 좋은 계열사들에 대해선 대대적인 승진인사가 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재계에선 이건희 삼성회장이 연초부터 반도체 가격 하락에 따른 대책마련을 지시했었던 점을 들어 책임을 묻는 ‘찬바람’ 인사가 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 내부에선 세계 경쟁사들에 비해 반도체부문의 적자 폭이 크게 적었던 점을 들어 일부 승진인사가 있지 않겠느냐며 다소 희망적인 추측도 나오고 있다.LG 및 SK는 소폭의 승진인사설이 유력하다. LG는 실적이 돋보인 건설 홈쇼핑 카드 텔레콤 등을 중심으로 승진인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구본무 LG회장은 사장단 회의에서 “단지 과거보다 조금 나아졌다고 만족하지 말고 CEO들이 직접 현장에서 발로 뛰며 가시적 성과를 만들어내라”고 강도 높게 주문해 CEO들에 대한 인사여부에 관심이 쏠린다.SK는 유가변동으로 다소 실적이 저조한 (주)SK를 제외하고는 다른 계열사들이 예전의 실적을 보인 것으로 알려져 실적과 관련, 정례적인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사업재편4대 그룹은 하반기 들어 대중국 사업에 큰 비중을 두기 시작했다. 삼성 LG SK 등 3대 그룹은 중국에서 총수가 참여한 사장단 회의를 개최했고 현대차그룹은 중국 승용차사업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이건희 삼성회장은 11월 초 중국 상하이에서 가진 ‘전자사장단회의’에서 “중국은 우리 나라 뿐만 아니라 삼성으로서도 큰 도전이자 기회”라며 “중국 대응전략과 삼성의 생존전략이 함께 한다는 것을 명심하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그룹내 핵심인사를 중국총괄사업 책임자로 발령냄과 동시에 기구를 확대하는 인사가 날 가능성이 크다.LG SK도 중국사업 강화를 위한 전보인사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중국사업과 관련 대대적인 조직개편 및 후속인사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현대차그룹이다. 현대차그룹은 11월27일 중국 현지 합작법인인 ‘위에다-기아자동차’와 중국 3대 자동차 업체 중 하나인 둥펑기차집단간 자본제휴를 통해 승용차 사업을 본격 전개키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자본제휴 조인식 때 참석한 현대측 인사는 정몽구 회장을 대신한 설영흥 중국사업담당 본부장. 그는 그동안 정회장의 중국사업을 지원하는 측근으로 알려져 왔을 뿐 공식적인 그룹직함이 없었다. 따라서 이번 설본부장의 등장은 향후 중국사업이 그를 중심으로 이뤄질 것임을 공식화하는 것일 뿐만이 아니라 연말 인사에서 중국사업 조직을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비쳐진다.이와 함께 4대 그룹은 향후 가능성 없는 사업들을 정리할 계획이어서 해당임원들의 거취 여부가 주목된다.권력이동4대 그룹의 연말인사 중 재계의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은 권력이동에 따른 후속인사다. 이와 관련, 삼성과 현대차그룹의 인사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삼성은 이번 인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보의 위치를 굳히는 인사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은 올초 이상무보의 입성 이후 그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간간이 후속인사를 단행해왔다. 지난 6월 이건희 회장의 비서팀장에 수행비서 출신인 김준(45) 상무보를 임명한데 이어 삼성투자신탁운용을 맡고 있던 황영기 사장을 삼성증권 사장으로 이동시켰다. 또 이회장의 장녀 이부진씨를 신라호텔 부장으로 입사시켰다. 따라서 연말인사에선 이상무보가 보다 확고하게 자리를 굳힐 수 있도록 주요 계열사마다 측근들을 배치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상무보는 그동안 국내외 산업현장을 돌며 임원들을 암암리에 평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함께 삼성은 일부 계열사들에 대한 그룹감사를 통해 임원 솎아내기 작업을 완료한 것으로 전해진다.현대차그룹은 지난 7월 현대자동차 및 기아자동차의 최고경영진을 교체하면서 정몽구 회장의 장남 정의선 상무를 영업지원사업부에서 기획총괄사업부로 발령냈다. 기획총괄본부는 16개 계열사를 거느린 현대자동차그룹의 구조조정본부 역할을 하는 조직으로 의미있는 자리다. 따라서 재계에선 이번 인사 때 정상무의 입지구축도 함께 진행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재계에선 LG와 SK도 각각 유통사업 구조개편, 2세경영 안정 등으로 권력이동을 위한 소폭의 인사가 있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샐러리맨의 별 ‘이사’차·골프회원권 등 ‘특별한 대우’ 1백개 넘어대기업 ‘이사(또는 상무보)’를 가리켜 ‘샐러리맨의 별’이라고 부른다. 그만큼 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되기만 하면 엄청난 대접을 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4대 그룹의 이사는 ‘별중의 별’인 셈이다. 실제 이들 그룹에서 이사가 되면 부장 때보다 1백여 가지가 달라진다고 한다. 군대에선 ‘영관급’이 ‘장군’이 되는 것과 같다.먼저 연봉이 크게 뛴다. 삼성의 경우 상무보(이사)가 되면 연봉이 8천만원 이상에 달한다고 한다. 이 금액은 세금을 제외한 금액이다. 여기에 매달 일정액 이상의 판공비와 스톡옵션의 기회가 크게 주어진다.자동차는 중대형급으로 바뀌고 이에 따른 차량보조비가 전액 지급된다. 또 별도의 사무실과 비서가 딸리고 컴퓨터 휴대폰 사무실가구(원목) 등 각종 집기류가 업그레이드 된다. 골프회원권, 헬스클럽회원권도 부여된다. 해외출장시에는 기내에서 비즈니스클래스를 이용할 수 있다.따라서 대기업 임원이 되면 거액의 연봉을 받으면서 자기돈 한푼도 안들이고 넉넉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