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사영기업 수는 약 1백50만개. 그들이 고용하고 있는 인력이 2천5백만명에 달한다. 사영기업은 지난 한햇 동안에만 4백50만여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했다. 지난 3년간 국유기업 개혁으로 쏟아진 실업자는 약 2천4백만명.그나마 사영기업이 있었기에 실업의 충격을 줄일 수 있었다.중국 국무원(정부) 싱크탱크인 국무원발전연구센터(DRC)가 최근 흥미로운 보고서를 발표했다. ‘세계무역기구(WTO)가입으로 가장 큰 수혜를 받게 될 지역’이라는 제목이었다. 보고서의 결론은 저장성이었다. 상하이 광둥 베이징 등 개방도시를 제치고 저장성이 WTO가입의 최대 수혜 지역으로 꼽힌 이유가 무엇일까.저장성 타이저우에 자리잡은 사영기업 홍위 복장공사가 해답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이 회사는 올해 초 일본의 한 신문에 이색 구인광고를 냈다. 중국에서 일할 ‘외국 관리인’를 모집한다는 공고였다. 제시된 연봉은 70만위안. 우리 돈 1억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홍위는 일본 패션업계 전문가인 45세의 이토추씨를 채용했다. 그는 매달 중순 홍위로 와 한 달 15일, 하루 10시간을 근무하고 있다. 일본의 패션관련 정보 및 기업경영 노하우가 그의 머리에서 나온다.“그를 채용한 후 공장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으로부터의 주문이 쏟아졌고 올 상반기에만 2백만달러를 수출했지요. 우리는 그를 통해 일본을 비롯한 해외 패션계 흐름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홍위 저우칭화 사장의 얘기다. 중국 사영기업이 WTO가입이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환경을 맞아 어떻게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원주 타이저우 이우 등 저장성의 주요 도시를 가면 이 같은 사영기업을 수없이 만날 수 있다. 섬유 복장 피혁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업이 많다. 중국 5백대 사영기업 중 1백12개가 저장성 기업이다. 저장성이 WTO가입 후 경쟁력을 갖는 이유다.중국 젊은이들 사영기업 창업 붐지난 80년대 초 거티후(個體戶·소규모 개인점포)로 시작된 사영기업은 지금 거꾸로 국유기업을 사들일 정도로 성장했다. 쓰촨성 청두의 희왕 그룹. 산하에 70개 기업, 9천8백여명의 종업원을 거느리고 있는 중국 최대 사영기업이다.그룹 대부분은 국유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어났다. 이 회사 류용하오(50)회장은 지난해 그룹 산하 은행인 민셩(民生)은행을 증시에 상장시켜 일약 1억위안 갑부로 등장하기도 했다.저명한 경제학자인 마홍은 “앞으로 10년 간 사영기업이 국유기업을 흡수하는 일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며 이를 두고 ‘사영기업의 화려한 반란’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중국 젊은이들 사이에 창업 붐이 봄 동산 불길 번지듯 타오르고 있다. 베이징의 첨단기술단지 중관춘은 그런 젊은이들이 만든 ‘해방구’. 소프트웨어 개발 및 유통 업체인 용요우의 왕원징(37) 사장. 10년 전 5만위안을 빌려 용요우를 설립한 그는 지난 5월 신흥 갑부로 등장했다.상하이 증시에 상장한 이 회사 주가가 액면가보다 1백 배나 뛴 것. ‘왕원징 신드롬’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중국의 IBM으로 불리는 렌샹, 종합 IT업체인 쓰통, 대학기업인 베이다방정 등 역시 중관춘을 빛내는 사영기업이다.사영기업 육성 통해 국유기업 개혁 충격 흡수사영기업 창업 붐은 업종을 가리지 않는다. 지난해 말 쿤밍에서 ‘제1회 중국 사영기업 전람회’가 열렸다. 전람회에서 가장 관심을 끈 전시물은 베이징커위엔이 출품한 소형항공기 ‘란잉(창공의 독수리)호’. 사영기업이 항공기제작과 같은 국가관리 산업에 파고들고 있다는 얘기다.중국 사영기업 발전은 중국 정부가 의도한 것이기도 하다. 사영기업 육성을 통해 국유기업 개혁의 충격을 흡수하겠다는 전략. 안후이성 판창현은 중국에서도 사영기업이 활성화됐기로 유명한 지역이다. 시정부는 지난 1년간 2백24개의 현정부 소속 기업을 공개 매각했다. 이중 90개 업체가 사영기업 품에 안겼다. 판창현 경제의 80% 이상이 비 국유기업 몫이다.전국의 사영기업 수는 약 1백50만개. 그들이 고용하고 있는 인력이 2천5백만명에 달한다. 사영기업은 지난 한햇 동안에만 4백50만여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했다. 지난 3년간 국유기업 개혁으로 쏟아진 실업자는 약 2천4백만명. 그나마 사영기업이 있었기에 실업의 충격을 줄일 수 있었다. 장쩌민 국가주석이 “자산계층도 공산당 당원으로 가입시키겠다”고 선언한 것은 이같은 사영기업의 가치를 인정한 것이다.“WTO와 사영기업은 찰떡 궁합이지요. 사영기업을 이끌고 있는 젊은이들은 시장시스템을 알고 국제 비즈니스 감각을 갖췄습니다. 그들은 이미 WTO가입 이후 예상되는 무한경쟁에 대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현재 연간 매출액 1억위안을 넘은 사영기업은 수 천개에 불과하지만 5년 후 10만개 정도로 늘어날 겁니다.” 베이징의 진거투자공사의 진용이 총재의 말이다.비즈니스 팁중국식 자본주의 ‘3개 대표론’ 뜬다요즘 중국을 읽는 최고 키워드는 ‘3개 대표론’이다. 중국은 모든 정치 경제 활동에 ‘3개 대표론’을 들먹인다. 이 이론은 특히 중국 사영기업 육성의 논리적 배경을 제시하고 있다.공산당이 대표한다고 하는 3개 요소는 ‘선진생산력’ ‘선진문화’ ‘광범위한 인민의 이익’ 등이다.선진생산력은 ‘경제력’ ‘기술력’을 뜻한다. 공산당이 이를 대표한다는 것은 곧 당이 경제적 실리를 추구하는 데 앞장서겠다는 선언이다. ‘무산자의 이익을 위해 투쟁한다’는 기존 공산 이데올로기와는 엄청난 차이다.선진문화를 대표한다는 것은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외래문화를 배척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고루하고 편협된 공산주의 문화를 버리고 선진 문화를 받아들이겠다는 뜻이다.‘3개 대표론’의 핵심은 ‘광범위한 인민의 이익을 대표한다’는 데 있다. 기존 공산당은 노동자 농민 등 무산계급의 이익을 위해 투쟁해 왔다. 이 이론 도입으로 그 대상범위를 사영기업가 지식인 등 유산계급으로 확대시켰다. 서방 정당과 크게 다르지 않다.‘3개 대표론’은 이미 중국 정치 경제분야에서 표면화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최근 자산가 계급의 정당가입을 허용하기로 했다. 또 당헌에 사유재산 보장 원칙을 추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곧 사영기업을 경제의 한 단위로 공식 인정한다는 것을 뜻한다.‘3개 대표론’이 중국 정치 경제의 체질을 바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