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년 4월 서울 신촌 기찻길 옆에 작은 카페 하나가 새로 생겼다. 테이블 여섯 개가 꽉 차는 비좁은 공간에선 “드시고 더 드세요”를 입버릇처럼 말하는 주인이 항상 웃는 얼굴로 차를 날랐다.7년이 지난 지금, 카페는 서울 특급 상권 곳곳에 뿌리를 내린 ‘문화 기업’으로 자라났다. 10평 남짓했던 공간은 8개 건물 총 2천평으로 2백배 커졌고 하루 평균 3~4천명, 휴일엔 8천명이 넘는 ‘인파’가 찾는 곳으로 바뀌었다. 카페 ‘민들레영토’는 자칭 ‘찻집 형태의 대중문화공간’. 업계에서는 상업적 의도에 연연하지 않고도 큰 성공을 이룰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로 통한다.“다방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잘 되도록 돕는 임무를 맡고 있지요. 또 다방 주인은 엄마나 아내처럼 손님을 편안하게 품어 사랑을 느끼게끔 만들어 줘야 합니다. 뒤주에서 인심난다고, 인색하지 않고 마음을 다해 서비스 하니까 오히려 사업이 크게 일어났습니다.”‘다방 마담’ 되고 싶어 목회자의 길 포기지승룡(46) 사장은 어릴 적 꿈인 ‘다방 마담’이 되고 싶어 목회자의 길을 그만 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 카페를 시작한 후로는 ‘어머니가 베푸는 사랑의 반만 실천할 수 있다면 성공할 수 있다’는 지론을 펴 왔다.민들레영토의 찻값은 ‘문화비’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1인당 3천5백원의 문화비를 내면 각종 차를 3번에 걸쳐 마실 수 있고 컵라면도 준다. 하지만 흡연은 최소한으로 제한하고 음주도 맥주 한 컵 정도로 만족하라고 권한다. 또 처음 방문한 손님에겐 책 한 권씩을 선물로 안겨 보낸다.카페의 공간 분할도 특별하다. ‘어머니점’으로 통하는 신촌 1호점을 제외하고는 모두 1백~4백평의 대형 공간을 확보해 세미나실, 간이영화관, 서점, 갤러리, 연주 및 공연공간을 따로 두고 있다. 물론 공간 이용료는 문화비 안에 포함돼 있다.지사장은 민들레 홀씨가 곳곳으로 퍼져 싹을 틔우듯 자신의 경영 철학을 다양한 업태로 발전시키려는 꿈을 갖고 있다. 택시 수퍼마켓 베이커리 등 생활편의업종과 해외로의 진출이 그것이다.“내년부터는 민들레영토만의 철학과 시스템을 들고 세계로 나갑니다. 진출할 지역을 연구하고 섬기는 자세라면 호응을 얻을 것이라 믿어요. 택시나 수퍼마켓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준다는 창업정신을 잘 나타낼 수 있는 아이템이어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지사장은 성공한 사업가인 한편 ‘휴먼테라피’라고 하는 심리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상담가이기도 하다. 또 대학에서 신학과 대중문화를 강의하고 교회의 협력목사로 목회도 한다. 그는 창업을 준비하는 젊은이에게 ‘인색에서 탈출하라’고 강조했다.“비전이 없는 사람은 인색해지기 마련입니다. 큰 꿈을 이루려면 먼저 인색함을 버려야 합니다. 또 시작하려는 분야에 대해 깊이 공부하고 소비자 중심으로 일하는 게 성공을 위한 지름길이지요.”지사장은 앞으로 7년 후 은퇴를 하고 교외에 서비스 전문학교를 설립할 생각이다.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서비스’를 가르치는 게 그의 바람이다.