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이 좋은 소매 금융에 중점을 두겠습니다” “종합 자산관리가 무엇인지 보여드리겠습니다.”요즘 국내 시중은행은 너도나도 이렇게 외친다. 요즘에야 사정이 이렇게 변했지만 불과 일년 전, 이런 얘기는 외국계 은행에서나 들을 수 있었다. 옳은 방향인지 어떤지는 훗날의 평가로 미뤄놓더라도 어쨌든 외국계 은행들의 운영 방식이 이렇게 짧은 시간동안 국내 금융시장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HSBC는 지난 2년간 개인금융 시장에서 공격적인 영업으로 빠른 성장을 보이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최저 금리를 제시하고 수수료를 처음으로 없애면서 시장에서 작은 파란을 일으켰다.이를 진두지휘한 존 블랜손(49) 대표는 영국 출신으로 ‘한국 개인금융 시장 개척’의 사명을 띠고 2000년 서울에 왔다. 물론 다른 은행과 비교하면 HSBC는 여전히 아주 작다. 하지만 성장률로는 최근 2년간 한해 평균 30% 수준(총자산기준)을 유지하고 있다.요즘 개인금융 시장에 집중적으로 마케팅을 하는 바람에 소매전문회사인 것처럼 인식되기도 하지만 다른 외국계 은행들과 마찬가지로 HSBC의 ‘본업’은 기업금융쪽에 가깝다. 특히 증권수탁(커스터디) 업무에서는 시장 점유율 1위다.“HSBC는 국내 은행 인수 가능성 1위”그러나 블랜손 대표는 “은행에도 성장단계가 있다면 HSBC는 아직도 초기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앞으로도 꾸준히 한국에서의 비즈니스를 확장할 계획이라는 뜻이다. 이런 맥락에서 HSBC는 요즘도 국내 은행 인수 가능성 1위로 자주 지목된다. 하지만 블랜손 대표는 “은행 인수는 없다”고 못박았다. 신용카드 부문에도 당분간 진출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그는 밝혔다. 영국 뉴질랜드 미국 등 세계 지점을 두루 거친 그도 “한국 신용카드 시장의 성장세에는 정말 놀랄 지경”이라면서도 진입 시기를 놓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최근 HSBC는 ‘차이나 펀드’라는 수익증권 판매로 주택담보대출에 이은 또 한번의 바람몰이를 기대하고 있다. 펀드 판매 대행은 은행 입장에서 ‘짭짤한 장사’이기 때문에 최근 국내 시중은행도 큰 관심을 갖는 분야. 차이나펀드는 자산의 80% 이상을 국공채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우량 중국 기업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상품이다.지금까지 HSBC는 외국계 은행들이 독점하다시피 했던 개인금융 분야에서 빨리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국내 은행들도 급격하게 변해 경쟁이 극심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블랜손 대표는 앞으로도 자신있다고 했다.“직접 겪어보는 서비스만이 차이를 말해 줍니다. ‘종합 관리를 해 준다’ 등 말은 하나같이 똑같습니다. 성공의 열쇠는 이를 얼마나 잘 실행하고 있는가에 달렸죠. 이건 고객만이 판단할 수 있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