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햇 동안 서울 아파트 분양시장은 사상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다. 12월 초까지 총 11차례 실시된 서울 동시분양에서는 1순위 청약에만 28만여명이 신청해 지난해보다 76%나 증가하는 경이로운 기록을 나타냈다. 주상복합 아파트와 오피스텔 분양에 몰린 투자자까지 합하면 가히 폭발적인 수치다.지나친 청약 열기로 인한 부작용도 속출했다. 무조건 당첨되고 보자는 ‘묻지마 청약’에서 주식의 데이트레이딩을 능가하는 초단타 매매까지 광범위하게 확산돼 결과적으로 실수요자의 운신 폭이 좁아지게 됐다. 분양권 프리미엄을 노리는 투기 수요가 늘어나면서 급기야 분양권 양도소득세 정밀 세무조사 실시가 발표되기도 했다.동시분양 진기록서울지역 동시분양 시장만 놓고 보면 경기는 최고의 활황세였다. 11차례 동시분양을 통해 총 2만4천3백21가구가 공급된 가운데 총 29만7천67명이 청약해 평균 12.21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이는 두 배 가까이 높아진 경쟁률이다. 지난해에는 올해와 비슷한 2만2천2백28가구 공급에 17만9천9백30명이 청약에 임해 평균 7.43대1의 경쟁률을 보였었다.특히 지난 5차 동시분양에 공급된 송파구 문정동 삼성래미안 46평형은 7백5대1의 경쟁률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92년 동시분양 실시이래 가장 많은 물량인 1만3천3백71가구가 공급된 11차 동시분양에는 서울지역 청약통장 1순위 가입자 4명당 1명 꼴로 청약에 나서 절정을 이루기도 했다.강남·강북간 지역적 편차는 더욱 커졌다. 올해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지역은 강남구로 평균 55.6대1을 기록했고, 송파 39.8대1, 서초 38.2대1로 최고 경쟁률 3개구를 강남권이 휩쓸었다. 반면 금천(0.2대1), 노원(0.3대1), 서대문(0.2대1), 중랑(0.8대1) 등 외곽지역은 평균 경쟁률이 1대1에도 미치지 못해 미달가구가 속출했다.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은 중소형 평형의 약진. 전세난 심화와 임대사업 투자자의 증가로 전에 없는 인기를 끌었다. 가장 큰 관심을 모은 20평형대는 평균 16.2대1로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고, 30평형대가 평균 11.7대1로 뒤를 이었다. 반면 50평형대 이상은 7.7대1로 가장 낮은 경쟁률을 기록했다.분양가 상승올해는 아파트 분양가도 청약 열기처럼 눈에 띄게 상승했다. 부동산114의 조사에 따르면 12월 초 현재 서울지역 분양가는 평당 평균 7백55만4천5백원으로 연초보다 50만원 이상 올랐다. 96년의 4백41만원 선과 비교하면 71%나 뛴 것.분양가가 가장 높은 곳은 강남구로 지난 97년 6백91만원에서 올 12월 1천1백30만원대로 63.5%가 올랐다. 이에 못지 않게 서초구는 평당 평균 1천53만원대, 용산구는 9백36만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비해 강북구는 평당 5백52만원대, 노원구는 5백44만원대로 강남과의 격차가 2배 가까이 벌어졌다. “강남 아파트 한 채 값으로 강북에선 두 채를 산다”는 말이 현실인 셈이다.주택건설업계에서는 분양가 상승 요인으로 고급화 추세에 따른 건축비용 증가를 꼽고 있다. 게다가 최근 들어 건설현장 인건비가 급등하고 있는 데다 학교, 교통 등 각종 부담금이 새로 부과되거나 오르고 있어 내년에도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물가 상승률과 고급화 욕구를 감안하면 최소 10%의 상승률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내년도 ‘과열’ 조짐올해는 “청약통장은 복권” “아파트 당첨은 곧 복권 당첨”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분양시장이 투기화 된 해였다. 그도 그럴 것이 강남 인기단지에 당첨만 되면 단숨에 수 천만원의 프리미엄을 챙길 수 있을 만큼 분양권 가격 상승세도 가팔랐다. 순수한 의도의 내집마련 수요와 당첨직후 전매 차익을 노리는 투기 수요의 경계가 사라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된 것이다.게다가 내년부터 크게 늘어나게 될 청약통장 1순위 가입자 수가 청약 과열을 부추겼다. 내년에는 줄잡아 91만5천여명이 새롭게 1순위자로 올라설 전망이다. 이 가운데 서울·수도권의 1순위 후보자는 전체의 78% 수준인 71만6천여명. 현재 서울·수도권 1순위자가 80만3천여명인 점을 감안하면 두 배 정도 늘어나는 셈이다.여기에 정부가 내놓은 생애 최초 주택자금 지원책도 과열을 부채질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전용면적 25.7평 이하 주택을 새로 분양받는 무주택자에게 주어지는 이 혜택은 내년 말까지 유효하다.결국 내년에도 저금리가 지속되고 주식시장 불안이 계속된다면 올해보다 더 심한 청약 열기가 연출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당첨 후 상대적으로 프리미엄이 높은 강남권과 수요층이 두터운 중소형 평형은 경쟁률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올 마지막 동시분양12월31일 공고, 2천6백여 가구 공급내년 1월8일부터 서울지역 12차 동시분양 청약접수가 시작된다. 분양공고는 12월31일.2001년 마지막 동시분양인 이번 공급에선 2천6백여가구의 아파트가 쏟아진다. 삼성물산 주택부문, 현대건설, 경남기업 등 10여개 업체가 참여하며 20~30평형 중소형 중심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특히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강북권과 지하철 역세권에 속한 단지가 많아 청약률이 상당히 높은 전망. 다음은 관심을 끄는 주요 단지들이다.△동작구 상도동 삼성래미안(조감도) : 서울 동작구 상도동 일대 상도4구역을 재개발하는 아파트로 총 1천6백58가구가 건설된다. 일반분양분은 6백60가구. 23~59평형 가운데 32평형이 1천19가구로 61% 이상을 차지하며 23평형은 1백16가구 규모다. 숭실대와 중앙대사이 녹지에 위치해 주거환경이 쾌적하며 지하철 7호선 숭실대역이 가깝다. 7층 이상에선 한강을 내려다볼 수 있다.△동작구 본동 삼성래미안 : 본동4구역 재개발로 23~41평형 4백73가구로 지어진다. 이중 2백3가구가 일반분양분. 주변에 달마산 공원이 있고 단지 바로 앞에 2천평 규모의 공원이 추가로 설치될 예정이다. 노량진역이 걸어서 10분 거리이며 한강 조망도 가능하다. 최상층에는 다락방이 제공된다.△성북구 돈암동 이수 : 단독주택 재건축으로 25~43평형 총 1천74가구가 공급된다. 25~33평형에 9백96가구가 배정돼 내집마련 수요자가 주목할만한 곳. 7백여 가구를 일반 분양분으로 내놓는다. 지하철 4호선 성신여대입구역이 5분 거리이며 주변에 초중고대학교가 많아 교육여건이 좋다. 북한산, 북악 스카이웨이 등이 바로 옆에 있어 녹지공간이 풍부한 것도 장점.△은평구 불광동 현대 : 불광1구역 재개발사업으로 25~42평형 6백62가구 중 2백80가구가 일반분양된다. 지하철 3호선과 6호선 환승역인 불광역이 5분 거리이며 북한산자락에 위치해 자연환경이 쾌적하다. 북한산 조망을 위해 일부 동의 1층을 개방형 필로티공간으로 설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