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11일 발생한 가공할 만한 테러사건은 미국인들에게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많은 변화를 가져다 줬다. 어떤 것들은 테러리스트들의 예상이 그대로 들어맞았을 것이나 예상을 전혀 못한 일들도 벌어지고 있다. 그중 하나가 ‘유기물(Organic)’의 붐이다. 테러사태 이후 본격적으로 일기 시작한 유기물 붐은 단지 건강을 위한 것만이 아니다. 미국인들의 삶의 스타일 전체를 변화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테러 등 갑자기 닥쳐오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고독함과 단절감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익숙하고 친근한 유기물을 찾는 성향이 강해지기 때문으로 해석하고 있다.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게 ‘유기물 스타일(Organic Style)’이란 잡지의 대성공이다. 테러공격이 있기 직전인 8월 창간된 이 잡지는 창간호로 찍어낸 부수가 40만부였으나 다음호는 곧바로 25% 늘어난 50만부로 올라갔다. 유기물과는 상관없어 보이는 뷔익자동차 홈디포 소니플레이스테이션 등도 이 잡지에 적극적으로 광고 할 정도다.최근 들어 유기물 열풍은 점점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인터넷에 유기물에 대한 모든 것을 정리해놓은 온라인 주소록인 ‘The Organic Pages’가 생겼고 장남감 동물사료 골프티 등 유기물로 만든 상품들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미국 유기물협회에 따르면 올해 각종 유기물 상품의 판매액은 지난해보다 25% 늘어난 93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협회측은 유기물 연매출이 오는 2005년에는 2백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협회관계자들은 “최근 소비자조사 결과를 보면 쇼핑객 10명 중 4명 이상이 쇼핑시 유기물을 염두에 두고 물건을 산다고 응답하는 것을 보면 유기물 열풍이 그리 놀랄만한 현상은 아니다”고 말한다.갑작스런 유기물 열풍의 직접적인 이유 중 하나는 정교한 마케팅. 예를 들어 호라이즌 유기물우유 광고는 소비자를 매혹시키기로 정평이 나 있는 펩시콜라 광고보다도 더 소비자를 유혹하는 것으로 평가될 정도다. 이 광고는 얼굴에 주근깨가 가득한 소년이 ‘당신은 지금 당신이 마시고 있는 것 자체’라는 문구 위에서 웃고 있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는데 이 문구가 소비자들의 마음을 많이 움직이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유기물 제품업체들이 테러같은 잘 알지 못하는 두려움에서 벗어나 평소 잘 알고 있는 소박하고 단순한 삶으로 복귀하고 싶은 욕망을 잘 활용하고 있는 것도 열풍의 요인 중 하나다.테러 이후 마케팅 키워드 ‘자연주의’ 급부상유기물은 통상 화학비료나 살충제 방사능 유전자조작 호르몬조작 항생물질 등을 사용하지 않고 생산한 제품을 의미한다. 그러나 ‘유기물 스타일’ 잡지의 편집자들은 유기물을 “자연적인 생활에 적합한 모든 종류의 일반적인 생활방식”으로 새롭게 확대된 개념의 정의를 내린다. 복잡하고 혼란스런 시대에 “적은 규모라도 사람들은 의미있는 삶을 살고 싶어한다”(마리아 로데일 발행인)는 생각이 유기물을 찾게 하는 것이란 지적이다.이 잡지가 처음 발행된 것은 테러리스트들의 공격과는 전혀 관련이 없었다. 하지만 잡지의 메시지는 일부 독자들에게 어떤 관련성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숲속의 오두막집’ 같은 주제는 마치 테러를 예감한 듯한 기사다. 이는 테러가 유기물의 붐을 촉진시켰지만 테러가 없었다 해도 유기물은 빠른 인기를 끌었을 것임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진전되는 유기물의 모습은 다음과 같다.●항공사 기내식 =스위스항공은 테러사태 이후 최악의 경영위기를 맞고 있지만 유기물 음식을 제공하는 유일한 항공사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이 항공사는 승객들에게 제공되는 기내식의 절반가량을 유기물 식품으로 구성한다. 유기물 요구르트에서 채소나 와인까지 모든 식품이 대상이다. 항공사측은 테러사태 이후 비용절감을 위해 이런 유기물 프로그램을 중단하는 것을 고려했으나 승객들에게 ‘유기물 항공사’라는 좋은 이미지가 잘 알려져 있어 이 프로그램을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대형 백화점=월마트는 지난해부터 고객들의 요구에 따라 매장내 수퍼마켓에 유기물 식품을 추가했다. 현재는 일부 매장에서 팩키지 샐러드, 낙농제품 등을 시범적으로 판매하고 있으나 점차 판매 매장과 대상 유기물 제품을 확대하는 추세다.●장난감=파운들링스라는 장난감 제조회사는 자신들이 만드는 장난감은 1백% 표백처리하지 않은 유기물 면화로 만들어졌다고 강조한다. 면화생산이 유기물이라는 것을 증명하려면 3년간 화학비료나 살충제를 투여하지 않아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롭다. 그래도 버몬트주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끈질기게 유기물 장난감을 고집하고 있는데 개당 9.95달러(고래)짜리에서부터 29.95달러(개)까지 다양하게 팔리고 있다.●골프 티=나무로 만든 티는 환경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최근에는 아예 옥수수로 만들어 빠른 시일내에 썩는 골프 티가 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에코 골프사에서 만드는 이 골프 티는 주로 디즈니월드의 골프장에서 사용된다. 15개의 티가 들어 있는 한 세트가 50센트에 팔린다. 이런 티를 매주 1백30만개 생산해 판다. 이 회사는 또 식물 껍질로 만든 골프공을 판매한다. 이 공들은 골프공을 호수나 바다로 치기 좋아하는 환경친화적인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스프=9.11 테러 참사 이후 유기물식품 메이커인 아키르카는 자신들의 월넛 에커스 브랜드의 유기물 스프를 20만개 만들어 구호요원들에게 공급했다. 이같은 활동 등으로 지명도가 높아지면서 최근 대형 유기물 주스 메이커인 마운틴썬을 인수하기도 했다.●맥도널드 햄버거 박스=석회암 감자녹말 재활용섬유 등 썩는 재료로 만들어진 포장지가 조만간 맥도널드 햄버거를 싸는데 사용될 것이다. 현재 시카고 지역에서 시험 사용 중이며 곧 미 전역으로 확산될 전망이다.●애완동물 식품=사람들이 먹는 식품 뿐 아니라 개와 고양이 등 애완동물의 식품도 유기물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많은 회사들이 애완용을 위한 식품에 부산물이나 인공적인 색상 또는 향료를 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