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은 최근 우량고객으로 분류되는 일부 예금자들에게 ‘귀한’ 선물을 돌렸다. 매진 행렬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입장권을 선물한 것. 지난달에는 1백만원짜리 판화작품을 최우량고객들에게 나눠줬다. 우량고객을 관리하는 PB(프라이빗 뱅커)들은 고객 자녀 중에 혼기가 된 처녀 총각이 있으면 사내 게시판을 통해 맞선도 알선한다. 지난 여름 창립기념행사 때는 우량고객 자녀 60명을 초청해 아예 공식적인 맞선자리를 만들기도 했다.은행들이 VIP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앞다퉈 강화하고 있다. 우량고객이 전체 거래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지만 은행 수익 기여도는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예금을 비롯해 대출, 신용카드 사용액 등 수익기여 항목별로 점수를 매겨 고객을 관리하고 있다. 대부분 은행들은 우량고객 내에서도 점수에 따라 3∼4개 등급으로 다시 나눠 별도의 서비스를 제공한다.씨티은행 분당지점의 정복기 지점장은 고객들과 상담하는 직원들의 볼펜까지도 ‘이름난’ 브랜드를 쓰도록 세심하게 관리한다. 비교적 고액 자산가들이 많이 찾는 객장의 특성 때문에 ‘고급스럽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서다. 영업점 위치를 물어오는 고객에게는 최신형 외제차를 보내 모셔온다. 정지점장은 “VIP 고객일수록 교육수준이나 금융상품에 대한 지식수준이 높기 때문에 직원 교육을 가장 중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씨티은행은 2억원 이상을 맡기는 VIP 고객을 전담하는 ‘씨티골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담당 직원이 충분한 시간동안 상담을 하고 고객의 투자성향에 맞춰 최적의 투자상품을 골라주는 서비스다. 씨티은행 김용태 상무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시장에 투자하는 상품까지 종합적으로 자산구성을 해주며 분기마다 수익률을 점검해 당초 기대에 못 미치면 즉시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해주는 애프터서비스 기능이 특징”이라고 소개했다.신한은행은 예금 3억5천만원 이상인 고객은 최고등급인 로열MVP로 분류해 전담직원을 배치하고 우대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들에겐 1년에 한 차례씩 80만원짜리 건강검진권을 나눠준다. 신한은행은 내년부터 VIP 객장에 혈당측정기 등 고가의 의료장비를 비치해둘 계획이다. 신한은행 개인고객부의 전성호 과장은 “우량고객들의 건강검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뒀다가 평소와 다른 이상징후가 발견되면 즉시 치료를 받아 볼 것을 권유하는 서비스를 시행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일반 고객에 위화감 줄까 ‘쉬쉬’한미은행은 예금 10억원 이상 고객을 우량고객 가운데 최고등급인 로열VIP로 선정해 관리하고 있다. 로열VIP 고객은 무보증으로 2천만원까지 언제든지 빌릴 수 있고 대출금리도 0.5%포인트 할인받는다. 최근 가계금융 영업을 강화하고 있는 HSBC는 1억원 이상 빌려가는 고객을 위한 우대 프로그램인 ‘금관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전담직원이 자산관리를 맡아주고 전용 주차공간 제공 등 혜택을 주고 있다.시중은행 마케팅팀의 한 직원은 “우수고객에 대한 특별 서비스 내용이 일반고객에게 알려지면 자칫 위화감이나 반발을 불러올 수도 있어 대부분 은행들이 VIP 서비스를 소문내지 않고 조용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 타 은행에 정보가 새나가는 것도 조심해야 하기 때문에 VIP 마케팅은 일명 ‘몰래 마케팅’이라고도 불린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