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할리우드를 통틀어 가장 많은 화제를 뿌린 배우라면 단연 톰 크루즈-니콜 키드만 부부다.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스타 커플로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이 부부는 연초에 불거져 나온 이혼설로 인해 스포트라이트 세례를 받기 시작, 급기야 얼마 전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으면서 최고의 가십거리를 제공해 줬다.하지만 두 사람에게 있어 사랑은 사랑, 사업은 사업이라는 공과 사의 구분은 매우 명확한 모양이다. 알려진 대로 <바닐라 스카이 designtimesp=21827>는 스페인 감독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의 원작인 <오픈 유어 아이즈 designtimesp=21828>를 리메이크한 영화. 아메나바르 감독은 올 가을 니콜 키드만 주연의 스릴러 영화로 1억달러 이상의 수익을 거둔 <디 아더스 designtimesp=21829>로 할리우드에 입성한 장본인이기도 한데, 바로 이 영화의 제작을 맡은 인물이 톰 크루즈다.영화의 재미는 둘째치고라도 이렇게 얽히고 설킨 두 배우의 관계만 생각해 보더라도 이들이 주연한 관심을 모으기가 충분하다. 물론 <바닐라 스카이 designtimesp=21832>도 예외는 아니다. 거기에 이혼 후 톰 크루즈와 열애 중으로 밝혀진 페넬로페 크루즈 역시 주연으로 등장하고 있어 가십을 이용한 영화의 흥행 작전은 성공한 셈이다.뉴욕의 출판업자 데이빗 에임즈(톰 크루즈)는 유명한 바람둥이. 그러나 어느날 파티에서 만난 소피아(페넬로페 크루즈)를 보고 한눈에 반한 데이빗은 그녀가 절친한 친구의 연인임을 알면서도 그녀와 사랑에 빠진다. 질투에 불타는 데이빗의 여자친구 줄리(카메론 디아즈)는 에임즈를 차에 태운 채 동반자살을 시도한다. 데이빗은 구사일생으로 살아나지만 얼굴과 뇌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게 되고, 그때부터 데이빗의 꿈과 현실을 그 경계를 잃어버린다.꿈과 현실, 그리고 기억을 혼돈 그 자체로 풀이해 내는 <오픈 유어 아이즈 designtimesp=21837>의 장점을 제대로 파악했는지 감독 카메론 크로우는 원작의 이야기 틀을 그대로 벤치 마킹한다. 거기에 톰 크루즈-페넬로페 크루즈 사이에서 빚어지는 로맨스의 요소들을 더욱 강조하면서, <바닐라 스카이 designtimesp=21838>는 감독이 스스로 밝혔듯이 캐릭터에 무게중심을 둔 할리우드 스타일의 로맨틱 스릴러로 모습을 바꾼다.그런데 바로 여기가 문제다. 원작의 몽환적인 분위기가 자아내는 강렬함은 주연배우들의 막강한 스타성 때문에 온데 간데 없이 사라져 버린다. 게다가 꿈과 현실의 구분이 사라진 세계는 어느 순간 지리한 교과서적 어투의 설명이 등장하면서 그 신비한 느낌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만다. 기억이라는 고리를 통해 관객에게 싸움이라도 거는 듯하다가 갑자기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스스로 그 맥을 놓쳐버린 셈이다. 얼마 전 영화 홍보차 한국을 방문했던 톰 크루즈는 “한국 영화를 무찌르기 위해 내가 왔다”고 호언했다고. 안하느니만 못한 허풍으로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