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브랜드 유치를 위한 백화점간의 경쟁은 총성 없는 전쟁이나 다름없다. 소비자들이 브랜드 이름만 들어도 눈이 반짝일 정도의 명품을 어느 백화점이 많이 유치했는가에 따라 성패가 가늠되기 때문. 백화점에서 명품 브랜드 유치를 위해 밤낮으로 뛰어 다니는 사람들이 바로 명품바이어다. 당연히 이들의 활약여부에 따라 백화점간의 희비가 엇갈리기 마련이다.갤러리아 백화점 명품관의 생활잡화팀장을 맡고 있는 오일균(40) 팀장. 지난 90년 업계에서 명품마케팅을 처음 선보인 갤러리아백화점에서 첫손가락에 꼽는 노련한 명품바이어다. 88년 입사한 그는 명품관 개관 시절부터 명품브랜드를 유치하는 일을 했고, 96년부터는 명품관 생활잡화팀장을 맡아 매장영업과 관리를 책임지고 있다. 샤넬 루이비통 프라다 구찌 등이 그의 손을 거쳐 입점한 명품 브랜드다.사실 국내에 진출한 명품 브랜드는 콧대가 높기로 정평이 나있다. 오죽하면 업계에서 ‘간, 쓸개 다 빼놓고 브랜드 유치에 나서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돌까. 그 역시 어지간히 시달렸는지 “인내력이 무척 중요하다”고 여러번 강조했다.“명품 브랜드 관계자들은 매우 까다롭게 굽니다. 그래서 하나의 명품 브랜드가 들어오기까지 보통 1년 정도 걸립니다. 특히 사넬 등 콧대가 높은 브랜드는 2∼3년 정도 걸리기 마련이고요. 그들은 백화점 내 매장위치나 면적 등을 정하는 과정에서 요구하는 사항이 워낙 많아 상당한 진통이 뒤따릅니다.”명품 브랜드가 콧대를 높이는 이유를 묻자 그는 “국내 브랜드를 철수시켜 공간을 확보하고 인테리어 비용을 대면서까지 명품브랜드를 유치하려고 애쓰는 백화점들의 과열경쟁이 명품브랜드의 프리미엄만 높여놨다”고 설명했다.아울러 국내 백화점들의 준비미흡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명품브랜드 관계자들이 우리보다 한국시장을 더 많이 알고 있습니다. 정확한 상권분석을 통한 소비자들의 소비패턴은 물론 연령별로 원하는 상품이 뭔지 정확한 데이터를 갖고 입점과 매장의 위치, 면적 등을 결정합니다. 그들의 정확한 데이터에 당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때문에 그는 명품브랜드와 상대하기 위해서는 해당 브랜드의 역사를 줄줄 외울 정도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브랜드 역사에 대해 훤히 꿰뚫고 있어야 해요. 하나의 명품이 탄생하는 과정은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요.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까지 속속들이 알고 있어야 합니다. 또한 명품브랜드는 매년 콜렉션을 달리하고 달리하는 콜렉션마다 디자이너를 바꿀 정도로 민감하게 굴지요. 늘 인터넷을 통한 정보수집에 게을러서는 안됩니다.”그렇다면 우선 명품바이어가 직접 명품을 사용해보는 것이 브랜드를 이해하는 가장 빠른 길이 아닐까. 그는 “무리를 해서라도 직접 착용해보려고 한다”며 웃는다. 기자와 만났을 당시 진곤색 베리 양복에 크리스찬 디올 넥타이, 까르티에 벨트 등 명품브랜드를 착용하고 있었다. 그는 명품바이어로서 자부심이 대단하다. 명품을 모르고 패션을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게 지론이다. 그는 “세계적인 명품을 볼 수 있고 이야기할 수 있으며 명품 브랜드간의 장단점을 비교해볼 수 있다는 게 큰 보람”이라고 했다. 명품 바이어로서의 어려움은 “명품 브랜드의 요구가 워낙 많고 콧대가 높아 자신의 판단에 따라 매장의 변화를 주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들었다.그는 “명품브랜드에 대해 더 열심히 공부해 최고의 명품바이어로 후배들에게 기억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