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스턴’은 위기에 놓인 쌍용자동차를 살려낼 수 있을까.지난 8월 지프차 무쏘 생산라인에서 본격 조립에 들어간 고급형 SUV 렉스턴은 3개월(9~11월) 동안 7천4백93대(1천5백여억원 어치)가 팔렸다. 예약 대기자만 해도 2천여명(12월11일현재)에 달해 최종 예약자가 차를 받으려면 한달을 기다려야 한다. 이에 쌍용차는 무쏘 및 렉스턴 혼류 생산라인을 아예 렉스턴 전용라인으로 바꿔 월 2천대 수준인 렉스턴 생산량을 5천대로 두 배 이상 늘렸다. 대신 무쏘는 소형버스 이스타나 생산라인으로 옮겼다. 무쏘의 대기 수요자만 5천여명에 이르는 등 아직도 호응이 좋기 때문이다.자동차 전문가들은 쌍용차가 신차 렉스턴에 대한 소비자들의 호응을 계속 유지해나갈 수 있다면 무쏘와 함께 SUV 시장을 석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렉스턴이 쌍용차의 구세주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문제는 요즘도 간간히 쌍용차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려지는 렉스턴의 품질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품질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모처럼 런칭시킨 렉스턴과 쌍용차가 함께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경영안정, 기술개발투자, 노사화합 등 3박자가 조화를 이뤄야 품질향상이 가능하다고 자동차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다. 따라서 쌍용차가 지난 99년 말부터 진행중인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깔끔하게 마무리 짓는 게 1차 관건이나 다름없다. 이는 쌍용차의 생사를 결정짓는 중요한 작업이기에 이를 성공시켜야 렉스턴의 품질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일단 쌍용차는 1차 관문을 잘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이 12월 초 쌍용차에 대한 대출금 중 1조원을 출자전환하기로 결의하는 등 청신호를 켰기 때문이다. 이는 그동안 쌍용차의 기업개선작업이 성공적이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쌍용차는 워크아웃 약정 첫해인 지난해 매출규모는 늘렸지만 영업적자 및 경상이익 적자폭은 워크아웃 약정플랜보다 크게 웃돌아 비관적이었다. 그러나 워크아웃 기간을 1년 더 연장받아 올해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지난 9월말 현재 매출액은 워크아웃 약정 플랜보다 24% 오른 1조6천여억원을 나타냈고 영업이익은 당초 계획인 1백18억원 적자에서 1천1백24억원 흑자로 반전됐다. 쌍용차측은 연말 께 매출은 워크아웃 플랜보다 2천억원 가량 늘어난 2조3천억원, 영업이익은 80억원 적자에서 1천5백20억원 흑자로 크게 전환될 것으로 보고 있다.쌍용차는 지난 98년 1월 세 번째 주인으로 대우를 맞았으나 오히려 부실만 더 떠안아 99년말 매출(1조3천5백97억원)이 원가보다 낮아 매출총이익이 마이너스 1천2백80억원을 기록, 경상적자가 무려 1조7백여억원에 달하는 위기를 맞았었다. 그러나 국내외 영업망을 강화하고 부품공용화로 매출액대비 부품재료비율을 99년 66.9%에서 올해 60.8%로 낮추는 등 원가절감을 통해 내실을 다져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됐다. 어쨌든 채권단이 내년 대출금을 출자전환하면 쌍용차의 부채는 2조9천억원에서 1조9천억원으로 줄어 부채율은 2천%에서 3백% 안팎으로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 모처럼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게 되는 셈이다.쌍용차가 풀어야 할 숙제는 워크아웃 졸업이 끝이 아니다. 든든한 후원자 내지 새주인을 찾는 게 남아 있다.재계 일각에서 SUV 시장이 크게 확대되고 있어 이 부문에 강한 쌍용차가 재무구조만 개선되면 향후 독자생존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하지만 이에 대한 채권단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2년 동안 쌍용차의 경영을 지켜본 결과 단기적으로 독자생존이 가능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대규모 기술개발투자 등을 감안하면 M&A를 통해 새주인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3자 매각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채권단은 그 당위성을 르노-삼성자동차에서 찾고 있다. 삼성자동차는 SM5가 출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삼성그룹의 자동차사업 포기선언으로 사라질 운명을 맞았지만 르노에 인수돼 정상궤도에 서서히 오르고 있다. SM5의 품질이 크게 향상되면서 효자상품으로 안착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쌍용차가 어느 정도 경영정상화를 되찾고 있어 새주인을 찾으면 렉스턴이 그 힘을 받아 회사의 구세주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채권단은 지난해 GM-피아트와 물밑 교섭을 벌였으나 이들이 공식적으로 인수를 포기하자 더 이상의 인수자 물색을 포기하고 경영정상화에 힘써왔다. GM의 대우차 인수과정을 볼 때 확실한 수익기반이 검증되지 않은 회사는 M&A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채권단은 그후 쌍용차의 경영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자 지난 9월 삼정KPMG사를 매각주간사(계약기간 2년)로 선정했다. 삼정은 내년 3~4월부터 본격적인 인수자 물색에 들어갈 예정이다. 삼정 관계자는 “1차 물색을 해본 결과 해외의 많은 기업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특히 중국내 한 기업은 렉스턴 무쏘 등 SUV 생산라인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