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한국영화계 최고의 화두가 바로 조폭영화라는 점에는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 <친구 designtimesp=21797> 이후 연이어 스크린에 등장한 조직폭력배의 세력은 <조폭 마누라 designtimesp=21798> <달마야 놀자 designtimesp=21799> 등의 흥행 성공으로 이어지면서 유행을 넘어 하나의 문화적 코드로까지 언급되기에 이르렀다. 물론 이런 조폭영화의 승승장구를 바라보는 시선이 고운 것만은 아니다.이미 <친구 designtimesp=21802>로 인해 불거진 영화의 폭력성 문제는 연이은 조폭영화들에 있어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조폭 영화의 폭력성이 야기하는 사회적 파장을 우려하는 도덕적인 시각도, 아니면 조폭이라는 소재 자체가 가진 천박성을 경멸하는 문화 엘리트적 발상도 올 한해 한국영화 시장을 풍성하게 해준 성공 앞에서는 고개를 들지 못한다.문제는 관객들이 조폭에 열광한다는 사실이다. ‘두목, 선생님, 아버지는 한 몸이다’라는 뜻의 제목을 가진 코미디 영화 <두사부일체 designtimesp=21809>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두식(정준호)은 타고난 카리스마로 조직사회(?)의 핵심 인물로 급부상한 젊은 중간보스. 그러나 가방끈이 짧은 두식에게 인터넷, IP, 코스닥 등 첨단의 조폭사업은 언감생심. 톡톡히 망신을 당한 두식에게 두목은 “고등학교 졸업장을 따 오라”는 명령을 내리고, 천신만고 끝에 겨우 기부금 입학으로 두식은 사립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된다.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학교와는 담을 쌓고 지내온 두식에게 학교 생활이란 지하세계의 평정보다도 어려운 일이다. 도무지 알 수 없는 영어와 수학책을 들여다 봐야 하는 것은 그나마 쉽다. 하지만 학교 내 ‘한 주먹’에게 늘상 맞아도 자신이 조폭이라는 사실을 감춰야 하고, 그나마 대학을 졸업했다는 부하인 상두는 미모의 영어교사에게 반해 학교 주변을 어슬렁거리면서 두식의 심기를 건드린다. 그렇게 겨우 학교생활을 하던 두식은 결국 비리와 부조리로 가득한 학교의 실체를 알고 폭발하고 만다.전형적인 조폭 주인공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황당한 설정에 던져지면서 벌어지는 코미디라는 점에서 <두사부일체 designtimesp=21814>는 기존의 조폭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단지 일상에 던져진 조폭이라는 단 하나의 상황으로 즐기기에는 잘 만들어진 코미디다.거기에 또 다른 폭력의 먹이사슬이라는 상징적 공간으로 설정된 학교를 통해 웃음과 동시에 사회적 비판까지 한꺼번에 잡아내려는 용감한 시도가 무리 없이 진행된다는 것 역시 코미디 영화로서 <두사부일체 designtimesp=21817>가 가지고 있는 미덕이다.처음으로 본격적인 주연으로 관객몰이에 나선 정준호의 코미디 연기 변신이나, <친구 designtimesp=21820> 이후로 친숙해진 정운택의 맛깔 나는 ‘무식한’ 연기 역시 관람 내내 시원하게 웃을 수 있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